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2017 인기 과학논문 베스트 10은?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영국 과학논문 조사기관 '알트메트릭' 선정

영국의 과학논문 조사기관인 알트메트릭(Altmetric)은 연말에 ‘올해의 인기논문 베스트 100’을 선정한다. 이 경우 학술적인 평가뿐 아니라 언론이나 일반대중의 반응까지 포함해 논문지수를 산정한다. 즉 뉴스 이야기, 블로그 포스트, 트위트, 페이스북 포스트, 구글플러스 포스트, 비디오, 위키피디아 참고문헌 등의 인용횟수를 수치화한다. 따라서 알트메트릭 논문지수가 높을 경우 그만큼 화제가 됐다는 뜻이다.

얼마 전 공개된 2017년 인기논문 베스트 100가운데 베스트 10을 보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의학 관련 논문이 다수임을 알 수 있다. 건강이 사람들의 주된 관심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머지 11위에서 100위까지 논문이 궁금한 독자는 다음 사이트(www.altmetric.com/top100/2017)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1위(논문지수 5876): 고지방보다 고탄수화물이 건강에 더 해롭다 (‘랜싯)’ 2017년 11월 4일자)

고지방 식단이 심혈관계질환을 일으키고 사망률을 높인다는 의학상식이 틀렸다는 대규모 역학 조사 결과가 가장 주목을 받았다. 캐나다 맥마스터대를 주축으로 하는 다국적 공동연구자들은 18개국 13만5335명을 대상으로 평균 7.4년에 걸쳐 식단과 질병, 사망률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

즉 식단에서 지방 비율이 상위 20%는 하위 20%에 비해 사망률이 23% 낮은 반면 식단에서 탄수화물 비율이 상위 20%는 하위 20%에 비해 사망률이 28% 더 높았다. 즉 고지방 식단보다 고탄수화물 식단이 건강에 더 해롭다는 말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나쁜 지방’으로 알려진 포화지방 비율이 상위 20%인 경우가 하위 20%에 비해 뇌졸중 위험성이 오히려 21% 더 낮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기존 의학상식이 영양 과잉인 선진국의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조사대상 18개국 가운데 선진국은 세 나라, 중진국은 11개 나라, 후진국은 네 나라다.

2위(논문지수 5060): 박사과정학생 세 명에 한 명은 정신건강 위기 (‘연구정책’ 2016년 5월호)

박사졸업장이 말을 하던 시대는 예전에 지나갔다는 게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닌 것 같다. 벨기에 겐트대를 비롯한 다국적 연구자들은 박사과정 학생의 32%가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힘든 학위과정을 마쳐도 앞날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OECD 나라들의 신규 박사수는 2000년 15만8000명에서 2012년 247000명으로 56%나 늘어난 반면 이에 걸맞는 일자리수의 증가폭은 미미했다.

한편 많은 박사과정학생들이 정신적인 위기를 겪으면서도 이를 공개해 도움을 받기를 꺼리는데 혹시라도 기록이 남아 훗날 불이익을 받게 될까 걱정해서라고 한다. 이러다보니 박사과정 도중하차하는 비율이 30~50%에 이르고 있다. 연구자들은 수요와 공급을 고려한 정원조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3위(논문지수 4715): 여의사가 담당하면 사망률과 재입원률 낮다 (‘JAMA내과학’ 2017년 2월호)

환자가 남자의사와 여자의사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면 여의사를 택하는 게 낫다는 연구결과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의 공동연구자들은 중병으로 입원한 65세 이상 환자들의 경과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 즉 담당의가 여성인 경우 사망률은 11.07%로 남성인 경우의 11. 49%보다 낮았다. 재입원률 역시 담당의가 여성인 경우 15.02%로 남성인 경우의 15.57%보다 낮았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여의사들이 진료가이드라인을 잘 따르고 검사결과에 바탕을 둔 치료를 하는 경향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의사들은 자신의 경험과 감을 너무 믿다가 환자를 더 힘들게 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4위(논문지수 4510): 인간배아에서 질병 유전자 돌연변이 교정 성공 (‘네이처’ 2017년 8월24일자)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캐스9 기술을 이용해 인간배아에서 비대성심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변이 유전자를 교정하는데 성공한 연구결과가 인기 논문 4위에 올랐다. 10위까지 논문들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 연구진(기초과학연구연 김진수 교수팀 등)이 참여했다. 자세한 내용은 ‘유전자편집, 임상시대 오나?’(2017 과학뉴스(7) 유전자편집) 참조.

5위(논문지수 4410): 여섯 살만 돼도 여자는 수학물리 못 한다는 편견 가져 (‘사이언스’ 2017년 1월 27일자)

남자는 수학과 물리학을 잘하고 여자는 생물학이 어울린다는 편견이 여전한가 보다. 실제로 물리과학 분야의 여성 비율은 생물과학 분야의 여성 비율 보다 훨씬 낮다. 뉴욕대 등 미국 공동연구자들 5, 6, 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성이 똑똑한가를 물은 결과 6세와 7세 여아의 경우 여자가 남자에 비해 똑똑하지 못하다고 답했다고 보고했다.

또 머리를 쓰는 놀이일 경우 6세와 7세 여아들은 관심도가 낮았다. 반면 힘든 놀이에서는 관심도의 차이가 없었다. 즉 머리를 많이 쓰는 게임은 자신들과 맞지 않는 놀이라고 판단한다는 말이다. 이런 편견이 공부로도 이어져 수학과 물리를 기피하게 된다는 것. 이처럼 어린 나이에 남녀의 지적능력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는 건 주변 환경, 특히 부모와 교사의 태도 때문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했다.

6위(논문지수 4281): 27년 사이 날벌레 76%나 줄었다 (‘플로스 원’ 2017년 10월 18일자)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를 비롯한 유럽의 공동연구자들은 지난 27년 사이 독일의 자연보호구역의 날벌레 생물량(biomass) 변이를 조사한 결과 무려 76%가 줄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저자들은 그동안 종의 변화에만 관심을 집중했지 생물량 변화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했지만 실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후자가 오히려 더 크다고 주장했다. 설사 멸종된 종이 없더라도 개체수가 급감하면 생태계가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곤충은 야생 식물 수분의 80%를 차지하고 새 먹이의 60%를 차지한다. 곤충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미국에서만 연간 570억 달러(약 61조 원)에 이른다. 연구자들은 기후변화나 토지용도변경 등의 요인으로는 이런 날벌레 생물량 급감을 설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7위_2016년 지구촌 소년의 체질량지수 분포. 우리나라도 꽤 높은 편에 속함을 알 수 있다.  ⓒ 랜싯

7위_2016년 지구촌 소년의 체질량지수 분포. 우리나라도 꽤 높은 편에 속함을 알 수 있다. ⓒ 랜싯

7위(논문지수 4016): 지구촌 아이들도 뚱뚱해지고 있다 (‘랜싯’ 2016년 12월 16일자)

1975년에서 2016년까지 40여년에 걸쳐 지구촌 아동과 청소년의 체질량지수(BMI) 변화 추이를 분석한 논문이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저체중은 줄고 과체중과 비만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저체중인 아이들이 비만인 아이들보다 많은 것으로 나왔다.

국제연구기관인 NCD위험요소협력(NCD-RisC)는 5세에서 19세인 아이 3150만 명을 대상으로 체질량지수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 현재 여아 7500만 명과 남아 1억1700만 명이 저체중인 반면 여아 5000만 명과 남아 7400만 명이 비만이라고 추정했다. 즉 남아시아(인도)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는 여전히 영양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한편 최근 들어 서구 아이들의 체질량지수 변화는 정체를 보였지만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아이들과 동남아시아의 소년들에서는 체질량지수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보고했다. 최근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만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다. 어린 시절 저체중은 감염질환과 성장부진의 위험 요인이고 비만은 대사질환의 위험 요인이므로 양 극단을 줄이는데 세계 어른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8위(논문지수 3985): 호박에 갇힌 깃털 난 공룡 꼬리 (‘커런트 바이올로지’ 2016년 12월 19일자)

미얀마에서 발견된 9900만 년 전 호박 속에 깃털로 덮인 공룡의 꼬리가 들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국지질대학을 비롯한 국제 공동연구자들은 송진이 굳어 만들어진 광물인 호박(琥珀) 속에 들어있는 길이 3.7cm인 노끈처럼 생긴 불순물이 9900만 년 전 살았던 공룡의 꼬리로 그 주인공은 수각류인 코엘루로사우르 새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꼬리의 깃털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깃대에 깃가지가 엇갈리게 붙어있고 깃가지에는 작은 깃가지가 촘촘히 붙어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새끼 공룡은 참새 정도 크기로 추정되는데 다 자라면 타조만한 크기로 날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깃털의 형태가 완벽하게 진화돼 있어서 깃털의 초기 역할이 비행보다는 보온이라는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다.

8위_9900만 년 전 호박에 갇힌 공룡의 꼬리는 깃털로 덮여있는데, 깃털의 구조가 이미 완벽하게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 커런트 바이올로지

8위_9900만 년 전 호박에 갇힌 공룡의 꼬리는 깃털로 덮여있는데, 깃털의 구조가 이미 완벽하게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 커런트 바이올로지

9위(논문지수 3920):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임상 성공 (‘랜싯’ 2017년 2월 4일자)

지난 2013~2016년 대유행으로 서아프리카에서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세계보건기구(WHO) 주도의 다국적 연구자들은 에볼라 백신 rVSV-ZEBOV의 임상이 성공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표면의 당단백질 유전자를 수포성구내염 바이러스 게놈에 넣어 만든 이 백신을 에볼라 발생 지역 사람들 5837명에게 주사한 결과 10일 이후 에볼라에 걸린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한편 백신을 맞은 사람 가운데 53.9%나 되는 3149명이 부작용을 보고했지만 대부분 두통과 피로 등 가벼운 일시적 증상이었고 두 명만이 알레르기 발작 등 심한 상태였으나 회복됐다.

1976년 첫 보고된 에볼라는 간헐적으로 발생하면서 수십 명, 때로는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여겨져 백신개발이 지지부진했다. 지난 대유행으로 큰 피해를 입은 뒤에야 백신이 개발돼 보급되기 직전 단계에 온 게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10위(논문지수 3837): 인공자궁으로 가는 첫 삽 떴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2017년 6월 10일자)

임신연령이 높아지면서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하는 미숙아 출산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아동병원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인공양수가 채워진 인공자궁인 ‘바이오백(Biobag)’을 만들어 인큐베이터로는 살리기 힘든 극단적인 미숙아도 살릴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임신 107일차인 양 태아를 어미 자궁에서 꺼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인공자궁에 넣어 키우는 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을 사람에게 적용할 경우 미숙아의 생존 가능 시기를 4주 앞당길 수 있다. 앞으로 인공자궁 연구가 계속될 경우 언젠가는 수정란을 인공자궁에 착상시키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10위_미국의 연구자들은 임신 107째인 양 태아를 인공자궁에 옮겨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왼쪽은 임신 111일차, 오른쪽은 135일차로 양 태아가 인공자궁 속에서 잘 자랐음을 알 수 있다.  ⓒ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0위_미국의 연구자들은 임신 107째인 양 태아를 인공자궁에 옮겨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왼쪽은 임신 111일차, 오른쪽은 135일차로 양 태아가 인공자궁 속에서 잘 자랐음을 알 수 있다. ⓒ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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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김영재 2017년 12월 29일3:35 오후

    박사과정생의 셋 중 하나가 정신건강의 위기에 내몰린단다.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위험요소가 손꼽힌다. 앞날이 보장되면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낮아진다면 그 가정 역시 불투명하다. 학위가 학문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체념과 지족知足이 충분조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문을 명예를 위한 왕관으로 생각지 말아라. 생계를 위한 도끼로 생각지도 말라고 탈무드에서는 말한다. 말은 쉽다. 실천은 거의 불가능하다. 학문의 좁은 문을 들어갈 수 있는, 학문에 안주할 수 있는, 학문을 학문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참 어려운 게 학문이라는 말이다. 예술은 몇 년간의 정진이 결실을 맺고 그에 따른 희열을 느낄 때 그 보답으로 예술가라는 칭호를 부끄럽지 않게 베풀어 줄 수도 있는 마력이 있다. 그러나 학문은 그 연한과 정진과 업적에 무관히 학자라는 말을 선뜻 내어주지 않는다/

    체질은 다혈질에서 점액질로 바뀔 수 있다. 하나의 어휘, 한 줄의 전거, 한 마디의 정의를 위하여 수많은 자료와 전거를 뒤지는 행위가 당연하다고 다독일 수 있다. 섬광 같은 예지가 번득이는 희열의 순간을 영속화하기 위해 배전의 시간과 열정을 기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순간을 고착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도, 보장도 없다. 학문이 그대를 버리더라도 서러워하지 말라는 말로 겨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그 학문인가 하고 한숨으로 추억할 따름이다. 몇 계단을 올라가면 또 수십 계단이 기다리는 것만 보이는 것이 학문이라는 것이다/

    왕관의 유혹과 도끼의 채근을 이기는 것은 오히려 쉽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왜 나만 이렇게 곤궁한가 하고 반구제기反求諸己의 자책은 나이가 들면서 체념에 따른 보상으로 갚아질 수 있다. 결국 얼마나 빨리 자신을 직면할 수 있느냐가 학문의 정립인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하는 과업이 학문이로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더라도 그 보답은 개념화 논리화한 현재가 초월화 초탈화한 미래의 자신을 꿰뚫어보고 확신할 수 있을 때, 왕관과 도끼를 밀친 자신의 결벽과 지조에 미소 지을 때 얻어질 수도 있는 것인 모양이다/

    -2위(논문지수 5060): 박사과정학생 세 명에 한 명은 정신건강 위기 (‘연구정책’ 2016년 5월호)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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