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1,2019

페트병과 합판으로 냉방 장치 만든다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11) 전기없이도 작동하는 '에코 쿨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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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저소득 국가인 방글라데시의 주민들은 여름철이 되면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한낮 온도가 섭씨 40℃를 훌쩍 넘기는 살인적인 더위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 하지만 전력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조차 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완성된 에코쿨러의 모습. 페트병과 합판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 Grameen Intel

완성된 에코 쿨러의 모습. 페트병과 합판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 Grameen Intel

그런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방글라데시의 한 사회적 기업이 전기 공급 없이도 작동할 수 있는 냉방 장치를 개발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페트병과 합판만 있으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 냉방 장치를 통해 오늘도 많은 저소득 국가의 주민들이 더위를 극복하고 있다.

단열 팽창 원리를 활용한 자연 냉방장치

지난해 한반도에서 여름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35℃가 넘는 무더위에서는 에어컨 없이 살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군다나 습도까지 높다면 일상생활은 거의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보다 더 높은 온도와 습도 속에서도 에어컨 없이 사는 사람들이 저소득 국가에서는 아주 많다. 특히 방글라데시의 작은 마을인 다우랏디아(Daulatdia) 주민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낮 온도가 45℃~50℃까지 올라가는 상황에서 선풍기조차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광고 회사 ‘그레이 다카(Grey Dhaka)’의 대표는 친하게 지내던 사회적 기업 ‘그라민 인텔(Grameen Intel)’의 대표에게 주민들을 도울 방법을 요청했다. 제안을 받은 그라민 인텔사는 여러 아이디어를 적용한 끝에 전기 공급 없이도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는 페트병 에어컨인 ‘에코 쿨러(Eco Cooler)’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에코 쿨러는 페트병과 합판으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일명 ‘자연바람 에어컨’이라 불린다. 커다란 나무 합판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은 다음, 페트병의 목 부분을 잘라서 구멍에 꽂으면 완성품이 된다.

완성된 에코 쿨러의 모습을 살펴보면, 여러 개의 구멍이 나있는 창문 크기의 합판에 페트병이 구멍마다 박혀있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그 외에는 일체의 부가적인 장치들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에코쿨러의 단열 팽창 원리 Ⓒ Grameen Intel

에코쿨러의 단열 팽창 원리 Ⓒ Grameen Intel

이처럼 간단하면서도 엉성해 보이는 장치가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이유는 ‘단열 팽창’의 원리 덕분이다. 단열 팽창의 원리란 외부와의 열 출입이 없는 상태에서 공기의 부피가 팽창할 때 주변의 에너지를 빼앗아 온도를 낮추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페트병의 넓은 부분에서 유입된 외부 공기가 페트병의 좁은 입구를 지나 실내로 들어와 팽창할 때, 공기의 부피가 팽창하면서 주변의 에너지를 빼앗은 에너지만큼 실내 온도를 내려가게 만드는 것이다.

입을 넓게 벌린 채 바람을 손바닥에 불면 따뜻함을 느끼지만, 반면에 입을 오므리고 바람을 세게 불면 시원함을 느끼는 경우가 단열 팽창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라민 인텔의 대표는 “단열 팽창의 원리를 이용한 에코 쿨러를 실험해 본 결과, 실내 온도를 5℃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라고 밝히며 “물론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트는 것보다는 약하지만, 다우랏디아 마을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무동력으로 5℃ 정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큰 효과”라고 말했다.

현재 에코 쿨러는 방글라데시 전역에 2만 5000개 정도 공급되어 있고, 이 외에도 동남아시아의 낙후된 지역에 속속 보급되고 있는 중이다. 동영상 제공 사이트인 유튜브에는 에코 쿨러를 만드는 영상이 여러 개 올라와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기화열 활용한 간이 냉방 장치도 선보여

방글라데시의 사회적 기업이 페트병을 이용한 자연바람 에어컨을 개발했다면,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알루미늄 주름관을 활용한 간이 에어컨을 제작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적정기술을 연구하는 서울대 동아리는 지방 폐교를 대상으로 기화열의 원리를 이용한 냉방 장치를 개발했다. 기화열은 액체가 기체로 바뀌면서 주위의 열을 빼앗아가는 자연현상이다. 샤워 후에 피부의 습기가 마르면서 시원함을 느낄 때나, 선풍기로 땀을 식힐 때 시원하다고 느끼는 것은 모두 기화열 때문이다.

동아리 회원들은 먼저 알루미늄 주름관을 차갑게 만들기 위해 내부를 부직포 재질의 물티슈로 감쌌다. 이어서 기화열을 발생시키기 위해 삼투압의 원리를 활용했다. 옥상에 조성된 물탱크에 줄처럼 이은 물티슈의 끝을 담그고 주름관 내부에 감아놓은 물티슈와 연결한 것.

알루미늄 주름관을 통해 기화열로 만들어진 시원한 바람이 교실에 공급되고 있다  Ⓒ 서울대학교

알루미늄 주름관을 통해 기화열로 만들어진 시원한 바람이 교실에 공급되고 있다 Ⓒ 서울대학교

동아리 회장은 “물을 촉촉하게 머금은 물티슈에서 기화가 발생하고, 주변의 열을 빼앗으며 알루미늄 주름관의 내부 온도는 낮아지게 된다”라고 설명하며 “주름관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실내에 도달하게 되면 한결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폐교의 옥상에서 부는 바람을 1층의 교실 내로 불어넣은 결과 주변 온도가 내려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시스템을 이용하여 차가워진 공기를 가축이 있는 사육장에 제공하면 전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동아리 측의 주장이다.

동아리 회장은 “옥상에 설치된 알루미늄 주름관의 끝은 가급적 그늘진 곳에 설치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온도가 낮은 바람을 제공받을 수 있다”라고 전하며 “여기에 추가로 송풍팬을 설치하여 기능을 향상시키면 냉방 성능은 급격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최소한의 전기 사용으로 최대의 냉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의견달기(1)

  1. 김지영

    2019년 8월 14일 9:55 오후

    이 기사 내용, 예전에 JTBC 팩트체크에서 태풍이 불어야 그나마 효과적이라고 소용없는 기술이라고 얘기가 나왔는데 효과없는 거면 기사 내리는 게 나을 것 같아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