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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형, 말라리아에 더 강하다?

감염 정도 차이 있어…치료제 개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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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말라리아의 날’이었다. 올해로 열두 번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아직도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는 말라리아에 대해 국제적인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국내 방역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도 ‘세계 말라리아의 날’을 맞아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및 말라리아 발생 국가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말라리아 예방수칙을 준수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4월 25일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세계 말라리아의 날’이다 wikipedia

4월 25일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세계 말라리아의 날’이다 ⓒ wikipedia

 

말라리아는 매개체가 모기인 만큼, 방역 당국의 당부대로 관련 지역에 거주하거나 그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조심해야만 한다. 하지만 사람들마다 조금씩 말라리아에 대한 감염 정도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차이는 혈액형에 의해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의료전문 매체인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xpress)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혈액형에 따라 말라리아 감염 정도가 다르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를 활용하면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수 있는 면역치료제 등의 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링크)    

O형은 말라리아에 걸려도 심하게 앓는 경우는 드물어    

사람의 혈액마다 종류가 있고, 그 종류가 A형과 B형, 그리고 AB형 및 O형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부터 O형은 이른바 ‘착한 혈액형’으로 불리고 있다. O형인 사람은 다른 혈액형인 사람에게 수혈해 줄 수는 있지만, O형이 아닌 다른 피를 수혈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한다는 점 때문에 O형을 착한 혈액형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수혈이 아닌 질병 문제로 넘어가면 오히려 O형이라는 점 때문에 혜택을 보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말라리아 감염에 대한 O형 혈액형의 내성 여부다. 미국의 로버트스템펠 대학에서 공공보건학을 전공하던 ‘아브라함 멩기스트(Abraham Mengist)’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말라리아를 연구했던 과거의 연구 결과들을 정리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O형은 말라리아에 걸려도 심하게 앓는 경우는 드문것으로 나타났다 prlog.org

O형은 말라리아에 걸려도 심하게 앓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rlog.org

심한 말라리아 환자들의 혈액형 중에서 O형이 유독 적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그들은 과거 발표되었던 수십 편의 논문과 자신들이 진행했던 연구 결과들을 참조하면서 과연 O형 혈액형이 말라리아 감염에 대한 내성이 있는지를 파악했다.

그 결과 혈액형이 O형인 경우 심각한 말라리아 감염이 생길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A형인 경우 O형에 비해 심각한 말라리아 감염이 생길 가능성이 1.4배 정도 높았고, B형인 경우는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결과에 멩기스트 박사는 “혈액형에 따라 적혈구 표면의 항원 형태에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하며 “말라리아 감염이 심할 때 발생하는 감염 적혈구 간 세포결합이 O형 혈액형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멩기스트 박사는 “물론 O형 혈액형이라고 해서 말라리아에 더 적게 감염되는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상태로 빠질 가능성이 다른 혈액형들에 비해 낮기 때문에 생존 확률이 더 높다”라고 덧붙였다.

혈액형-질병간 연관성 연구 유행    

혈액형과 질병 간의 상관 관계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한동안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는 잘못된 속설이 유행을 한 것처럼, 혈액형에 따라 잘 걸리는 질병도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한몫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추측 때문인지는 몰라도 혈액형과 질병간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연구들이 여러 나라에서 실제로 진행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사례로는 위궤양 환자 중에는 O형 혈액형이 많고, 위암 환자 중에는 A형 혈액형이 많다는 연구결과를 꼽을 수 있다.

또한 A형인 사람이 강박신경증이나 췌장암에 많이 걸린다든지, A형 혹은 AB형인 사람이 당뇨병에 잘 걸린다는 주장도 있고, O형인 사람들이 혈전증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많이 알려져 있는 사례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들은 현재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혈액형에 따른 각종 질병의 발생빈도가 학계에서도 인정할 만큼 그다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학적인 차이일 뿐, 관찰 대상군의 수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결과들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의 관계자는 “일부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던 논문들도 그 이후에 다른 사람들의 연구를 통해 다른 결과가 나왔거나, 질병 발생과의 인과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해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혈액형과 질병간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BiomedicalScientist

혈액형과 질병간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biomedicalScientist

사실 A·B·O 형태의 혈액형은 적혈구 막에 존재하는 당단백질의 차이에 불과하다. 따라서 당단백질의 차이 때문에 성격이 달라진다거나,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는 등의 주장은 어떤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는 것이 학계의 입장이다.

한편, 혈액형의 경우 A·B·O 형태의 혈액형 외에 Rh 혈액형 정도가 있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혈액형의 종류에는 A·B·O 형태의 혈액형 외에도 수십 가지가 존재한다. 이들 가운데는 적혈구의 형태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있고, 질병과의 상관 관계가 과학적으로 잘 증명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더피(Duffy) 혈액형이라 불리는 적혈구항원은 ‘삼일열 말라리아’가 적혈구에 침투할 때 수용체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 혈액형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삼일열 말라리아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더피 혈액형를 가지니 않은 사람의 빈도가 높은 것은 이 지역에 삼일열 말라리아가 흔하기 때문에 이질환에 잘 걸리지 않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잘 생존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9.05.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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