September 23,2019

아름다움, 그 기원에 대하여

요제프 H. 라이히홀프의 '미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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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과 아름다움은 다르다. 사전적으로 다르다기보다는 사회 정서적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의미에 있어 다르다. 예쁘다는 것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사람의 얼굴과 외모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를 의미한다. 얼굴형, 코와 눈의 비율, 팔과 다리의 비율, 키와 허리 사이즈 등 우리가 숫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것들이 ‘예쁘다’는 말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아름다움’은 객관적 의미의 비율을 넘어 주관적 의미의 ‘아우라’까지 포괄한다. 이목구비의 황금비율과는 무관하게 그 사람에게서 뿜어 나오는 고유의 분위기와 느낌이 모두 적용돼 ‘아름답다’는 단어가 나오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자 요제프 H. 라이히홀프의 ‘미의 기원’은 생물의 미와 그 기원, 더 나아가 아름다움의 근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작이나 사자, 오리, 사슴 같이 수컷이 암컷보다 월등하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유에 대해 철학적 의미를 배제한 채 오직 생물학적 관점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다윈의 성 선택,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저자는 수컷과 암컷의 미가 확연히 다른 동물 중 하나로 오리를 예로 든다. 일반적으로 수컷 오리는 매우 다채로운 반면 암컷 오리는 무척 소박하다. ⓒScience Times


라이히홀프가 수컷들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도출하는 이야기는 바로 다윈의 성 선택이다. 다윈의 성 선택이란 암컷이 우연히 이뤄진 수컷의 미의 특질을 좋아했고,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더욱 자신을 화려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선택과 성 선택을 주장한 다윈의 이러한 언급에는 금세 의문이 제기된다. 자연선택이란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방향으로 자신을 진화시킨다는 것이다. 바로 생존을 위해서다. 때문에 불필요한 화려함과 거추장스러운 몸의 장식들은 자연선택 이론과 대치된다. 우리의 상식에서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함이지 화려함이 아니지 않은가.

성 선택과 자연 선택 사이의 아이러니에 맞닥뜨리게 된 다윈. 저자 라이히홀프는 다윈도 성 선택의 무언가 근본적인 것이 자연선택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아니, 맞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자연선택에 역행한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새들의 화려한 깃뿐 아니라 붉은사슴의 뿔 역시 환경 적응의 틀 안에 끼워 넣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소모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 선택은 미의 기원에 대한 설명에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아모츠 자하비는 ‘핸디캡 원칙’으로 그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다. 이는 스포츠 용어에서 빌려온 것으로 사람이건 사슴이건 공작이건 젊은 수컷들은 암컷에게 스스로를 과시하기 위해 ‘위험’의 핸디캡을 기꺼이 감수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젊은 수컷들은 깎아지른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운전을 할 때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커브를 돌고 어깨에 힘을 주고 돌아다니며 위험한 것에 도전한다.

하지만 이러한 핸디캡 원칙에 대해서도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생명이 핸디캡이라는 주장은 생명의 다양성과 관철 능력, 지속성을 고려하면 무척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핸디캡의 결과들을 분석하면 할수록, 실은 그것이 핸디캡이 아니라 오히려 정 반대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화려한 외모를 가진 수컷을 비롯한 일반적인 수컷들은 알을 낳고 태아를 몸에 품고, 새끼를 먹여 키우는 데 월등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암컷보다 생명의 위험을 더 잘 극복한다는 것이다.

환경으로부터의 자유, 그것의 반향

▲ 저자는 미와 비율을 무비판적으로 동일시하는 것은 막대한 의견차이를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예로 거미의 우아한 걸음걸이와 정확한 도약을 언급, 타란툴라의 애호가가 되지 않으면 이를 아름답다고 여기기 힘들다고 말한다. ⓒScience Times


저자는 미의 기원을 살펴보는 데 있어 다윈의 성 선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단지 진화의 목적이 살아남는 것이라면 생명체가 굳이 아름다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즉 미 역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은 부족하다고 라이히홀프는 주장한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 일정한 틀 안에 자신을 맞추는 ‘억압’의 과정이라면 미는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에서 발현된다. 바로 ‘자유’다. 환경으로부터 세차게 떨어져 나오는 자유.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이런저런 환경 조건에서 적응하는 것은 아주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경으로부터 어느 정도 세차게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라이히홀프의 이 같은 발언은 환경으로부터의 자유가 적응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생물이 자신의 환경으로부터 이탈하려는 행위를 인간세계에 ‘개성’이라는 단어와 접목시킨다. 우리는 ‘개성’에 대해 이상적 미와 부합하는 단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상적 미와는 정 반대선상에 있으나 오히려 합리적 미가 주지 못하는 아우라(aura)를 내뿜음으로써 기존의 미의 범주체계에서 벗어난 다른 형식의 아름다움을 창출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그 사람만이 내뿜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달란트로 받아들인다.

사실상 인간세계에서도 비율미인으로 불릴 정도로 이상적인 외모를 갖춘 여성 혹은 남성에 비해 겉모습은 약간 부족하나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사람이 더욱 사랑을 받는다. 우리 중 대부분은 그것을 철학적으로 접근했으나 라이히홀프는 생물학적 차원에서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설명한다.

그것은 바로 미의 획일화가 부르는 종의 파멸이다. 라이히홀프에 의하면 생명체는 자연 환경에서 벗어날수록 스스로에게 더 많은 것을 허용할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인간이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 아름다움을 다양하고 개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모든 생명체 중에서 환경의 속박에서 벗어난 유일한 종인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환경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더욱 풍부한 도구(?)를 활용해 ‘변장’이 가능한데, 화장과 염색, 화려한 의복과 향수 등은 자연성과 멀어지게 하는 도구들이다.

인공의 방법을 통해 인간 역시 이상적 미로의 수렴을 갈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합리적 미에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라이히홀프는 말한다. 환경에 적응해야 할 필요와 환경으로부터의 자유 사이에 놓인 긴장 관계가 더 이상 미로의 수렴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합리적 미로 수렴하는 것이 생명체에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그것은 바로 종의 파멸을 부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획일화된 미는 유전적 다양성을 제한하고 면역체계의 효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다윈의 성 선택을 부정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는 성 선택을 기반으로 전혀 다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유다. 환경으로부터의 자유, 자신을 억압하는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 저자는 생명체에게 있어 자연 사이에 놓여있는 ‘자유’라는 큰 공간이 생명의 발전 과정에 필수라고 말한다.

▲ 코끼리는 ‘코끼리’라고 이름 붙여진 순간부터 코끼리다. 생물은 불가피한 변화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면 빠른 진화역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Science Times

생명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두 가지 패러다임은 바로 ‘변종의 탄생’과 ‘변종의 억제’다. 전자가 자유라면 후자는 억압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후자의 ‘억압’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춰왔다면 라이히홀프는 이제 변종의 탄생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일탈에 대한 그의 비유가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이상적인 미를 ‘불임’과 비교하고 있다.

“생명체는 변종의 탄생과 변종의 억제라는 두 과정 사이에서 움직인다. 대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아름다운 중간을 지향하면서 안정화 원칙을 따른다. 하지만 동시에 유성생식은 부모 양쪽의 유전자가 똑같은 모양의 반쪽, 그것도 상이한 유전자를 정말 많이 담을 수 있는 반쪽으로 나누어짐으로써 중간이 유지되지 못하게 한다. (…) 유성생식으로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만들 수 없다. 그것은 아프로디테와 아름다운 헬레나, 그리고 고대와 현재의 모든 미인이 마찬가지다. 그들의 외모는 존속되지 못한다. 방법은 파트너 없이 이뤄지는 자기복제밖에 없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랑하는 시선에는 자기복제에 대한 심리적 동경이 어느 정도 담겨 있다. 그래서 이상적 ‘불임’이다.”

저자는 ‘미의 기원’에서 철학적·인문학적 시각은 배제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실상 독자로 하여금 내용을 모두 접한 다음에는 철학적·인문학적 사고와 접하는 위치에 이르게 한다. 환경으로부터의 자유라는 틀 안에서 이뤄지는 생명체의 미의 발달을 통해 우리에게 존재하는 자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환경으로부터 어느 정도 이탈한 생명에게 가능성도 더 많이 허용된다고 말한다. 진화 과정에서는 늘 새로운 자유의 등급이 주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음이 생긴다. 과연 우리 각자가 갖고 있는 미는 어느 범주에 속해 있는가. 어떤 형식으로든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면 우리는 현재 자유로운 상태에 있는 게 맞을 것이다.





<미의 기원>
저자 : 요제프 H. 라이히홀프
역자 : 박종대
출판 :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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