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0,2019

“AI에 대체되지 않는 삶 살아야”

[인터뷰]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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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왜 죽었는지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한 작가, ‘가브리엘 웰즈’. 그는 프랑스 SF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죽음(1·2권, 열린 책들)’에서 ‘유령 탐정’으로 거듭났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는 소설 속 ‘가브엘 웰즈’는 자신을 닮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2017년 발간된 소설 ‘Depuis l’Au-dela’의 한국어판 ‘죽음’의 출판을 기념하며 한국을 찾았다.

5일 만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가정일뿐이지만 그 가상의 세계를 탐구하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며 전작 ‘고양이’에 이어 인간이 아닌 존재(유령)가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 “인간 이외의 존재가 인간 세계를 바라봐야 좀 더 거리를 둘 수 있고 그것이 인간 세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답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5일 만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가정일뿐이지만 그 가상의 세계를 탐구하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며 전작 ‘고양이’에 이어 인간이 아닌 존재(유령)가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 “인간 이외의 존재가 인간 세계를 바라봐야 좀 더 거리를 둘 수 있고 그것이 인간 세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답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그동안 베르베르는 과학부 기자 출신답게 광대한 과학적 지식과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결합시킨 SF 작품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이번 신작에도 과학적인 접근뿐 아니라 사회적 풍자와 철학적인 요소를 듬뿍 가미했다.

이 날 베르베르는 인공지능(AI), 지구가 처한 위험,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등 인류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했다.

전 세계 2,300만 부 판매고를 올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죽음』. ⓒ 김은영/ ScienceTimes

전 세계 2300만 부 판매고를 올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죽음’. ⓒ 김은영/ ScienceTimes

과학기자 출신이 쓴 사후세계, 과학과 영성의 조화 꿈꿔

그는 가장 먼저 자신이 과학기자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운을 뗐다. 이번 신작의 내용이 ‘과학적’이라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을까.

이번 신작은 추리 소설 작가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한 후 자신이 살해되었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며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수사를 벌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는 과학기자라는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인간의 죽음 이후의 세계를 과연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누구나 죽기 전에는 확신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베르베르는 “과학기자 일 때는 좌 뇌를 많이 사용했고 현재 소설을 쓰면서는 우 뇌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아있을 때 이 두 개의 영역을 함께 활발히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베르베르는 “과학기자 일 때는 좌 뇌를 많이 사용했고 현재 소설을 쓰면서는 우 뇌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아있을 때 이 두 개의 영역을 함께 활발히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프랑스 시사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 과학부 기자로 근무했던 베르베르는 지난 25년간 과학과 인류의 미래에 관련된 장르문학 집필에 성공했다. ‘개미’, ‘뇌’, ‘신’ 등 내놓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의 작품은 35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전 세계 23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그의 전작  ‘아버지들의 아버지’는 과학부 기자 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두 명의 과학기자가 인류의 기원에 관한 기사를 쓰기 위해 벌이는 과정을 담았고  ‘뇌’, ‘제3의 인류’에도 그의 과학적 지식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찰이 잘 드러난다.

베르나르는 죽음 이후의 삶을 그렸다고 해서 그것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죽음’이란 우리 삶의 한 챕터”라며 “‘죽음’을 과학이나 종교적인 접근이 아닌 (살아있는 자는) 아무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나라를 가본다는 심정으로 담담하게 풀어봤다”고 밝혔다.

AI로 대체되는 미래, 자신을 개발하고 노력해야

언론사에 재직 당시 개미, 우주정복,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사로 신인 기자 상을 수상하기도 한 베르베르는 과학부 기자 생활을 할 당시의 경험을 소설 속에 녹여내기로 유명하다. 이번 신작 ‘죽음’에는 그가 작가로서 활동하며 겪었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는 대중들에게는 인기 있는 장르문학 작가지만 평론가들에게는 작가 취급도 못 받는다.

책에서는 ‘장 무아지’라는 비평가가 가브리엘을 향해 “한마디로 작가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폄하하며 “좋은 SF작가는 죽은 작가”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베르베르는 이러한 소설 속 이야기가 지금의 프랑스 문단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베르베르는 그러한 주인공의 모습이 프랑스 내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닮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 그는 인터뷰 동안 익살스러운 포즈와 유머를 시종일관 잃지 않았다. ⓒ 김은영/ ScienceTimes

지난 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 그는 인터뷰 동안 익살스러운 포즈와 유머를 시종일관 잃지 않았다. ⓒ 김은영/ ScienceTimes

책에는 그가 작가로서 생각하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견해도 나온다. ‘죽음’에서는 죽은 주인공 작가를 대신해 AI가 글을 쓴다. 가브리엘 웰즈가 생전 남긴 강연록과 메모, 이메일 등 모든 기록을 AI가 분석해 마치 ‘웰즈’처럼 글을 쓴다는 설정이다.

베르베르는 이와 관련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결국에는 AI를 이용해 죽은 작가(예술가)의 소프트웨어로 복제된 작품을 만드는 일은 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도 AI가 그림도 그리고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글도 쓴다. 세상의 모든 직업은 AI에 대체될 위험에 있다”며 “지금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도전과제는 AI로 대체되지 않도록 자신을 개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지구촌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그는 ‘우리는 무엇인가’라는 삶의 질문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질문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작고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죽은 뒤 사후 세계는 없다. 사후세계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동화 같은 이야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와 질문에 베르베르는 비유를 통한 답변을 전했다.

“라디오를 분해한다고 음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죠. 컴퓨터를 부숴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남아있죠. 누구나 죽기 전에는 죽음 이후의 답을 증거로 제시할 수 없어요. 때문에 죽은 뒤의 세계가 존재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겸손하지 않아요.”

그 또한 죽은 뒤 어떤 세계가 펼쳐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살아있을 때 ‘과학’과 ‘영성’의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베르베르는 “우리가 너무 과학적인 것에 집중하거나 그렇다고 영적인 것에만 집중한다면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며 “과학적인 측면을 간직하며 영적인 것을 함께 추구하는 삶을 살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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