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화학자 케쿨레는 벤젠의 구조식을 연구하던 중 꿈을 꾸었다. 낮잠을 자면서 그가 꾼 꿈은 바로 뱀꿈이다. 원자들이 결합된 긴 사슬이 빙빙 돌다가 갑자기 뱀 한 마리가 자신의 꼬리를 물어 고리를 만들었던 것. 깜짝 놀라 깨어난 그는 거기서 힌트를 얻어 탄소 6개와 수소 6개로 이루어진 벤젠의 고리형 구조를 밝혀냈다.
영국의 과학비평가 아서 케스틀러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꿈 중의 하나로 이 꿈을 꼽았다. 그런데 화학 역사에는 이보다 더 위대한 발견으로 이어진 꿈이 또 하나 있다. 러시아의 화학자 디미트리 멘델레예프가 1869년 어느 날 낮잠을 자면서 꾼 꿈이 바로 그것.
당시 그는 원자량이 가장 가벼운 수소부터 차례로 원소들의 이름을 나열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원소들의 성질이 주기적으로 놀랄 만큼 비슷하게 나타났던 것. 이후 여러 원소들 사이의 특성 및 규칙성을 연구하던 그는 꿈속에서 자신이 구상하던 주기율표를 봤다. 그런데 그 원소들의 배열은 마치 누가 정해놓기라도 한 듯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멘델레예프는 그 꿈을 바탕으로 주기율표를 만들어 그해 3월 6일 ‘원소의 구성 체계에 대한 제안’이라는 논문을 러시아 화학회에서 발표했다. 원자량 순으로 배열된 그 주기율표는 원소들 간의 관계를 명쾌히 설명하고 있었다.
멘델레예프 이전에도 그와 유사한 주기율표를 발표한 과학자들이 있었다. 1862년 프랑스 광물학자 샹쿠르투아와 1864년 영국의 공업화학자 존 뉴랜즈가 발표한 연구결과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연구 결과와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미발견 원소들의 특성까지 예측
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원소만을 배열해 주기율표를 만들었다. 그에 비해 멘델레예프는 당시까지 발견된 63개의 원소들을 모두 배열했으며, 게다가 언젠가는 발견될 원소라며 그 위치까지 지정해 칸을 비워두었다. 미발견 원소들의 원자량과 여러 특성 등을 예측한 것이다.
또 하나 멘델레예프의 발견이 대단한 이유는 당시만 해도 원소를 구성하는 원자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몰랐을 뿐더러 그 구조를 전혀 알 수 없었던 상태에서 주기율표를 작성했다는 점이다. 인공적으로 만든 원소가 아닌 자연 상태 원소조차 29개나 발견되지 않았던 당시 상황에서 정확한 원소주기율표를 만들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그의 방법에도 약점은 있었다. 원자량의 순서에 의존하는 멘델레예프의 기준을 따르면 니켈이 27번 원소가 되고 코발트가 28번이 된다. 코발트의 원자량이 니켈보다 약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소들의 성질에 따른 배열에 맞게 배치하려면 코발트가 27번, 니켈이 28번이 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점을 바로 잡은 이는 영국의 젊은 물리학자 헨리 모즐리였다. 그는 원자번호가 원자의 양성자 수를 바탕으로 정해진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즉, 원소의 화학적 성질은 각 원자의 핵에 있는 양성자의 수에 좌우되며, 원자량은 핵 속의 양성자와 중성자의 총수에 좌우됨을 밝힘으로써 주기율표를 올바르게 정할 수 있었다.
멘델레예프는 유난히 파란만장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1834년 2월 7일 시베리아의 토볼스크라는 작은 마을에서 덕망 높은 교장 선생님의 막내로 태어났다. 하지만 그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친은 두 눈을 실명해 교직에서 물러나고, 어머니가 유리 공장 사장이 되어 생활을 꾸렸다.
그러나 15세 되던 해 아버지가 사망한 데 이어 어머니의 유리공장은 화재로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가세가 급격히 기울고 멘델레예프의 성적조차 나빠지자 어머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그를 데려가 사범학교에 입학시켰다.
그런데 그가 입학하자마자 어머니마저 사망해 그는 고학으로 모든 교육 과정을 끝내야 했다. 이후 교사 생활과 관비 유학생 등의 과정을 거친 멘델레예프는 1866년에 드디어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의 화학 교수가 될 수 있었다.
내년은 ‘국제 주기율표의 해’
그가 만든 원소 주기율표는 현대 화학의 발전을 견인했다. 흩어져 있던 원소들 각각을 모아 그들의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설명함으로써 화학의 지식이 폭발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유난히 과학계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 편이었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에서는 1880년 회의를 열어 멘델레예프에게 최고 학자의 영예를 줄 것인지에 대해 투표를 실시했다. 하지만 주기율표의 발견이라는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보다 반대표가 훨씬 많았다. 외국에서의 명성에 비해 정작 고국에서는 외면당했던 것이다.
게다가 1891년에는 러시아 정부의 학생 탄압을 비난한 탓에 겨우 57세의 나이에 강압적으로 교수직에서 은퇴해야 했다. 3년 후 사면된 그는 도량형 사무국에서 감사역으로 일하다가 1906년 드디어 노벨 화학상 후보로 지명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프랑스의 앙리 무아상에게 단 한 표 차이로 밀려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앙리 무아상은 플루오르화수소산 무수물에 플루오르화칼리를 용해하고, 저온에서 백금전극을 사용해 플루오린의 분리에 성공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여기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당시 노벨상위원회는 멘델레예프를 수상자로 지목했으나 스웨덴왕립과학아카데미의 스반테 아레니우스가 적극 반대해 앙리 무아상이 받게 되었다는 것.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전해질 해리 이론으로 1903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은 스웨덴 화학자인데, 그가 반대한 이유는 예전에 멘델레예프가 자신의 이론을 비난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인 1907년 1월 20일 멘델레예프는 세상을 떠남으로써 영원히 노벨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말 유네스코 총회 자연과학위원회는 2019년을 유엔이 정한 ‘국제 주기율표의 해’로 선포하는 것을 승인했다. 내년이 바로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발표한 지 15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6872)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집고양이나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외과적 불임 수술을 하는 대신 암고양이에게 한 번 주사하는 것으로 장기 불임을 유도할 수 있는 유전자 요법이 개발됐다.
암에 걸렸거나 걸렸던 사람이 하루 30분을 걷거나 요가를 하면 신체의 피로도가 줄어 암세포의 확산이나 암의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신부가 대기오염물질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아이한테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뇌전증이 생길 위험이 최대 3배 이상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박규희(소아청소년과)·최윤지(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2016∼2018년)에 등록된 산모 84만3천134명을 대상으로 임신 중 대기오염물질 노출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3일 밝혔다. 이 결과 임신 기간에 대기오염물질과 중금속 노출이 많았던 임신부일수록 아이한테 자폐스펙트럼과 뇌전증(간질)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를 누그러뜨릴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고 대기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지표 근처에 고농도 오존이 발생할 수 있는 날이 1개월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기상청은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고농도 오존 발생일 전망을 7일 공개했다. 고농도 오존이 발생하기 쉬운 기상조건이 갖춰지는 날은 현재(53.3±24.6일)보다 34.2±9.5일 많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폐경 때 나타나는 갱년기 장애 치료를 위해 경구용 에스트로겐을 사용하면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귀금속 수전해 촉매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는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 소재의 촉매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합성법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UNIST에 따르면 신소재공학과 박혜성 교수와 동국대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 한영규 교수,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백정민 교수 공동연구팀은 고농도 바나듐 원자가 도핑된 몰리브덴 이황화물 박막 합성법을 개발했다. 공동연구팀은 전기 전도도 변화를 위해 첨가하는 도펀트 원자의 배열을 제어해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 기반 수전해 촉매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힘줄과 혈관 같은 콜라겐에 기반한 섬유조직의 기능을 시각화하는 레이저 음향 이미지 분석 기술이 개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