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18,2019

70만년간 형성된 세계 최대 모래섬

과학으로 만나는 세계유산 (80) 프레이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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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의 지도를 다시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은 1770년 오스트레일리아 동부 해안에서 아름다운 절경의 섬을 발견했다. 호주 원주민인 어보리진 사이에서 ‘크가리(K’gari)’라고 불리던 섬이었다.

크가리란 자기가 창조한 섬의 아름다움에 감탄한 나머지 천상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야생 동식물을 벗 삼아 그곳에 머물렀다는 여신의 이름으로서, ‘낙원’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섬을 발견한 제임스 쿡 선장은 그 섬이 호주 본토와 연결된 것으로 추정함으로써 당시에서는 섬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1836년 5월 13일 많은 술을 싣고 시드니로 오던 영국 선박 ‘스털링캐슬 호’에 타고 있던 엘리자 프레이저가 출산을 했다. 그런데 마침 그날 스털링캐슬 호는 크가리 섬을 발견했다. 엘리자 프레이저의 남편이자 스털링캐슬 호의 선장이던 제임스 프레이저는 아이의 출산을 기념하기 위해 그 섬에 프레이저라는 이름을 붙였다.

호주 퀸즈랜드주 해안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프레이저 섬은 총면적 1630㎢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섬이다. ⓒ 위키백과 Public Domain

호주 퀸즈랜드주 해안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프레이저 섬은 총면적 1630㎢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섬이다. ⓒ 위키백과 Public Domain

그런데 스털링캐슬 호는 폭풍 속에서 그레이트배리어리프와 충돌해 난파되고 말았다. 선장과 몇몇 선원들이 살아남아 프레이저 섬에 도착했지만, 원주민들에게 살해됐다. 하지만 엘리자 프레이저는 혼자 구조돼 영국으로 돌아갔고,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남겼다. 그렇게 해서 이 섬은 유럽인들에게 프레이저 섬으로 불리게 됐다.

호주 퀸즈랜드주 해안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프레이저 섬은 총면적 1630㎢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섬이다. 최대 길이 122㎞, 너비 15㎞, 최고 높이 250m다.

100% 모래섬에 형성된 열대림

이 섬은 만든 것은 바로 바람이다. 빙하시대부터 바람이 엄청난 양의 모래를 육지에서 이곳으로 날려 보냈고, 그 모래들이 쌓여 섬이 되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모래를 쌓고 침식시키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 이 섬의 토양은 100% 모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섬에는 놀랄 만큼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서식한다. 높이가 50m까지 자라는 키 큰 열대우림이 200m가 넘는 모래언덕 경사면에서 자라는 모습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 섬은 모래에 숲이 형성된 유일한 예이기도 하다.

이 섬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복잡한 모래언덕과 사구호를 꼽을 수 있다. 지난 70만년 동안의 기후 및 해수면 변화에 의해 이 섬에는 거대한 모래언덕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졌다. 섬에서 가장 높은 모래언덕은 해발 250m에 달한다.

모래언덕에 고인 물은 사구호(砂丘湖, dune lake)를 이루는데 약 40개의 사구호들이 섬에서 발견된다. 세계의 담수 사구호 중 절반가량이 이곳에 모여 있는 셈이다. 이 호수들은 낙엽, 나무껍질, 죽은 식물 같은 유기물질들이 바람에 의해 움푹 파여진 땅에 쌓이고 단단해지면서 형성됐다.

열대우림과 움직이는 모래언덕, 호수들이 어우러져 프레이저 섬은 장관을 연출한다. 호수 중에서 절경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 맥켄지 호수다. 하얀 모래 위에 수정 같이 파란색으로 빛나는 이 호수는 날씨 좋은 날 푸른 하늘을 반사하면서 만들어내는 풍경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맥켄지 호수의 모래사장은 순수한 실리카에 가까워 피부의 각질 제거나 보석을 닦는 데에도 좋다.

아름다운 경치만큼이나 생태계 또한 다양하다. 공해와 오염이 없는 이 섬에는 240종이 넘는 희귀 야생조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호주 남부에서 시베리아의 번식지까지 날아가는 철새들에게 이 섬은 특히 중요한 곳이다. 8월부터 10월까지는 남극에서 헤엄쳐 온 혹등고래 떼가 지나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파괴된 산림, 수에즈운하 건설에 사용돼

또한 이 섬에 있는 딩고는 호주 동부에 남아 있는 딩고들 중 가장 순종으로 알려져 있다. 딩고는 수천년 전 가축견이 사람에 의해 호주로 도입된 후 들개처럼 야생화된 동물로서, 오스트레일리아들개라고도 한다. 생김새는 마치 잡종견이나 진돗개처럼 양순하게 보이지만, 가끔 사람을 공격하는 사고가 일어날 만큼 위험한 동물이다. 오랜 세월 동안 호주의 거친 환경에 적응하느라 성격이 매우 공격적이고 거칠어진 탓이다.

그밖에 날여우나 박쥐, 왈라비 등의 동물이 서식한다. 캥거루와 비슷하게 생긴 왈라비는 딩고의 주요 사냥감이다. 이 섬의 호수에는 ‘산성 개구리(acid frog)’라는 특이한 이름의 개구리들이 서식한다. 프레이저 섬의 호수들은 높은 산성과 적은 영양분 때문에 수중 동물이 서식하기 까다롭다. 그러나 이 개구리들은 이곳의 산성 조건을 견딜 수 있다.

조개무지, 카누, 벌통이 제거된 흔적 등의 증거로 보아 프레이저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500년~2000년 가량 된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원주민 배드트얄라족과 카비카비족이 이 지역과 문화적 관계를 맺고 있었다.

1860년 프레이저 섬은 호주 원주민 보호구역으로 공고되었으나 곧 해제되고 말았다. 가치 높은 방대한 산림 때문이었다. 백인들은 원주민을 쫓아내고 나무를 마구 베어 산림을 파괴했다. 그중 대부분은 당시 수에즈운하를 건설하는 데 사용됐는데, 이 섬에서만 볼 수 있는 몇몇 희귀한 나무들은 물속에 잠겨도 잘 썩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무가 잘려나간 지역에는 모래언덕만 남았는데, 그 모래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1970년대 들어 모래 채취업자들에 의해 모래 역시 희생의 대상이 된 것이다. 결국 1976년 프레이저 섬 환경위원회가 이곳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더 이상의 파괴를 막을 수 있었다. 그레이트 샌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프레이저 섬은 1992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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