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한국 전통 건축물의 총지휘자

[과학으로 만나는 세계유산] 과학으로 만나는 세계유산(11) 대목장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1900년대 초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 귀족의 초대를 받고 집을 방문했다. 그런데 그 집엔 난로가 없는데도 방이 따뜻한 것이 신기해 어떻게 난방을 하는지 물었다. 일본 귀족은 한국식 구들 난방을 사용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답했다.

근대 건축에 있어서 세계 3대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후일 그의 회고록에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한국인의 방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난방 방식이다. (중략) 자연에 조화롭게 적응하는 한민족의 기질이 만들어낸 발명품이다.”

중국 및 일본의 전통 주택과 한옥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난방 시설이다. 중국과 일본도 구들을 사용하지만 공간의 일부만을 사용하는 쪽구들인 데 비해, 한옥은 방 전체에 온돌을 놓은 통구들이다.

대목장은 집 짓는 일의 전 과정, 즉 재목을 마름질하고 다듬는 기술설계는 물론 공간의 감리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 문화재청

대목장은 집 짓는 일의 전 과정, 즉 재목을 마름질하고 다듬는 기술설계는 물론 공간의 감리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 문화재청

온돌은 어느 난방 방법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밥을 짓거나 물을 데우기 위한 불로 난방까지 함께 해 열효율이 높다. 따라서 난방을 위한 불 때기는 취사만으로 해결되고, 아주 추운 날에만 밤에 군불을 때면 된다.

온돌은 환경적으로도 뛰어나다.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부넘기와 구들개자리, 방고래, 고래개자리를 거쳐 굴뚝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부넘기는 방고래가 시작되는 어귀에 조금 높게 쌓아 불길이 아궁이로부터 골고루 방고래로 넘어가게 만든 작은 언덕이며, 구들개자리는 부넘기 너머에 파놓은 골이다. 또 굴뚝과 구들 사이에 있는 벽 바로 안쪽에 깊이 파인 고랑이 고래개자리다.

아궁이에서 불을 땔 때 발생하는 재와 불순물은 부넘기와 개자리라는 공간에서 쌓이게 돼 자연적으로 난방의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실내에서 직접 불을 때는 서양의 페치카와 달리 한옥의 온돌은 불을 때는 곳과 실내공간이 구분돼 있어 재나 연기 등의 오염물질 발생이 그만큼 적은 셈이다. 또한 온돌은 실내에서 신발을 벗도록 되어 있어 먼지 등 외부 오염물질의 유입도 차단시킨다.

한옥은 북방문화와 남방문화의 융합

온돌이 북방문화의 산물이라면 한옥의 마루는 남방문화의 대표적 건축 형태다. 즉, 마루는 열대지방에서 더위를 피하고 동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집을 지면과 띄워서 지은 것에서 유래한 건축 형태로서, 통풍이 잘 되고 습기가 적어 생활하기에 쾌적하다.

더운 여름날에도 한옥의 대청마루에 누워 있으면 에어컨이 필요 없을 만큼 시원한 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한옥에는 삭막하다고 느낄 만큼 유난히 텅 빈 마당이 있다. 이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마당이 바로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는 과학적 장치다.

텅 빈 마당에 여름철 햇볕이 내리쬐면 달궈진 공기가 위로 올라간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여름철에 부는 남동풍이 대청마루 뒤쪽에서 불어오게 되고, 덕분에 대청에 누워 부채질만 해도 시원하다.

즉, 빈 마당은 복사열을 이용한 대기의 순환작용이 잘 일어나게 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따라서 한옥의 각 채는 ㄷ자형, ㅁ자형 등으로 꺾임이 많지만, 여름의 남동풍에 맞추기 위해 대청만은 반드시 남향에 배치됐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목조건축이 발달해 한옥은 물론 궁궐과 사찰 건물이 모두 목조였다. 이는 산림이 풍부한 자연 여건 덕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형으로 인해 자생하는 수종이 1000여 종 이상이며, 그중 목재로 활용할 수 있는 것만 해도 100여 종이나 된다.

한옥 같은 건축물이나 전통 목재가구의 또 하나 특징 중 하나는 못이나 접착제를 쓰지 않고 나무와 나무를 이음과 짜임으로 연결하는 특수한 결구법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을 염두에 둔 과학적 처리법이었다. 나무는 여름처럼 습기가 많으면 팽창하고, 겨울의 온돌 난방으로 인해 따뜻하고 건조해지면 수축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이 같은 수축과 팽창으로 인한 손상에 대비해야 했던 것.

과학자와 예술가의 역할을 겸한 대목장

한국의 전통 목조 건축, 특히 전통 목공기술을 가지고 있는 목수를 ‘대목장’이라 한다. 대목장은 집 짓는 일의 전 과정, 즉 재목을 마름질하고 다듬는 기술설계는 물론 공간의 감리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므로 현대의 건축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규모가 작은 가구나 생활용품인 궤, 문갑, 밥상, 장롱 등을 제작하는 목수를 일컬어 ‘소목장’이라 한다.

창덕궁이나 불국사처럼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된 한국의 전통 목조 건축물 역시 대목장의 지휘 하에 건축되었다. 이 같은 전통 건축물은 오래 전부터 한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적 역할을 담당해왔으며, 이런 이유로 대목장은 한국 전통 목조건축의 계승자이자 보호자로서 인정받고 있다.

즉, 대목장은 전통 건축물을 완성하는 과학자로서의 능력과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셈이다. 전통 기술과 지식을 건축과정에 적용하는 대목장은 유네스코 협약 제2조 제1항에서 ‘지식 및 기술’로 정의한 무형유산의 정의와 합치하며, 전통의 자재 및 공법을 따르기 때문에 협약 제2조 제2항에서 규정한 ‘전통 공예기술’에도 합치한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목장은 2010년 11월 16일 아프리카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정부간위원회 회의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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