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해와 달은 비슷한 길을 간다

이태형의 생활천문학 64

2016.08.25 09:34 사이언스타임즈 관리자

한 달 이상 계속되던 무더위가 서서히 끝을 보이고 있다.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면서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화요일은 24절기 중 처서(處暑)였다. 처서는 말 그대로 더위를 처분하는 날이다. 이 날은 태양이 가장 높이 뜨는 날인 하지를 기준으로 약 두 달 정도 지난 날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으로부터는 한 달 정도 전이다.

기간으로만 보면 하지와 추분 사이의 2/3쯤에 해당하는 위치지만 한 낮의 태양 남중 고도로만 보면 거의 중간에 해당한다. 하지 이후 두 달 동안 조금씩 태양의 고도가 변했다면 앞으로 한 달 동안은 그 두 배 정도 속도로 태양의 고도가 빠르게 낮아질 것이다. 더위가 더 이상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이유이고, 낮이 빠르게 짧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태양의 고도가 가장 빠르게 변하는 시기는 춘분과 추분을 전후로 앞뒤로 한 달씩 정도이다. 따라서 앞으로 두 달 정도는 하루가 다르게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면서 낮의 길이가 짧아질 것이다.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이 있다. 바로 보름달의 고도이다. 해와 달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같은 길을 간다. 여름에는 해가 높이 뜨는 대신 보름달이 낮게 뜬다. 반대로 겨울에는 해가 낮게 뜨는 대신 보름달이 높게 뜬다. 왜 그럴까? 이번 주에는 해와 달이 움직이는 길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태양 고도의 변화. ⓒ 천문우주기획

태양 고도의 변화. ⓒ 천문우주기획

태양이 움직이는 길 황도

하늘에서 태양이 움직이는 길을 황도라고 한다. 황도는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지구가 움직이기 때문에 태양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길이다. 지구는 똑 바로 선채로 태양을 도는 것이 아니라 약간 기울어져서 태양을 돈다. 지구의 공전 축에 대해 자전축이 기울어진 각도가 23.5도(정확히는 23.44도)라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많이 들었을 것이다.

북반구를 기준으로 할 때 여름에는 지구의 자전축이 태양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따라서 여름에는 태양이 높이 뜨고, 겨울에는 지구 자전축이 태양의 반대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태양이 낮게 뜬다. 물론 남반구는 북반구와 반대이다.

그런데 남반구의 여름이 북반구의 여름보다 조금 더 덥다. 그 이유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1월 초순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즉, 같은 여름이라도 태양이 지구에 더 가까운 남반구 여름의 평균기온이 북반구보다 높다.

계절에 따른 황도의 위치. ⓒ 천문우주기획

계절에 따른 황도의 위치. ⓒ 천문우주기획

달이 움직이는 길 백도

달이 공전하면서 지나가는 길을 백도라고 한다. 백도는 지구의 공전궤도, 즉 황도에 대해 약 5도밖에 기울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지구에서 볼 때 달은 황도에서 5도 이상 벗어나지 않고 움직인다. 행성들도 황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곳에 위치한다.

이는 태양계의 기원과 관련이 있다. 태양계는 수소와 같은 가스들이 회전하면서 수축하여 만들어졌다. 수축하면서 속도가 빨라진 가스들은 피자 빵처럼 납작하고 거대한 소용돌이 원반으로 변했고, 그 중심에 태양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원반의 남은 물질들이 모여져 행성과 위성이 됐다.

결국 행성이나 위성들도 같은 원반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거의 같은 평면에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것이다. 달의 궤도인 백도나 행성들의 궤도가 황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유이다.

달의 궤도인 백도와 태양의 궤도인 황도. ⓒ wikipedia.org

달의 궤도인 백도와 태양의 궤도인 황도. ⓒ wikipedia.org

고흐 그림 속 일출과 월출 찾기

달이 황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움직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하자. 보름달은 지구에서 볼 때 태양의 정 반대편에 있는 달이다. 만약 여름철이라면 태양이 있는 곳은 황도의 높은 곳이고, 그 반대편인 황도의 낮은 곳이 바로 보름달이 위치하는 곳이다. 여름에 해가 높이 뜨고, 보름달이 낮게 뜨는 이유이다. 물론 겨울에는 반대로 해가 낮게 뜨고 보름달이 높게 뜬다.

다음 두 그림은 고흐가 1889년 여름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아를(Arles)의 같은 장소에서 그린 그림이다. 하나는 일출이고 하나는 월출이다. 그런데 그림 속 모습만으로는 어느 쪽이 일출이고 월출인지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고흐가 1889년 여름에 그린 그림 왼쪽이 (1)번, 오른쪽이 (2)번). ⓒ Free Photo

고흐가 1889년 여름에 그린 그림 왼쪽이 (1)번, 오른쪽이 (2)번). ⓒ Free Photo

고흐가 두 그림을 그린 시기는 여름이다. 해는 춘분과 추분에 정확히 동쪽에서 떠서 정확히 서쪽으로 진다. 이때가 바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때이다. 해는 춘분이 지나면 북쪽으로 올라가 낮의 길이가 길어진다. 반대로 추분이 지나면 남쪽으로 내려가 낮의 길이가 짧아진다. 물론 보름달이 뜨는 위치는 반대로 여름에는 남쪽으로 내려가고, 겨울에는 북쪽으로 올라간다.

그림 속에서 해와 달이 뜨는 방향은 동쪽이다. 동쪽을 기준으로 하면 왼쪽이 북쪽이고, 오른쪽이 남쪽이다. 방향이 잘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동쪽에 있는 울릉도와 독도를 생각하면 된다. 울릉도의 왼쪽이 북쪽이고 오른쪽이 남쪽인 것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것이다.

자, 그럼 다시 그림을 보자. (1)번 그림에 비해 (2)번 그림의 둥근 원이 더 왼쪽에 가 있다. 즉 더 북쪽에 치우쳐 뜨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여름철이라면 (2)번 그림이 일출이고 (1)번 그림이 월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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