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2,2018

IT 기술이 최초로 접목된 공인구

어게인 2002 월드컵 (2) 공에 숨어있는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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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둥글다’

인터뷰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이말은 지난 1954년 스위스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서독을 우승으로 이끈 ‘조제프 헤르베르거(Josef Herberger)’ 감독의 말이다.

축구공이 둥근 만큼 예측할 수 없다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 이 말은 특히 월드컵 대회에서 수없이 일어났던 의외의 경기 결과들을 한마디로 표현해주는 명언으로 통한다. 그만큼 축구공에 얽힌 사연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이 둥근 공 하나가 무엇이기에 선수들은 상대방의 골대로 공을 집어넣지 못해 안간힘을 쓰고, 코칭 스태프는 시합 내내 천국과 지옥을 몇번씩 왔다갔다 하며, 관중들은 애간장을 태우는 것일까?

러시아 월드컵의 공인구인 텔스타18 ⓒ FIFA.com

러시아 월드컵의 공인구인 텔스타18 ⓒ FIFA.com

최초의 월드컵 공인구는 1970년에 선정

월드컵에서 사용하는 축구공을 ‘공인구’라 부르는데, 처음부터 월드컵에서 공인구를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 대회 때만 해도 주최국가에서 사용하는 공을 사용했지만, 점차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의 사용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평소 발에 익숙한 공을 사용하면 선수들이 경기를 훨씬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별로 자국의 공을 사용하겠다고 주장한 것.

이런 이유로 국제축구협회(FIFA)는 국제경기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공인구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1970년에 ‘텔스타(TELSTAR)’라는 축구공을 최초의 공인구로 지정했다.

역대 월드컵 공인구들의 변천사 ⓒ soccerpro

역대 월드컵 공인구들의 변천사 ⓒ soccerpro

텔스타는 이전의 축구공과 비교하여 무게와 탄성면에서 훨씬 진화된 공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디자인이 가장 특이했다. 텔스타가 등장하기 전만 하더라도 축구공은 지금의 배구공처럼 하얀색의 밋밋한 단색으로 만들어졌지만, 텔스타는 12개의 검정 오각형과 20개의 흰 육각형으로 구성된 획기적인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의 관계자는 “당시 등장했던 텔스타 디자인은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축구공의 형태로 자리잡게 되었다”라고 설명하며 “이후 등장한 축구공의 대부분이 모두 텔스타의 디자인을 모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얼마나 반응이 좋아는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텔스타 디자인은 TV 중계 시 그 진가를 발휘했다. 당시에는 사람들 대부분이 흑백 TV로 축구를 보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단색으로 이루어진 공보다 흑백이 조화를 이룬 텔스타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훨씬 쉽게 붙잡았던 것이다. ‘텔레비전 스타’의 줄임말인 텔스타라는 이름답게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한 공인구로 명성을 떨쳤다.

러시아 월드컵 공인구는 최초로 ICT 기술 접목

12개의 검정 오각형과 20개의 흰 육각형으로 구성된 축구공 모양은 그 이후 36년 동안이나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며 각종 대회에서 사용됐다. 그러나 2006년 독일에서 개최된 월드컵에서 공인구는 또다시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축구공 조각의 수가 많을수록 구형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각 수를 줄여서 공을 만들다는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독일 월드컵의 공인구인 팀가이스트를 만든 연구팀은 조각수를 줄이는 역발상으로 공을 만드는 시도를 했다.

그 결과 단 14장의 조각만으로 보다 구형에 가까운 공인구를 만드는 성과를 거두었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수작업으로 공의 조각을 꿰매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고온 및 고압의 상태에서 특수 본드로 조각을 이어붙이는 방법을 개발하여 공기 저항을 줄이고 탄력은 늘린 축구공을 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제조방식은 다음 대회인 남아공 월드컵의 공인구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회 공인구였던 자블라니는 독일 월드컵에서 사용했던 팀가이스트의 14조각 보다 6개나 적은 8개의 조각만으로 더욱 구형에 가까운 축구공이 되었다.

또한 자블라니의 경우는 공인구 역사상 최초로 골키퍼를 배려한 기능이 더해져 눈길을 끌었다. 공 표면에 미세한 특수 돌기들을 형성하여 접촉면을 늘림으로써 골키퍼가 공을 잡다가 놓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만든 것.

최초로 ICT 기술이 접목된 텔스타18 ⓒ interfootball

최초로 ICT 기술이 접목된 텔스타18 ⓒ interfootball

하지만 이 같은 아이디어는 오히려 골키퍼들에게 득이 되기 보다는 독이 되고 말았다. 공이 골대를 향해 갈 때 형성된 돌기로 인해 다른 어떤 공보다도 흔들림이 심해서 골키퍼가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월드컵 공인구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왔지만,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디자인보다 ICT 기술을 도입한 공인구로 기록될 전망이다.

러시아 월드컵 공인구의 이름은 ‘텔스타18(Telstar18)’ 이다. 공인구 제도가 처음 도입되고 나서 첫 번째 이름이었던 ‘텔스타’를 기리는 차원에서 다시 예전의 이름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것이 러시아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설명이다.

이름은 복고적이지만, 축구공 안에 들어있는 과학만큼은 이전의 공인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첨단기술이 숨어있다. 공인구 최초로 공 자체에 NFC(근거리무선통신)칩을 탑재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하면 공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킥 속도를 측정하거나 위치 추적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 가능하고, 골인이 되었는지를 판단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과거에는 심판들의 눈대중만으로 골인 여부를 판단하다보니 오심이 잦았지만, 첨단기술의 도움을 받게 되면 그런 문제를 대폭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FIFA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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