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광우병의 공포

[과학기술 넘나들기] 과학기술 넘나들기(115)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최근 중국에 이어 북한에서도 발생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나라 방역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바이러스성 출혈성 전염병인 이 질병은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는 감염되지 않고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게만 전염되지만, 아직 치료제도 백신도 없기 때문에 일단 발병될 경우 양돈산업 등에 치명적인 피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 발병한 광우병의 공포를 지적하는 우표 ⓒ Michaelfthompson

영국에서 발병한 광우병의 공포를 지적하는 우표 ⓒ Michaelfthompson

며칠 전에는 공포의 인수공통 전염병 중 하나인 광우병이 브라질 중서부 지역에서 발견되었다는 외신이 전해졌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를 사육하는 나라로 이번 일로 광우병이 확산될 우려는 적지만, 주요 수출 대상국 중 하나인 중국으로의 쇠고기 수출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광우병은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병은 아니지만,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는커녕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메커니즘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더욱 공포감을 주는 질병이다.

소가 미친다는 의미로 광우병(狂牛病, Mad cow disease)이라 널리 불리는 이 증상의 학술적인 병명은 소해면상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BSE)이다. 소의 뇌신경 조직을 침범하여 뇌가 스폰지 모양으로 변하면서 기능을 상실하고,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되는 병이다.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에 감염되어 뉴런의 손실 등이 보이는 뇌의 사진 ⓒ 위키미디어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에 감염되어 뉴런의 손실 등이 보이는 뇌의 사진 ⓒ 위키미디어

또한 광우병에 걸린 소를 사람이 섭취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질병으로서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Variant Creutzfeldt-Jakop disease, VCJD)이 있다.

이른바 인간 광우병이라 불리는 이 질병은 소의 광우병과 증상이 매우 비슷할 뿐 아니라, 역시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닌 프리온 단백질이 병을 일으키며 치료법도 전혀 없는 공포의 질병이라는 측면에서 소의 광우병과 유사하다.

광우병과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 ⓒ Kupfer, L

광우병과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 ⓒ Kupfer, L

약 10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등으로 거의 1년 가까이 나라 전체가 큰 소동과 혼란을 겪고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치른 바 있다.

광우병이나 인간 광우병에 관하여 상세하게 묘사된 영화나 드라마는 상당히 적은 편이지만, 일부는 암시적인 교훈을 주기도 하다.

2006년에 선보인 뉴질랜드 영화 ‘블랙쉽(Black Sheep, 2006)은 품종개량을 위해 실험 중이던 양이 인간의 내장을 먹는 변종 바이러스를 갖게 되면서, 주변의 양과 사람들에게까지 이 바이러스가 퍼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광우병의 최초 발생 원인 등을 풍자하고 양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이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장면 등도 나름 의미 있게 묘사하였지만, 그리 좋은 평가나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다. 우리나라 영화제에서도 소개되기는 하였지만 공포나 스릴러물이라기보다는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편이었다.

정확하게 광우병을 소재로 한 영화는 아니지만, 이와 관련해서 나름대로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로서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 2012)‘가 있다.

영화 ‘매트릭스’ 감독으로 잘 알려진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크베어가 공동으로 감독을 맡고, 톰 행크스, 휴 그랜트, 할리 베리 등 유명 배우와 함께 배두나가 주연으로 등장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수백 년의 시공간에 걸친 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맞물리는 다소 복잡한 구성으로서 평단의 반응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고, 국내의 흥행 실적 역시 좋지는 못하였다.

광우병과 연관이 있는 대목은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이야기 등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의 무대는 미래인 2144년의 국제도시 서울로서, 인간에게 착취당하던 여성 복제인간 손미가 어느 감독관의 도움으로 자각을 하게 되고, 저항군의 일원이 되어 끔찍한 현실과 인간들의 폭력성을 고발하면서 그들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이다.

여섯 번째 이야기의 무대는 인류 문명이 파괴된 먼 미래인 2346년의 남태평양 섬으로 잔인한 식인종족으로부터 자신과 가족들을 지키려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한편, 멀리서 온 이방인을 도와주게 되는 청년 자크리의 활약이 펼쳐진다.

 

한국 배우 배두나가 복제인간의 한 명인 손미-451의 배역으로 나오는데, 이들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대량으로 만들어져서 식당 종업원 업무 등의 고된 일로 인간에게 착취당하면서 엄격한 규율과 꽉 짜인 하루 일과에 따라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과 같은 생활을 한다.

대량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들은 인간과는 차별을 받으면서 노예처럼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인간에게 반항을 하거나 규율을 어길 경우 죽게 된다.

또한 업무 실적이 좋으면 목을 죄어온 금속 밴드로부터 해방되어 좋은 곳으로 가는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노동력이 떨어진 복제인간들을 처리하여 그들의 식량으로 재활용한다는 섬뜩한 대목이 나온다.

마치 영화 ‘아일랜드’에서 복제인간이 윗선의 배려로 휴가차 좋은 곳으로 떠나는 것이 실은 자신과 똑같은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끌려가는 설정을 떠올리게 한다.

손미-451을 비롯한 복제인간들이 식량처럼 섭취하는 ‘비누 음료’가 바로 동료들의 시신으로부터 추출한 단백질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나는데, 이 대목을 곰곰이 뜯어보면 광우병 문제 등을 연관 지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잘 알려진 대로, 광우병의 발생은 바로 신종 동물성 사료, 즉 ‘소에게 소를 먹인’ 어처구니없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결과 광우병이라는 재앙이 인간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왔음을 이 영화를 통하여 다시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이 영화의 맨 처음 이야기와 맨 마지막 이야기 역시 식인종과 관련된 대목이 나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첫 이야기에서는 남태평양 해변에서 발견된 인간들의 치아를 보면서, 옛날 식인종들이 인간을 먹고 남긴 흔적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고, 맨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흉포한 식인종인 코나 족이 주인공 자크리(톰 행크스 분)와 가족들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살해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이른바 인간 광우병이라 지칭되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바로 옛날에 식인 풍습이 있었던 파푸아뉴기니의 부족들에게서 자주 발병되었던 쿠루병과 유사한 종류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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