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8,2019

미술관이 된 화력발전소

낡은 발전소 바꾼 도시재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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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현대미술관이 어디에 있나요?” 라고 물으면, 영국인들은 대부분 테이트 모던(Tate Modern Museum)을 꼽는다. 막상 테이트 모던을 찾아보니 외관은 오래된 화력발전소의 모습으로 과연 이곳이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바꾼 발상의 힘, 도시재생에 따른 녹색성장, 미술관 내에 있는 다양한 교육 시설 및 구성은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었다.

한국은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오래된 건물, 낡은 건물은 재개발에 의해 헐어버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을 올렸다. 하지만 영국의 테이트 모던을 비롯한 여러 지역과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의 보봉지구 등 유럽의 개발은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발전소의 대변신, 현대미술관으로 태어나

현대미술관이라고 하면 고풍스러운 건물과 화려한 외관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테이트 모던을 가면 이러한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테이트 모던은 폐기된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2000년 5월 12일 개관했다. 흉물이 되버린 20년동안 버려진 화력발전소를 리빌딩한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사례다.

테이트 모던은 영국 정부의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템즈강변의 뱅크사이드(Bankside) 발전소를 새롭게 리모델링한 곳에 만들어졌다. 뱅크사이드 발전소는 2차 세계대전 직후 런던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지어진 화력발전소로 1981년에 공해 문제로 가동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 밖에서 바라본 테이트모던(Tate Modern Museum). 아직도 건물의 외벽은 화력발전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외관으로 보기엔 전혀 현대미술관으로 보이지 않는다. ⓒScienceTimes


보통은 도시 재생을 위해 화력발전소를 헐고 새로운 중심지로 거듭나게 하지만, 영국은 디자인 공모를 통해 건물의 기존 외관은 손대지 않고, 내부만 미술관의 기능에 맞춰 바꾸었다. 이렇게 리모델링한 테이트 모던은 한해 4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탈바꿈하였다. 리모델링 하나로 과거 런던 도시에 대한 공해의 이미지에서 문화의 이미지로 분위기를 전환시켜놨고, 테이트 모던 자체로 역사 자체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모범 사례다.

현대 미술의 새로운 중심지

런던은 테이트 모던이 세워지기 전까지 현대 미술 분야의 정평있는 미술관이 없었다. 대영박물관을 비롯한 런던의 여러 박물관에서 고전 미술을 전시하였지만, 테이트 모던을 계기로 런던은 현대 미술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 옛 발전소의 전기발전기로 지어진 1층 터번홀.천창을 통해 떨어지는 태양빛이 인상적이다. 매년 현대 예술가들의 많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ScienceTimes


테이트 모던의 미술품들은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현대미술, 실험미술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피카소, 모네, 마티즈, 앤디워홀 등 유명한 작품은 물론 5층의 ‘Energy and Process’ 섹션에서는 변화와 자연에 힘에 관심을 보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한국의 서도호씨의 ‘계단’이란 작품은 그 중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전시로 건물 내부에 난간으로 쭉 이어져 있는 계단이다. 작가가 미국 유학 생활 때 하숙했던 집의 계단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본질을 드러내는 투명함에 대한 갈망의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

▲ 5층에 전시된 한국의 설치미술가 서도호씨의 ‘Staircase(2010년작)’. ⓒScienceTimes


테이트 모던은 상설 전시 이외에도 새로운 작가에 대한 전시가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층마다 어린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가족 단위의 미술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다. 영국의 모든 미술관이 그렇듯 테이트 모던도 어렵지 않다. 쉽게 설명되어 있고, 체험 중심이다. 미술관이 가족단위의 놀이터인 셈이다.

테이트 모던 관계자 Lucienne 씨는 “테이트 모던은 도시와 미술관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지하에 있는 테이트 모던을 소개하는 전시실은 테이트 모던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건물재활용을 통한 도시 재생은 역사적 가치를 보존해 주는 좋은 예이다.”고 말했다.

▲ 테이트 모던 4,5층 전시실 가운데 설치되어 있는 미술관 체험공간. 어려워 보이는 현대 미술의 느낌과 달리 쉽고 재미있게 체험하고 있다. ⓒScienceTimes


발전소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재생의 창의성, 다양한 현대 미술의 역동성, 가족 단위의 체험을 중시한 미술관을 체험하고 나와 테이트 모던의 100미터에 이르는 굴뚝을 보니 한국의 도시재생사업과 현대 미술이 가야할 지표를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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