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특허 강국, 스위스의 힘을 느끼다

[행복한 과학 여행 유럽 과학관] 유럽 과학관(9) 스위스 루체른 교통박물관

루체른 교통박물관 바로 앞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스위스의 자연 환경이 펼쳐져 있다.  ⓒ 장미경 / ScienceTimes

루체른 교통박물관 바로 앞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스위스의 자연 환경이 펼쳐져 있다. ⓒ 장미경 / sciencetimes

만년설이 쌓인 알프스, 눈부시게 아름다운 청정 호수와 자연, 시계의 대명사 롤렉스, 그리고 비밀계좌로 대표되는 은행까지. ‘스위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말 그대로 스위스는 관광, 금융, 정밀 산업의 나라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스위스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과학 강국의 반열에 서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백만 명당 특허출원 세계 1위

스위스는 자원이 부족하고 인구가 1천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나라다. 하지만 스위스 출신 노벨상 수상자는 25명이나 되고, 그 중에서도 과학 분야의 노벨상 비중이 무려 80%에 달한다. 이 뿐 아니라 스위스에 소재한 대학은 무려 6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공부했던 산실이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스위스가 매년 특허 출원 세계 10위, 백만 명 당 인구 비율로 따지자면 세계 1위 특허 강국의 위용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스위스를 과학 강소국이라 부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스위스는 산업혁명의 물결을 일찍 받아들이고 중립국의 위치를 이용해 일찍부터 산업 고도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대학은 기초과학 연구, 기업은 산학협동을 통한 응용연구 및 개발에 매진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이런 시스템은 탄탄하고 강한 중소기업을 만드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또한 수적 열세를 지닌 인구 문제의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 인재 영입을 적극 장려해왔다. 아인슈타인이 스위스 대학을 나온 이유가 단순한 우연은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과학강국 스위스의 과학박물관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교통박물관 건물 바로 앞에는 스위스 최대 터널 굴착 관련 기기가 전시돼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 장미경

교통박물관 건물 바로 앞에는 스위스 최대 터널 굴착 관련 기기가 전시돼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 장미경 / sciencetimes

과학과 삶의 연결고리를 느끼다

스위스의 과학박물관 중 많은 유럽인들에게 손꼽히는 곳은, 단연 대표 관광지인 루체른에 위치한 교통박물관(verkehrshaus)이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교통박물관이자 실속 있는 전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또 하나의 강점이다.

전 국토의 70%가 산이고, 25%가 험준한 알프스산맥으로 이루어진 나라에 사는 스위스 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현안은 바로 교통 문제가 아니었을까.

높다란 알프스 산과 산 사이에 막혀 각종 물자 이동이 어려운 환경에서 편리한 교통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인간이 과학기술을 통해 문명을 만들어가는 가장 직접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루체른 교통박물관에 들어서면 과학이 인간의 삶과 얼마나 가깝게 연결돼 있는지, 과학기술이 인류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유럽 최대의 교통박물관

표를 구매하기 위해 박물관 건물로 들어가면,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박물관 실외를 순환하는 어린이용 미니열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테마파크에 나오는 미니열차를 타는 어린 아이들이 손을 흔들면서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장면 덕분에 박물관 첫인상이 정겹게 느껴진다.

교통박물관은 실내도 크지만 실외에도 전시물이 다수 존재한다. 특히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 아이들에게 매우 흥미롭게 꾸며진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성인 관람객들도 탁 트인 공간에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으니, 이 역시 자연과 사람이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박물관의 실내 전시공간은 크게 열차교통관, 도로교통관, 해상교통관, 케이블교통관, 비행관, 우주천문관, 영화상영관 등으로 나누어진다. 실외 전시공간은 실물 크기의 비행기, 선박 전시 외에 주로 아이들을 위한 체험 시설로 꾸며져 있다.

교통박물관의 실외 전시 공간에는 실제 크기의 비행기, 배 등이 전시되어 있다.  ⓒ 장미경

교통박물관의 실외 전시 공간에는 실제 크기의 비행기, 배 등이 전시되어 있다. ⓒ 장미경 / sciencetimes

입구를 지나서 가장 먼저 들어가게 되는 곳은 열차교통관이다. 열차는 스위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교통수단이자 자랑거리이다. 이곳에는 산악열차를 포함해 실제 열차 차량 20대 가량이 전시되어 있어, 유럽 최대의 교통박물관임을 상기시켜 준다.

열차 내부는 물론 열차 밑을 자세하게 볼 수 있게 전시되어 있으며, 열차 조종 시뮬레이터를 통해 직접 작동하면서 원리를 파악할 수 있다. 산악열차 모형의 아기자기한 열차 운행 모습은 친근함을 더한다.

두 번째로 도로교통관에 들어가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실제 자동차들이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실제 자동차들이 마치 미니자동차 장난감 세트처럼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이 전시관이 흥미롭고 이색적인 이유는, 단순 전시에 그치지 않고,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자동차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를 입체적으로 설명해준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일정 시간 간격으로 전시 틀 안에 갇혀 있던 자동차 한 대가 자동화 시스템을 돌면서 메인 무대로 옮겨지고, 이에 대해 영상을 통해 설명해주는 전시 방식이 적용되어 있다.

신선한 전시기획 아이디어가 수많은 관람객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어당기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이 외에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작동 원리를 반 조립 상태의 실물 자동차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하는 전시물도 눈에 띈다. 인간에게 자동차는 ‘과학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물건’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전시관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실제 자동차들이 한쪽 벽 가득 전시되어 있는 모습.  ⓒ 장미경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실제 자동차들이 한쪽 벽 가득 전시되어 있는 모습. ⓒ 장미경 / sciencetimes

다음으로 해상교통관에서는 스위스 호수를 항해하는 배 등을 전시하고 그 원리를 소개하고 있다. 작은 구조용 배부터 잠수함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종류의 배들을 볼 수 있으며, 이 곳 역시 배의 내 외부를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실물로 구현할 수 없는 부분은 작은 모형을 통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항구의 기능이 무엇인지, 어떻게 다리가 작동하는지 등을 설명하는 입체적인 전시가 인상적이었다.

이번엔 어린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을 찾아보자. 바로 비행기관이다. 이곳에서는 시뮬레이터 형태로 만들어진 각종 모형이 있어 스릴 만점의 비행을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로 하루 종일 복잡하다. 특히 비행기, 헬리콥터 시뮬레이터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이를 체험하는 기쁨을 누리려면 기다란 줄 뒤에서 오랜 시간 동안 기다리는 고통도 함께 감내해야 한다.

비행 또는 자동차 운전 시뮬레이터는 유럽의 체험박물관마다 보유하고 있으며 어린 관람객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끄는 아이템 중 하나다. 하지만 수용 인원에 한계가 있고, 비용 및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박물관들은 1-3개 이내의 시뮬레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곳에 모여 있기 보다 다른 전시물들 속에 스며들도록 동선을 구성하고 있다.

헬리콥터 시뮬레이터는 관람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끄는 전시물 중 하나다.  ⓒ 장미경

헬리콥터 시뮬레이터는 관람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끄는 전시물 중 하나다. ⓒ 장미경 / sciencetimes

이제 맑고 시원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바깥으로 나가보자. 실외 전시공간에는 실제 비행기와 헬리콥터, 배 등이 전시되어 있고, 도로건설 체험장, 도로운전 체험장, 선박원리 체험전시물 등 아이들을 위한 체험 시설이 소형 테마파크처럼 흥미롭게 꾸며져 있다. 탁 트인 공간에서 교통과 관련된 대형 전시물을 한꺼번에 직접 감상하는 기분은, 여느 과학박물관에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밖에 천체 시뮬레이터를 통해 우주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천문관, 주제를 바꿔가며 자연과 과학 원리를 영화로 즐길 수 있도록 꾸며진 영화관도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또한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스위스 출신 화가 한스 에르니의 작품 수 백점을 전시한 한스 에르니 박물관(Hans Erni Museum)도 마련되어 있다.

강철로 만든 배가 어떻게 물에 뜰 수 있는지를 직접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시설.  ⓒ 장미경

강철로 만든 배가 어떻게 물에 뜰 수 있는지를 직접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시설. ⓒ 장미경 / sciencetimes

교통은 사회 경제를 이끄는 핵심 동력 중 하나로, 교통의 발달은 인류의 역사를 크게 바꿔 놓았다. 특히 19세기 이후 발명된 증기기관차, 증기선, 내연기관 자동차, 항공기, 컨테이너 선박 등은 산업혁명의 자손들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이들이 갖는 사회적·과학적 가치는 실로 상당하다.

사실 유럽의 교통박물관 중에는 드넓은 면적에 철 지난 수십 대의 열차, 자동차, 비행기들을 모아 전시 위주로 구성하면서, 과거 자국의 산업기술력을 뽐내는데 열중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스위스 교통박물관의 전시물들은 흥미로운 전시 기획 아이디어와 만나 과학에 대한 관람객들의 지적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많아서 특허강국으로 자리를 굳힌 건지, 이런 환경에서 자라나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샘솟는 건지 궁금하다.

또한 실내와 실외 시설에 대한 박물관 측의 과감한 투자는 관람객들에게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 바로 옆에 위치한 피어발트슈테터 호수와 시원한 바람은 특급 보너스로 더해진다.

신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압도적인 규모, 아름다운 자연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까지, 스위스는 자국이 갖고 있는 특별한 장점을 이곳 교통박물관에 모두 풀어놓고 있는 듯하다.

(10269)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