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2,2019

차세대 투명 디스플레이, 현실로!

ETRI 황치선 박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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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흥남)에서는 빛의 투과도가 조절되는 투명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일찍부터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이 개발되고 있었지만, 빛 조절이 어려워 낮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빛의 투과도를 조절할 수 있어 낮과 밤 등 환경의 구애를 받지 않는 장점을 지닌다. 상용화의 가능성까지 열어둔 이번 기술 개발의 주인공인 ETRI 산화물TFT연구팀장인 황치선 박사를 만나 기술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은 황 박사와 기자가 나눈 일문 일답이다.

- 이번 기술 개발 내용을 보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떠오릅니다. 투명디스플레이 기술은 언제 시작되었는지, 황치선 박사님께서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이고, 이번 기술의 특징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ETRI가 투명 디스플레이에 대한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 2006년부터입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서 소개되었을 정도로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던 분야였죠. 이러한 관심은 투명 디스플레이가 현실에 나타나면 다양한 편의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학회에 투명 반도체 관련 논문이 소개되었지요. 이 기술을 도입하면 투명한 디스플레이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해서 시작했습니다.

▲ 이번에 개발된 투명 디스플레이는 빛의 투과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환경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닌다. ⓒETRI


빛의 투과도가 조절되는 투명 디스플레이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투명 디스플레이에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눈이 빛의 밝기 차이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책을 예로 들면, 사람들은 하얀 종이 위에 검게 쓰인 글자를 인식하죠. 글자의 검은색이 흐리면 흰 종이와 구분하기 어렵겠지요.
 
투명 디스플레이는 투명해야 디스플레이 뒤에서 오는 빛을 그대로 투과시켜 눈으로 전달합니다. 따라서 배경이 밝으면 투명 디스플레이의 정보가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밝기 차이가 줄어들어 정보를 가려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때에 따라서 뒤에서 오는 빛을 차단해야 하지요. 이것이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의 핵심입니다. 우리의 이번 기술 개발 역시 이런 부분에서 상용화에 한 발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투명 유리창을 컴퓨터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려면 어떤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나요?

▲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보던 투명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컴퓨터의 미래도 그리 멀지 않았다.



“영화처럼 투명 유리창을 컴퓨터 모니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은 물론이고, 컴퓨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원 장치와 정보 전달 장치가 필요하지요. 아울러 디스플레이의 투명성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아무리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구현된다 하더라도 여기에 전원을 공급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장치가 불투명하면 전체적으로 투명한 형태의 모니터가 나올 수 없습니다. 최근 연구되고 있는 무선 충전 방식이나 무선 정보 전달이 가능해지면 이 역시 큰 무리가 없을 거예요. 영화와 똑같은 방식이 아니더라도 유사한 방식으로 구현되고, 점차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겠지요.”

- 그렇다면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은 유리가 꼭 필요한가요?

“전자 회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판이라는 소재가 있어야 합니다. 유리는 투명성이 좋고, 가격 역시 저렴해 가장 우수한 기판용 소재로 꼽히고 있지요. 하지만 유리는 잘 깨지고 구부러지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플라스틱입니다.

그동안 플라스틱을 주 타깃으로 연구하지 않은 것은 투명도가 약간 떨어지는 문제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온도에 있었습니다. 플라스틱은 온도가 올라가면 변형되거나 심하면 손상되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유리는 비교적 높은 온도인 400℃까지 잘 견딥니다. 그런데 투명 TFT를 만드는 공정은 300℃ 이상의 고온을 견뎌야 하는 공정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플라스틱은 유리에 비해 기체나 수분 등이 쉽게 투과되어 반도체 기판의 안정성을 해치기도 하죠.

하지만 플라스틱은 유리에 비해 가볍고 쉽게 구부러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플라스틱이 유리를 밀어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자 회로를 만들기에 적합한 재료로 플라스틱이 개선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 일반적으로 쓰는 실리콘이 아닌 산화물 TFT를 사용했다고 했습니다. 실리콘과 TFT에 어떤 차이가 있고, TFT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TFT는 박막 트랜지스터(thin-film transistor)의 약자로 트랜지스터의 일종입니다. 트랜지스터는 반도체로 만들어진 스위치라 할 수 있고요. 모든 전자회로는 이러한 트랜지스터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집니다. 전기적 신호를 바탕으로 켜지고 꺼지는 스위치의 조합으로 전류의 흐름을 제어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동작을 하게 됩니다.

▲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하면 자동차의 유리창을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 ⓒETRI

하지만 TFT는 트랜지스터 가운데 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LCD 기술이 발전하면서 LCD 패널을 이루는 화소 하나하나에 스위치를 달아야 할 필요성이 생겼죠. 이때 만들어진 것이 바로 TFT-LCD입니다.

그 뒤 정교한 디스플레이는 모두 TFT를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TFT를 구성하는 반도체는 지금까지도 실리콘(Si)을 쓰고 있습니다. 비교적 저온에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TFT에 들어가는 실리콘은 비정질 실리콘이라 하는 물질입니다. 비정질 실리콘은 원자가 아무렇게나 배열되고 열역학적으로 비평형계에 있는 고체라, 전기를 흘리면 전자가 빠르게 움직이지 못합니다. 결국 비정질 실리콘으로 만든 TFT는 고속 동작이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물질이 바로 산화물 반도체입니다.

산화물 반도체는 비정질 실리콘과 같은 비정질 형태에서도 더 좋은 성능을 보입니다. 또한 실리콘은 불투명한 데 비해 산화물 반도체는 투명합니다. 따라서 산화물 TFT는 투명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한 소재인 셈이죠.”

- TFT의 제조 비용이 고가인 점을 우려하셨습니다. 대중화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인 듯한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접고 다니는 신문형 투명 디스플레이 개발이 목표라는 ETRI의 황치선 박사 ⓒETRI



“TFT가 고가인 이유는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장비와 소재가 비싼 점에서 비롯됩니다. 최근에는 보통의 인쇄 기술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도 전자 회로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화물 TFT 역시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머지않아 이 문제가 풀린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합니다.”

- 이번 원천기술은 어떻게 활용될까요? 생각하는 기술 개발 방향은 무엇입니까?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구부러지는 기판을 사용한 투명 플레서블 디스플레이 개발이 다음 목표입니다. 구부러진다는 것은 가지고 다니기에 유용하다는 의미이겠지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투명 디스플레이로 신문을 보던 주인공의 손에 들려 있던 신문이 저의 다음 목표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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