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한강의 기적’ 기술자를 확보하라

[되돌아본 과학기술 50년] 과학기술 50년(7) 과학기술종합계획

중장기적 시각에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종합계획은 과학기술 정책의 기본적인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 역사에서 과학기술의 발전과 진흥을 위해 중장기적 종합계획이 수립되고 국가 정책으로 시행된 것은 1960년대에 들어와 처음 시작됐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한 최초의 과학기술종합계획은 ‘제1차 기술진흥 5개년 계획’이다. 계획의 제목에서부터 ‘과학’이란 말이 쓰이지 않은 것처럼 이 계획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제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생산기술과 함께 기술인력을 확보하는 게 계획의 주 목표였다. 60년대 초반에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공업생산품이 전무했고, 차관을 들여와 공장을 지어도 이를 돌릴 수 있는 인적 자원에 허덕였으며, ‘과학기술’을 진흥할 수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대한민국 과학기술 개발 종합계획.

<표 1> 대한민국 과학기술 개발 종합계획. ⓒ ScienceTimes

제1차 기술진흥 계획은 이마저도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준비된 게 아니었다. 경제기획원이 1962년 1월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에게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보고하자 박정희 의장은 “현재의 기술수준과 기술자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라는 ‘뜻밖의 질문’을 제기했다.

박정희 의장 “현재의 기술수준과 기술자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당시 과학기술 행정을 담당했던 경제기획원 물동계획국 기술관리과는 부리나케 기술진흥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하게 된다. 기술관리과는 우선 과학기술계 각 분야 대표 40명을 모아 ‘과학기술정책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약 4개월 동안의 작업을 거쳐 1962년 5월에 ‘제1차 기술진흥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이와 같은 일을 계기로 1962년 6월부터 경제기획원 기술관리과는 기술관리국으로 승격되었다.

5·16 군사정변으로 집권한 군사정권은 초기에 과학기술 행정 부서(미군정 시절 문교부 과학교육국, 이승만 정부 시절 문교부 기술교육국)마저 정부기구에서 폐지했을 만큼 국가 행정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이 없었지만 국가를 본격적으로 경영하게 되면서 그 인식이 바뀌게 된다.

1차 계획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정책 목표는 기술계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 외 목표로 내세운 것은 ‘기술도입의 촉진’과 ‘과학기술진흥기반의 구축’이었다. 기술 인력에 관해서는 1961년을 기준으로 1962~1966년의 연차별 기술 인적 자원의 전망치가 제시된다. 기술자, 기술공, 기능공의 구성비를 1961년 1:1.3:33에서 1966년에는 1:5:25로 산업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기술공’의 비중을 늘려 나간다는 기술 인적 자원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게 된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서는 기술자와 기술공의 확보책이 강조되었다. 기술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체별 기술자 정원제 실시와 이공계 대학의 학과 정원 조정이 포함됐다. 기술공의 확보책으로서는 공업고교 졸업생의 증가와 시설 및 교육 내용의 개선, 야간 직업보도(輔導)부를 통한 인력 양성, 직장의 자체 훈련을 통한 인력 확보 등의 방안이 제안되었다.

기술 도입과 관련해서는 기술력 확보를 위해 외국기술의 도입이 강조되었으나 구체적인 시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 진흥 기반에 관해서는 △법과 제도의 개선 △연구활동의 확충과 정비 △과학기술의 정보활동 △국제교류의 강화 △과학기술 보급의 강화 등이 시책으로 제시됐다. 과학기술에 관한 기본법 제정과 경제기획원 기술관리국 설치(과에서 국으로 승격)로 과학기술 종합행정체제를 학립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연구 투자 규모는 1961년 5.2억원에서 1966년 13.6억원으로 확대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0.25%에서 0.5%로 높인다고 제시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계획 목표도 바뀌어

1967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대한 종합평가교수단의 보고회 모습. ⓒ 국가기록원

1967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대한 종합평가교수단의 보고회 모습. ⓒ 국가기록원

이렇게 시작된 과학기술 개발 5개년 계획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과학기술의 압축적 성장에 발맞춰 목표와 전략을 바꿔가게 된다.

1960~1970년대에 수립된 1~4차 과학기술 개발 5개년 계획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다만, 70년대 들어 경제개발의 목표가 중화학 공업화로 설정되자, 과학기술계획도 중화학 공업화에 맞춰 수립되었다. 1980년대 이후에 수립된 5차 계획과 6차 계획은 경제사회발전에서 과학기술이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기술 드라이브 정책’을 천명하고 있다.

90년대의 7차 계획과 신경제 기술개발전략부문계획은 냉전 체제의 붕괴를 배경으로 ‘기술패권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국제 환경에 주목하면서 창의적 기술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때부터는 ‘기술선진국 구현’이란 단순한 목표에서 ‘2000년 세계 7위’와 같이 세계 몇 위에 진입한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특징을 보인다.

과학기술혁신 5개년 계획부터는 21세기 시대적 상황으로 ‘지식기반경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가운데 ‘국가혁신체제’가 과학기술 활동과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새로운 종합 행정 개념이 도입되었다.

21세기 들어와서는 과거와 다르게 새로운 방식으로 계획의 수립이 이루어졌다. 정부는 2001년 과학기술 선진국 진입을 위한 제도적 기틀 마련을 위해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하고 이에 의거해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 시행하기 시작한다.

21세기 기본계획부터는 과학기술과 사회의 연계 강조

기본계획부터는 미래 유망 신기술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면서 과학기술이 국가의 주요 과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과학기술과 사회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1차 기본계획은 대상 기간을 2002~2006년으로 잡고 2001년 최초로 수립 추진되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수립된 이 계획은 참여정부의 수립에 따라 계획기간을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간(2002~2006년)으로 동일하게 조정되고, 2002년 수립한 국가기술지도(NTRM)를 국가전략 기술 개발 부문에 반영하는 등 기존의 계획을 전면 수정하여 2003년 5월 새로운 1차 계획(참여정부 과학기술기본계획)으로 변화했다.

올해 1월초 열린 과학기술심의회 본회의 모습. ⓒ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올해 1월초 열린 과학기술심의회 본회의 모습. ⓒ 국가과학기술심의회

2차 기본계획도 2007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으나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따라 수정되어 2008년 12월 다시 국회 의결을 거쳐 시행됐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3차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5개년 기본계획은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 주관 아래 매년 추진실적 평가와 다음해 시행계획을 세워 진행해나간다. 과학기술혁신 5개년 계획부터 이 같은 체제가 시작돼 계속되고 있다.

21세기 들어서면서부터는 지방과학기술진흥 종합계획도 광역지자체마다 수립해 시행하고 있는 것도 4차에 이르고 있다.

최근 3개 정부의 과학기술기본계획 추진 현황은 <표 2>에서 그 특징을 살펴 볼 수 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기본계획 비교.

<표 2>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기본계획 비교. ⓒ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부연구위원. ‘과학기술기본계획의 추이 분석과 시사점 : 최근 10여 년간 한국과 일본의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중심으로’ 9쪽.

10~30년 단위의 장기종합계획도 수립 시행돼

5개년 계획 외에도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장기계획이 60년대 중반 이후 별도로 수립되어 시행되어 왔다. 5년 단위의 계획과 달리 장기계획은 10~30년이란 기간에 걸쳐 더 넒은 시야를 갖고 과학기술 발전과 진흥의 방향을 사회 변화의 큰 맥락 속에서 짚어보면서 경제사회발전의 좌표 역할을 했다. 장기계획에 대해서는 <표 3>에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 장기 비전(계획).

<표 3> 대한민국 과학기술 장기 비전(계획). ⓒ ScienceTimes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이들 장기계획이 제시하고 있는 정책 목표도 계속 상향 조정되는 모습을 보인다.

우선 ‘과학기술개발 장기종합계획’은 1980년대에 ‘중진 공업국가군의 상위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0년대를 향한 과학기술발전 장기계획’은 ‘세계 10위권 기술선진국 구현’을 겨냥하고 있고, ‘2025년을 향한 과학기술발전 장기비전’은 ‘세계 7위 수준의 과학기술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는 반면 ‘대한민국의 꿈과 도전 – 과학기술 미래비전’은 궁극적으로 ‘세계 5위 글로벌 과학기술 선도국 도달’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 장기계획의 공통된 특징은 과학기술 발전의 상향 흐름 속에서 전통적인 산업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새로운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과학기술 분야 투자와 연구 개발 및 전문 인력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2000년대를 향한 과학기술발전 장기계획’에 와서는 산업기술의 개발 외에 공공기술과 거대과학이 추가되었고, ‘2025년을 향한 과학기술발전 장기비전’에서는 미래유망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한민국의 꿈과 도전 – 과학기술 미래비전’에서는 미래핵심기술과 함께 ‘삶의 질’ 향상을 더욱 강조하고, 글로벌 개방형 혁신체제와 과학기술정책의 거버넌스 문제까지도 포괄하고 있다.

(6480)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