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행복한 추억만 떠올리는 심리는?

21세기는 신드롬 시대 (11) 무드셀라 증후군

경기가 안 좋을수록 사람들은 과거로 회귀하고 싶어하는 심리적 경향이 강해진다. 현실의 삶이 팍팍하다보니 과거의 행복했던 때를 기억하며 ‘그때가 좋았는데…’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만을 떠올리며 사는 무드셀라 증후군 환자들이 늘고 있다 ⓒ knhp.co.kr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만을 떠올리며 사는 무드셀라 증후군 환자들이 늘고 있다 ⓒ knhp.co.kr

이 같은 개인의 심리적 증상이 사회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날 때, 이를 ‘무드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이라 부른다. 좋은 기억은 회상하고 좋지 않은 기억은 빨리 지워버리려는 퇴행심리로서, 일종의 현실 도피 심리라 할 수 있다.

생소한 이름을 가진 이 증후군은 성경의 구약성서에서 유래됐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무드셀라는 969세를 살았던 최장수 인물로 유명하다. 무려 일천년 가까운 세월을 살았던 인물이다 보니 세간에서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때 세대를 넘나들며 장수했던 그를 모델로 하여 ‘무드셀라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붙인 것이다.

괴로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도피심리

증후군의 증상이 시간 또는 나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보니, 무드셀라 증후군은 주로 60대 이상의 노년층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특히 과거에는 잘 나갔지만, 현재는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서 해당 증후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혹자는 무드셀라 증후군이 괴로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도피심리이기 때문에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심리 상태라고 평가한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고 해서 실제로 현실이 변화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 전문가들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물론 하루 종일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만을 떠올리며 지내는 것은 문제이지만, 때로는 이런 심리가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주는 희망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에 영국의 사우샘프턴대 심리학과 연구진이 진행했던 무드셀라 증후군 관련 실험내용을 살펴보면 이런 주장이 상당한 근거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드셀라 증후군은 주로 60대 이상의 노년층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무드셀라 증후군은 주로 60대 이상의 노년층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 free image

연구진은 우선 실험에 참여한 60여 명을 2개의 집단으로 나눈 후, 한 집단은 과거의 즐거웠던 시절을 병적으로 자주 기억하는 무드셀라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로 구성했다. 그리고 나머지 집단은 냉철하지만 매사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로 채웠다.

이어서 이들 두 집단에게 자연재해와 관련된 책을 읽게 했다. 책의 내용은 자연재해로 인해 순식간에 발생한 피해와 비극 등,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모든 슬픔과 낙심이 가득 담긴 부정적인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었다.

연구진은 책을 읽고 난 후 두 집단의 심리적 반응을 살펴봤다. 그러자 무드셀라 증후군에 걸린 집단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 비해 미래를 보다 희망적으로 보고,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감도 이어가는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서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번 실험을 진두지휘한 사우샘프턴대 심리학과의 콘스탄틴 세디키데스(Constantine Sedikides) 교수는 “비관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울적한 마음을 극복하는데에는 무드셀라 증후군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하며 “특히 무드셀라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현실 극복은 물론 미래 계획을 수립하는 일도 더 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과거의 행복하고 즐거웠던 추억을 자주 떠올리는 것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자주 추억에 잠기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에 1주일에 2~3회 정도가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무드셀라 증후군의 심리를 이용한 복고 마케팅

다른 증후군들과는 달리 무드셀라 증후군의 경우는 사람이라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심리들이다. 아무리 냉혈한 같은 사람이라도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을 조금씩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들어서는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기법이 유행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레트로(Retro) 마케팅’이다. 이른바 ‘복고 마케팅’이라고도 불리는 레트로 마케팅은 기업이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추억을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요즘 휴대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노키아(Nokia)社의 신제품인 ‘3310 모델’을 꼽을 수 있다. 휴대폰 신제품이라고 하니 당연히 첨단 스마트폰이라 생각하겠지만, 이 모델은 20년 전에 유행했던 피처폰이다.

레트로 마케팅으로 휴대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노키아의 3310 모델 ⓒ NOKIA

레트로 마케팅으로 휴대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노키아의 3310 모델 ⓒ NOKIA

노키아社가 올해 이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시장은 모두의 예측과는 달리 움직였다. 비록 20년 전에 출시됐던 모델이지만, 경이로운 출고량을 기록했던 모델인지라 사용자들의 향수를 강하게 자극했다.

실제로 제품이 출시되자 시장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신제품 행사장에서 수많은 관람객들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아직 결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통신업계는 3310 모델이 노키아의 부활을 이끌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 해 케이블 채널 드라마의 돌풍을 일으켰던 ‘응답하라 19○○’ 시리즈도 레트로 마케팅이 제대로 적용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드라마 시리즈들은 학창시절을 그리워하는 중년의 시청자들에게 잠시동안이나마 그때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제공하여 엄청난 인기를 끈 바 있다.

한편 무드셀라 증후군과는 정반대의 개념을 가진 증후군도 있어서 주목을 끌고 있는데, 바로 과거의 나쁘고 비극적인 사실들만 기억하는 증후군으로서 이를 ‘순교자 증후군’이라고 한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순교자 증후군의 대표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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