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8,2019

영국의 살아있는 과학 박물관(상)

교육과 재미가 접목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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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초등학교 교사이자 기자인 필자는 겨울방학 동안 영국에 위치한 4개의 과학박물관에 탐방을 다녀왔다. 교사의 눈으로 본 과학박물관은 매우 흥미로웠으며 놀라웠다. 영국은 유럽에서 교육적 효과가 가장 높은 도시로,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은 도시다.

영국에 가본 사람은 많지만 과학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영국은 관광지가 많은 만큼 시간적 여유도 없겠지만, 박물관이란 이미지가 옛날 유물을 전시하는 것이라는 딱딱한 이미지 때문에 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 박물관을 4곳을 둘러본 필자가 보기에 영국의 과학박물관은 지루한 곳이 아니었다.

▲ 영국 자연사 박물관의 빗물에 따라 지형이 만들어지는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전시. 영국의 과학 박물관은 직접 체험하면서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ScienceTimes


영국의 과학박물관은 19세기 영국 학교교육의 기본 개념인 사물 중심 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물 중심 학습이란 어린이들이 여러 지적 능력을 통해 지식을 얻는 것으로, 감각과 지각력의 복합체인 성찰과 판단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오랜 역사와 철학적 전통을 갖고 있는 사물 중심 학습으로 영국 학교들의 박물관 방문은 19세기에 이미 교과 과정의 일부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러한 영국의 과학박물관에서는 교육용 전시를 통한 소통과 정보 제공을 한다. 연령에 상관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 그리고 실제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부 ‘무료 입장’이다.

과학박물관 – 런던의 살아있는 과학교과서

런던의 중심가 하이드파크 서쪽 켄싱턴에 위치한 런던 과학박물관(Science Museum)은 그 자체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살아있는 과학교과서다. 1857년에 세워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소장품들은 물리과학과 기술공학의 발달사와 현대과학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들이다.

▲ 런던 과학박물관 내부 모습 ⓒScienceTimes


런던 과학박물관은 1800년대 초반 스팀엔진 발명을 통해 산업혁명을 일으키며 현대문명을 견인한 영국의 자존심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총 30만점에 달하는 방대한 과학 전시물을 갖춘 과학 및 산업 관련 3대 박물관중 하나다. 전시관은 파워, 나는 누구인가, 건강, 지구물리학과 대양학관, 의료과학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통적 과학 박물관의 형식에서 벗어나 ‘기술적 놀이 공원(technological amusement arcade)’의 형식을 갖춘 첫 과학관인 런던 과학 박물관은 관람객이 전시관 속의 전시물을 바라보는 관람이 아니라 전시물을 작동해 전시물에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전시는 최초의 임장감(臨場感) 교육의 사례라고 한다.

▲ 런던 과학박물관 전시 체험을 하는 학생과 교사 ⓒScienceTimes


한해 2백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고 있는 과학박물관은 어떻게 영국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수직이착륙 전투기 ‘해리어’를 개발했고, 과학기술 분야 1위의 나라가 됐는지에 대한 자명한 해답을 제공하는 듯 했다.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멋진 자동차, 공중 위의 거대한 비행기, 우주 역사를 볼 수 있는 스페이스 공간,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특별 기획 전시까지, 누구라도 런던의 과학박물관을 다녀오게 되면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다.

수 억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자연사를 담다

과학박물관이 다양한 과학 분야에 대한 소개와 전시를 하는 곳이었다면, 과학박물관 옆에 위치한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은 자연과 생물의 역사, 발생, 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친절하고 자세하게 전시해 과학에 관심이 없는 이라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 영국 자연사 박물관 현장 체험 학습 중인 Mandeville Elementary school 학생들. ⓒScienceTimes


1880년에 오픈한 박물관은 7천 만점의 공룡의 화석 및 곤충과 새들의 표본 등 생물학과 관련된 자료들을 전시한다. 이러한 전시를 바탕으로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자연이 품고 있는 신비함을 마음껏 상상해 볼 수 있다.

자연사박물관을 방문했을 때는 런던 인근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현장 체험을 와 있었다. 인솔 교사는 “런던의 박물관은 체험 위주고 많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 학생들이 매우 좋아한다. 특히, 학생들이 스스로 과학에 대한 설명을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각 전시관의 곳곳의 전시테이블에서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자원봉사자들(Learning Volunteer)이 암석의 특징에 관련해서 교육을 하고 있었다. 한국의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에서도 암석의 특징에 관련해서 나와 주의 깊게 살펴봤다. 관람객들이 9개의 암석의 특징을 특징별로 분류해서 9개의 큐브를 맞추는 교육이었다. 암석의 빛에 의한 투명도, 입자크기, 촉감, 강도에 의해서 구별하는 것이다.
 
‘박물관 곳곳에 비치된 부스에서 과연 얼마나 교육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4가지에 의한 구분을 한국의 교육과정에서 배우려면 보통 3-4차시가 소요된다. 그런데 10-20분 안에 배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 영국 자연사 박물관 전시 테이블에서 암석의 특징을 교육하고 있는 Learning Volunteer 브릿지와 시흥 매화초 김은정 교사. ⓒScienceTimes


교육에 들어가자 9개의 암석을 서로 긁어보고, 촉감을 느껴보고, 입자의 크기를 살피고 투명도도 살핀다. 그리고 자원봉사자가 설명하는 대로 특징에 따라 9개의 큐브를 채운다. 놀라웠다. 현장에서 게임을 하듯이 실제 체험으로 배우는 과학은 이해가 쉬웠다.

자원봉사자 브릿지씨는 “자연사 박물관은 만지고 체험하는 위주로 전시돼 있다. 이러한 체험위주의 활동은 매우 활동적이고 교육적 효과가 높다”고 했다. 특히 우리가 진행하는 이러한 교육은 오전과 오후에 나뉘어서 진행되는데 오후에는 사람과 고래의 뼈에 대해서 흥미로운 교육이 진행되니 그것도 꼭 참가해 보라고 알려줬다.

두 박물관을 모두 방문한 시흥 매화초 김은정 교사는 “과학 박물관이 거대한 입체 교과서 같았다. 전시물을 보고, 만지고 또한 그 내용을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과학관 교육프로그램의 수준도 높고 흥미롭지만, 자연사 박물관과 비교해서 관람과 교육프로그램이 분리돼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전시 공간 내에서 관람과 교육프로그램이 함께 이루어지면 과학 이야기를 좀 더 쉽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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