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8,2019

탈진한 면역세포 회복시켜 암 차단

새 면역치료법의 핵심 단백질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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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면역체계는 세균과 암세포를 억제하는 미세 조정된 세포 유형들의 정교한 균형에 의해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암과 만성 감염에서 이 균형은 깨어질 수 있고, 그 결과 면역계는 기능 장애 혹은 ‘탈진(exhaustion)’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대 연구팀은 최근 각기 다른 면역세포 유형에서 양이 다른 톡스(TOX)라는 중요한 단백질이 이 탈진 세포들의 정체성을 제어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이 지식을 토대로 종양이나 감염 부위에서 탈진한 면역세포들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아울러 임상의사들은 탈진한 T세포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음으로써 암 치료에 대한 환자의 면역반응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근호에 게재됐다.

암세포를 둘러싼 세포 독성 T세포 그룹의 고해상도 이미지. Credit: Wikimedia / NIH

암세포를 둘러싼 세포 독성 T세포 그룹의 고해상도 이미지. ⓒ Wikimedia / NIH

세 종류의 T세포

논문 시니어 저자인 존 웨리(E. John Wherry) 펜 면역학연구소장 겸 약리학과 주임교수는 “TOX 단백질이 탈진한 T세포의 핵심 조절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우리는 TOX를 타킷으로 하거나, 이를 가공해 탈진을 역전시키거나 예방하는 한편 감염과 암에 대한 면역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면역요법을 구상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탐구한 T세포는 세 종류로 나뉘며, 서로 간 효율적이고 조정된 전환이 가능하다. 미성숙 T세포는 특정 단백질에 의해 초기 활성화가 된 다음에 복제되고, 조직화된 분자 재배선(rewiring) 프로그램을 거쳐 이펙터(effector) T세포(TEFF)가 된다.

이 TEFF는 문제를 일으키는 암과 병원체 세포를 죽이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생성한다. 감염이나 종양이 제거되면 대부분의 TEFF는 사라지지만 일부는 지속적으로 생존해 있다.

이 남겨진 TEFF가 더 많은 재배선 과정을 거쳐 수명이 길고 자가갱신이 가능한 기억 T세포(TMEM)를 형성하게 된다. TMEM 세포들은 침입자를 기억할 수 있어 침입자가 다시 감지되면 신속하게 호출 반응을 보인다.

탈진한 CD8 T세포의 핵에서 Tox 단백질이 기능하고 있는 모습. 흰색은 CD8 T세포 표면의 염색된 부분, 핑크색은 핵에 있는 DNA, 파란색은 핵에 있는 Tox 단백질을 나타낸다.  Credit: John Wherry, Penn Medicine

탈진한 CD8 T세포의 핵에서 Tox 단백질이 기능하고 있는 모습. 흰색은 CD8 T세포 표면의 염색된 부분, 핑크색은 핵에 있는 DNA, 파란색은 핵에 있는 Tox 단백질을 나타낸다. ⓒ John Wherry, Penn Medicine

T세포 자극 지체가 면역세포 탈진으로 이어져

그러나 만성 감염이나 암에 걸렸을 때 T세포 자극이 지체되면 T세포 분화 프로그램이 전환돼 암이나 감염에 대항하는 효과가 없어진다. 그리고 면역세포들은 탈진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탈진한 T세포들이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 탈진 세포들은 몸 안에서 낮은 수준의 병원체나 종양 발현을 억제할 수 있다.

웨리 교수는 TEX를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의한 장기 감염과 같이 소규모 공격이 포함된 매일의 전투에 대응하는 보병에 비유한다. 반면 TEFF는 막강한 전투력을 갖추고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네이비 실(Navy SEALs)과 같다고 본다.

웨리 교수는 “TEFF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켜 신속하게 봉쇄 작업을 수행하지만 과잉 염증반응에 따른 부수적인 손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TEX는 강화된 염증반응을 일으킬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과도한 손상을 일으키지 않고 균형을 맞춰서 감염과 종양을 부분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TOX 단백질 구조 그림.  Credit: Wikimedia / Emw

TOX 단백질 구조 그림. ⓒ Wikimedia / Emw

면역세포 정체성 변화시켜 새 치료법 개발 가능”

T세포에서 TOX 단백질이 더 오래 발현될수록 TEX의 정체성은 더욱 영구적인 지속성을 갖게 된다.

T세포에서의 TOX 수준은 TEFF 대(對) TEX 세포 수를 조절함으로써 감염이나 종양이 어떻게 억제될 수 있는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TOX 단백질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게 유도하면 TEX가 영구적으로 존재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침입자와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제한돼 질병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연구팀은 또한 TOX가, 핵에 단백질을 번역해 낼 수 있는 유전자 꾸러미를 생성함으로써 세포의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후성유전체를 통해 세포 유전체 구조를 형성하는 이 같은 TOX 단백질의 능력은 또한 TEX를 TEFF로 바꾸는 것이 다른 치료법에서는 왜 어려웠는지를 통찰할 수 있게 해준다.

후성유전적 변화는 세포를 영구적인 정체성으로 ‘고정(lock)’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발견들은 나아가 연구자들이 미래의 면역치료법을 위해 세포 정체성을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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