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프란치스코 교종과 문 밖의 열쇠

[메디시네마 : 의사와 극장에 간다면] 박지욱의 메디시네마(104) 교황 프란치스코

성탄을 앞둔 주간입니다. 오늘은 교종 프란치스코의 삶을 다룬 영화 <교황 프란치스코>를 한번 감상해볼까요(이후로는 교황(敎皇)이란 단어를 교종(敎宗)으로 바꾸어 부르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 더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호르헤 마리오 신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혹은 프란치스코 교종(Jorge Mario Bergoglio; 1936~ )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예수회를 통해 사제의 길에 입문하여, 1969년에 사제 서품을 받은 후 1998년부터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주교가 됩니다. 2001년에는 추기경이 되었고, 2005년에 로마에서 열린 콘클라베에도 참가했습니다(독일의 라이칭거 추기경과 함께 최종 2인에 올랐습니다. 라이칭거 추기경이 베네딕트 16세 교종이 되었습니다).

2013년, 베네닉트 16세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8년 만에 콘클라베가 다시 열렸을 때에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콘클라베 참가 제한 연령인 80세를 3년 앞둔 때였으니 참으로 아슬아슬했습니다. 교종은 종신직이라 한 생에 콘클라베를 두 번 경험할 기회는 무척 드물겠지요(1978년에는 요한 바오로 1세 교종이 즉위 33일 만에 선종하여 2회 열렸습니다). 기회가 두 번 오는 일은 아주 드물겠지요? 정년퇴임을 앞두고 별 생각 없이 불려간 콘클라베, 사람들의 주목도 받지 못했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유력 후보들을 물리치고 새로운 교종으로 선출됩니다.

신임 교종은 자신의 사목 방침과 걸맞은 교종 명을 정합니다. 신임 교종은 가난한 이의 벗이었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으로 정합니다. 나중에 누군가 다른 교종이 같은 이름을 또 선택한다면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1세가 됩니다. 프란치스코란 이름은 교종의 이름으로는 처음 쓰인 것이니까요. 영화는 부에노아이레스의 한 청년이 호르헤 신부가 되고,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을 거쳐 프란치스코 교종이 되는 과정을 담담히 보여주는 일종의 전기 영화입니다.

2013년에 취임한 새 교종이 이듬 해인 2014년 우리나라를 방한했을 때, 많은 국민들이 반색하며 맞았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 이후로 35년 만에 우리나라를 찾은 교종이기도 하지만, 당시 우리 사회가 세월호의 아픔을 겪던 처지라 교종의 방문과 위로는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여러 가지 면에서 특이합니다. 부모는 아르헨티나에 정착한 이탈리아인입니다. 20세기 전반기, 전쟁의 참화를 격은 유럽 국가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 아메리카로 건너간 이주민 노동자들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엄마 찾아 삼 만리>에 나오던 마르코도 일자리를 찾아 아르헨티나로 건너간 엄마를 찾아 나선 이탈리아 제노아의 소년이었지요. 교종의 양친 모두 이탈리아 출신이었으니 교종은 이탈리아인이면서도 아르헨티나인이네요.

프란치스코 교종은 최초의 남반구 출신의 교종이며, 유럽 교회가 아닌 외방 출신으로는 두 번째 교종입니다. 그리고 예수회 출신으로는 처음 교종이 된 사제이기도 합니다. 예수회는 초기 남 아메리카 정복과 탐험기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제 23화 <미션>편 참고).

이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프란치스코 교종은 두 번이나 콘클라베를 치룬 것은 물론이고 교종 후보로 오른 인물이기도 합니다. 2005년 콘클라베에서 최종 2인에 올라가기도 했으니까요. 당시에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도 유력 후보 중 한 사람이긴 했지만, 8년 후에는 유력 후보 명단에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섯 차례의 투표 끝에 새로운 교종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새로운 교황을 선출할 때 이용되는 선거 방식은 콘클라베(the Papal Conclave) 라고 부릅니다. 세계 도처에서 모인 80세 이하의 추기경들이 시스티나 궁에 갇혀(!) 새로운 교종을 선출할 때까지 계속 투표해야 합니다.

콘클라베 투표자의 2/3가 찬성하는 사람이 나와야 종료가 되는 이 투표는, 단 한번에 성공하기는 힘들어 보통 여러 날에 걸쳐 여러 번의 투표를 하게 됩니다. 20세기만 살펴보아도 1922년의 비오 11세 선출 때는 5일간 14회의 콘클라베가 있었지만, 2005년 베네딕트16세 때에는 단 2일 만에 콘클라베가 끝나기도 했습니다.

콘클라베에 쓰인 투표 용지는 모두 불사르는데, 새로운 교종 선출에 실패하면 검은 연기를, 성공하면 흰 연기를 내보내어 외부에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은 아주 유명합니다. 그런데, 회의장에 있는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와서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될 텐데 이렇게 어려운 연기 방식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시스티나 궁 안에 갇힌 선거인단에게는 ‘문을 열 열쇠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을 여는 열쇠는 문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문을 열어주어야 새로운 교종을 비롯한 추기경들이 비로소 해방되는 것이지요.

콘클라베(conclave)는 라틴어 꿈클라베(cum clave)에서 온 말로, 그 뜻은 ‘열쇠를 가진(with a key)’이란 뜻입니다. 문제는 열쇠는 문 안이 아니라 밖에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콘클라베의 묘미가 있네요.

열쇠를 뜻하는 라틴어 clave/cvlavis 에서 유래한 말은 꽤 많습니다. 클라비어(피아노의 독일어), 클라브생, 클라비코드 라는 악기의 이름은 한번쯤 들어보셨겠지요. 이 악기들은 오늘날 우리가 애용하는 건반악기나 키보드(keyboard)의 조상들이지요. 건반악기는 키보드가 달린 악기들인데, 키보드의 키가 바로 열쇠를 뜻하는 key 에서 온 줄 눈치 채셨겠지요?

열쇠. 뉴욕 메트로 박물관. ⓒ 박지욱

열쇠. 뉴욕 메트로 박물관. ⓒ 박지욱

우리 몸에도 clave/cvlavis 에서 유래한 뼈 이름이 있습니다. 좌우 가슴의 위쪽을 가로지르는 S-자 모양의 길다란 뼈 한 쌍입니다. 영어로는 클라비클(clavicle)인데 ‘작은 열쇠’란 뜻입니다. 모양이 꼭 그렇지요? 이 뼈는 팔을 몸통에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말로는 쇄골(鎖骨)로 부릅니다. 이름을 뜯어보면 쇠사슬 鎖, 뼈 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쇄’란 묶거나 걸어 잠근다는 뜻이지요. 조선 말기의 쇄국(鎖國)정책은 나라의 빗장을 걸어 잠근다는 뜻이고, 봉쇄란 말도 문을 굳게 잠그거나 길을 막는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걸어 잠근다는 의미를 살려 쇄골은 우리말 이름으로는 ‘빗장뼈’로 부릅니다. 대문을 안 쪽에서 가로질러 걸어 잠그는 장치인 빗장과 매우 닮았으니까요.

같은 뼈를 두고 서양에서는 ‘열쇠’란 뜻으로, 우리는 ‘빗장’으로 부릅니다. 하나는 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잠그는 것이니 그 뜻이 정반대라 재미있습니다.

쇄골.  ⓒ 위키백과

쇄골.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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