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17,2019

형광 발하는 개구리 있다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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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미국의 한 연구진이 형광 고양이를 만들어 공개해 화제가 됐다. 온 몸에 녹색 형광펜용 잉크를 뿌린 듯 어두컴컴한 배경에서 선명한 녹색으로 빛나는 고양이가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안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구자들은 고양이 난모세포에 해파리의 형광단백질 유전자를 집어넣은 뒤 인공수정으로 형광 고양이를 얻었다.

형광(fluorescence)이란 어떤 분자가 파장이 짧은(에너지가 큰) 빛을 흡수한 뒤 그보다 파장이 긴(에너지가 작은) 빛을 내놓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해파리에서 발견한 녹색형광단백질은 푸른빛이나 자외선을 흡수한 뒤 녹색빛을 낸다. 20세기까지도 해양생물만이 형광을 낸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2002년 형광을 내는 앵무새가 발견돼 육상생물의 첫 사례가 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양서류 7600여 종 가운데 형광을 내는 개구리가 처음 발견됐다. 아래는 백색광(대낮)을 비췄을 때 모습이고 위는 자외선/청색광을 비췄을 때 선명한 녹색 형광을 발하는 모습이다. ⓒ PNAS

지금까지 알려진 양서류 7600여 종 가운데 형광을 내는 개구리가 처음 발견됐다. 아래는 백색광(대낮)을 비췄을 때 모습이고 위는 자외선/청색광을 비췄을 때 선명한 녹색 형광을 발하는 모습이다. ⓒ PNAS

청색과 녹색 파장에서 피크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에는 아르헨티나에 사는 청개구리인 힙시보아스(Hypsiboas punctatus)가 형광을 낸다는 사실을 보고한 논문이 실렸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 등 공동연구팀은 힙시보아스의 반투명한 연둣빛 피부의 구조를 밝히는 과정에서 무심코 자외선/청색광을 비추자 선명한 청록색 형광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파장대별로 분석한 결과 390~430nm(나노미터)의 빛을 흡수해 450~470nm(청색)에서 최대 피크, 505~515nm(녹색)에서 두 번째 피크를 보이는 형광을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개구리 피부에서 형광을 내는 탄소 22개로 된 분자를 찾아 힐로인(Hyloin)이라고 이름 붙였다.

연구자들은 힙시보아스와 가까운 친척인 개구리들도 형광을 내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힙시보아스는 왜 형광을 낼까.

아직 이에 대해 명쾌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연구자들은 개구리들이 서로의 눈에 잘 띄기 위해서일 거라고 추측했다. 즉 빛이 밝은 낮에는 형광이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가 없지만 주위가 어둑어둑한 해질 무렵이나 보름달이 뜬 밤에는 형광이 큰 역할을 한다.

이때에는 개구리 몸에서 나오는 빛의 18~29%를 형광이 차지한다. 흥미롭게도 힐라(Hyla cinerea)라는 청개구리의 경우 주위가 어둑어둑할 때 빛을 감지하는 막대세포가 두 종류 있는데 최대 감도가 각각 435nm와 503nm로 힙시보아스가 내는 형광의 최대 파장대와 일치한다.

우리나라에 사는 청개구리도 자외선/청색광을 비춰보면 혹시 형광을 낼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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