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탄소와 노벨과학상

[과학기술 넘나들기] 과학기술 넘나들기(20)

탄소(C)는 지구상에서 매우 흔한 원소이지만, 사실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흥미로운 원소이기도 하다. 인간과 동식물 등 생물체를 이루는 분자들의 기본 요소이면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원을 제공하는 원소이다. 대기 중에서는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가장 많이 존재하며, 유기화합물의 중요한 성분으로서 탄소는 지구상에서 식물의 광합성, 동물의 호흡 등 각종 경로를 통하여 순환을 하고 있다.

탄소원자 60개로 이루어진 축구공 구조의 풀러렌. ⓒ Free Photo

탄소원자 60개로 이루어진 축구공 구조의 풀러렌. ⓒ Free Photo

단원소 물질로서 탄소는 예전에는 숯을 비롯한 비결정형 탄소와 흑연, 다이아몬드의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고 알려져 왔다. 비결정형 탄소는 흑연의 특수한 형태로 볼 수도 있겠으나, 화려하고 값비싼 다이아몬드가 새까만 숯덩이나 흑연과 동일한 원소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일견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다이아몬드가 숯과 마찬가지로 탄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18세기말 영국의 화학자 스미슨 테넌트(Smithson Tennant; 1761-1815)에 의해 입증되었다. 이처럼 같은 원소의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어도 원자들의 배열이나 구조의 차이로 인하여 겉모양과 성질이 전혀 다른 물질들을 동소체(Allotrope)라 부른다.

합성(인공) 다이아몬드. ⓒ Free Photo

합성(인공) 다이아몬드. ⓒ Free Photo

그 후 탄소에 인공적으로 고온, 고압을 가하여 다이아몬드를 만들려는 실험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1906년도 노벨 화학상을 받았던 프랑스의 화학자 앙리 무아쌍(Henri Moissan; 1852-1907)이 인공 다이아몬드 합성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으나, 그가 죽은 후에 실험조교가 벌인 조작극이었음이 밝혀졌다. 그밖에 영국과 독일 등에서도 인공 다이아몬드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럿 나왔고 그것으로 특허를 취득한 사람도 있었으나, 역시 엉터리거나 사기극이었다.

인공다이아몬드를 합성할 수 있을 정도의 고온, 고압 조건을 심층적으로 연구한 이는 미국의 물리학자 브리지먼(Percy William Bridgeman; 1882-1961)이다. 그의 연구결과에 의해 이전의 인공다이아몬드 합성은 모두 오류거나 사기였음이 밝혀졌고, 최초의 인공다이아몬드 합성은 1955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연구소에서 성공하였다. 브리지먼은 고압물리학 연구 등의 공로로 1946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이후 탄소의 새로운 동소체들이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이와 관련해서 노벨과학상을 수상하는 이들도 나오게 되었다. 특히 이들 물질들은 전혀 새로운 물성과 독특한 특성을 나타냄으로서, 반도체 재료를 비롯한 첨단과학기술 및 나노과학기술의 발전 측면에서도 큰 기대를 모으게 되었다.

풀러렌 발견의 공로로 1996년도 노벨화학상을 받은 스몰리. ⓒ Free Photo

풀러렌 발견의 공로로 1996년도 노벨화학상을 받은 스몰리. ⓒ Free Photo

새로운 탄소 동소체의 발견과 관련된 노벨과학상은 화학상에서 먼저 나왔는데, 풀러렌(Fullerene)이라는 기묘한 물질이 그 주인공이다. 1980년대에 미국의 화학자 스몰리(Richard E. Smalley; 1943-2005)와 로버트 컬 2세(Robert F. Curl Jr.; 1933-), 영국의 화학자 크로토(Harold W. K; 1939-)는 탄소로 이루어졌지만 다이아몬드나 흑연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물질을 발견하였는데, 이를 분석한 결과 탄소 원자 60개로 이루어진 축구공 모양의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밝혀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축구공’이라고도 불리는 풀러렌은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할 뿐 아니라 여러 독특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나노과학기술 발전의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풀러렌 발견의 공로로 스몰리, 로버트 컬 2세, 크로토는 1996년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1990년대 들어서 탄소나노튜브 등의 또 다른 탄소의 동소체가 과학자들의 관심을 모으게 되었다. 탄소나노튜브는 하나의 탄소 원자가 3개의 다른 탄소 원자와 결합되어 있고 육각형의 벌집무늬를 이루고 있으며, 지름이 몇 나노미터 정도인 매우 미세한 대롱 형태의 튜브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미세한 구조의 변화에 따라 도체, 반도체 등으로 특성이 변하고, 굵기는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 정도로서 구리보다 전기 전도성이 높으며 열전달 능력도 매우 우수하다.

이러한 특성들로 인하여 탄소나노튜브는 진작부터 차세대 반도체 재료로 꼽혀왔는데, 이를 이용한 반도체 소자가 실용화된다면 현재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집적도와 성능 면에서 훨씬 우수한 반도체 제품들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탄소 원자들 간의 결합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경량의 초강력 섬유를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그래핀의 구조. ⓒ Free Photo

그래핀의 구조. ⓒ Free Photo

탄소나노튜브와 유사한 특성을 지닌 탄소 동소체로서 근래 새롭게 떠오른 그래핀(Graphene)이라는 물질도 있다. 그래핀은 6각형의 벌집 모양이 층층이 쌓아올려진 구조로 이루어진 흑연에서 가장 얇은 한 겹을 떼어낸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두께 0.2nm 정도의 매우 얇은 2차원 평면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반면에 물리적, 화학적 특성들은 매우 우수하고 안정적이다.

탄소나노튜브나 그래핀 연구와 관련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배출될 것이라는 그동안의 기대와 예상이 몇 년 전 현실화되어, 2010년도 노벨 물리학상은 흑연으로부터 그래핀을 분리해 내는 데에 성공한 러시아 출신의 물리학자 안드레 가임(Andre K. Geim; 1958-)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Konstantin S. Novoselov; 1974-)에게 돌아갔다.

그래핀 연구로 2010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안드레 가임. ⓒ Free Photo

그래핀 연구로 2010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안드레 가임. ⓒ Free Photo

(6040)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