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호흡 고르면 마음 안정되는 이유

[과학에세이]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213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워낙 많다보니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요가나 명상을 배워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명상은 말할 것도 없고 나름 몸을 쓰는 요가에서도 가장 중요시하는 건 호흡이다. 호흡이 흐트러지면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도 놀라거나 화가 많이 나 패닉상태에 빠지려할 때 주위에서 심호흡을 하면서 흥분을 가라앉히라고 조언한다. 실제 숨을 고르다보면 마음이 좀 가라앉는 것 같기도 하다.

얼핏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 현상은 그러나 호흡의 본질적 기능을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즉 숨을 들이쉬어 폐에 산소를 공급하고 숨을 내쉬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공기를 내보내는 게 호흡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하면 호흡과 각성상태가 연결돼 있는 게 생존에 유리하다. 즉 흥분할 때 호흡이 빨라지는 건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는 격렬한 신체활동(싸움 또는 도망)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진화론적 해석이 그럴듯하다. 보통 이런 작용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호흡을 조절하면 각성 정도를 낮출 수 있다는 말이다.

명상을 통해 호흡을 조절하면 마음이 안정된다. 최근 이 과정에 관여하는 뇌회로가 발견됐다. ⓒ ScienceTimes

명상을 통해 호흡을 조절하면 마음이 안정된다. 최근 이 과정에 관여하는 뇌회로가 발견됐다. ⓒ ScienceTimes

뇌간에서 벌어지는 일들  

학술지 ‘사이언스’ 3월 31일자에는 호흡과 각성상태를 연결하는 뇌회로를 찾았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LA캘리포니아대 공동연구자들은 생쥐의 연수(medulla)에 있는 전(前)뵈트징어복합체(preBötzinger complex)의 뉴런 일부가 뇌교(pons)에 있는 청반(locus coeruleus)에 호흡의 신호를 보내 각성상태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연수와 뇌교는 뇌간에 있는 조직이다. 뇌간은 호흡조절, 의식, 체온조절 등 생명유지에 중요한 영역이다. 대뇌나 소뇌가 손상돼도 살 수 있으나 뇌간이 손상되면 바로 죽는다.

전뵈트징어복합체는 작은 조직으로 생쥐의 경우 뉴런이 3000여개에 불과하지만 호흡조절에 핵심 역할을 한다. 즉 전뵈트징어복합체에서 호흡의 리듬을 발생시키면 그 신호가 VRG전(前)운동뉴런을 통해 근육으로 전달돼 들숨과 날숨을 쉬게 된다. 연구자들은 전뵈트징어복합체를 이루는 뉴런의 유전자발현패턴을 분석하다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즉 3000여 개 뉴런 가운데 175개 정도에서 Cdh9와 Dbx1 두 유전자의 발현이 유난히 높게 나온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들 뉴런이 어떤 특화된 기능을 할지 모른다고 가정하고 최신 유전자 기법을 써서 이들 뉴런을 고장 냈을 때 호흡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알아봤다. 얼핏 보기에는 호흡에 이렇다 할 문제가 나나타지 않았지만 면밀히 관찰한 결과 생쥐들이 호흡이 좀 느리고 지나치게 침착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새로운 환경에 두었을 때 정상 생쥐는 시간의 87%를 탐색활동에 보내지만 전뵈트징어복합체의 특정 뉴런이 고장 난 녀석들은 62%에 그쳤다. 반면 털을 고르는 시간은 세 배 더 길었고(10% 대 31%)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도 두 배 더 길었다(3% 대 7%).

생쥐의 뇌 단면으로 왼쪽이 앞이다. 뇌간의 연수에 있는 전뵈트징어복합체(preBötC)에서 발생된 리듬의 신호가 VRG전운동뉴런을 통해 근육에 전달돼 호흡을 하게 되고 청반(LC)으로 전달돼 각성 등 뇌 전반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사이언스

생쥐의 뇌 단면으로 왼쪽이 앞이다. 뇌간의 연수에 있는 전뵈트징어복합체(preBötC)에서 발생된 리듬의 신호가 VRG전운동뉴런을 통해 근육에 전달돼 호흡을 하게 되고 청반(LC)으로 전달돼 각성 등 뇌 전반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사이언스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이 청반이 고장 났을 때 보이는 행동가 비슷하다는 점을 간파했다. 청반은 기억과 정서, 주의집중, 각성, 수면주기의 조절에 관여하는 조직으로 뉴런의 축삭이 뇌의 거의 전체에 걸쳐 뻗어있다. 따라서 전뵈트징어복합체의 특정 뉴런이 보내는 신호가 청반을 자극하고 그 결과 뇌의 전반적인 활동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자들은 실험을 통해 두 부분의 네트워크가 실제 존재함을 확인했다. 즉 청반이 받는 신호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이 전뵈트징어복합체에서 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청반의 신호도 전뵈트징어복합체의 활동에 영향을 주는 양의 피드백 현상을 보인다.

사람에서도 이런 회로가 존재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연구자들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결국 우리가 요가나 명상으로 호흡을 가다듬는 건 전뵈트징어복합체의 특정 뉴런을 잠재우려는 노력일지도 모른다.

심장의 박동이나 폐의 호흡 모두 자율신경계의 조절을 받는다. 그럼에도 둘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호흡은 우리 의지로 멈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숨을 다스릴 수 있어야 성숙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10434)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