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시대 끝나고 텔레코즘 세상온다

최연구 본지 편집장

2004.04.11 00:00

조지 길더(George Gilder)는 그 이름만으로도 책을 읽게 만드는 힘을 지닌 몇 안되는 저술가 중 하나이다. 「메가 트렌드」의 저자 존 나이스비트나 브리티시텔레콤의 이언 피어슨 등과 함께 길더는 기술변동과 사회변화를 가장 정확하게 읽어내는 사람으로 손꼽힌다. 최근 그는 「텔레코즘」이란 책을 통해 새로운 기술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길더가 이야기하는 텔레코즘이란 컴퓨터 CPU의 성능보다 컴퓨터들이 연결되었을 때 발생하는 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컴퓨터 개개의 성능보다는 광통신망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의 힘이 정치, 경제, 문화 전반을 변화시키는 동력이라는 것이다. 물론 텔레코즘 시대의 핵심기술은 인터넷과 휴대폰이다. 요컨대, 한 통신회사의 광고 카피처럼 ‘네트워크로 하나되는 세상’이 바로 텔레코즘 세상이다.



1989년 조지 길더는「마이크로코즘(Microcosm)」이란 책을 통해 마이크로칩 혁명이 가져올 새로운 풍요의 시대를 예견했었는데 이번에는 동력혁명, 마이크로칩 혁명에 이은 제3의‘풍요의 시대’를 예측하고 있다. 마이크로코즘에서 20세기 최대의 사건이 ‘물질(matter)의 몰락’이라고 주장했던 길더는 “컴퓨터 시대가 끝나는 자리에는 텔레코즘의 세상이 있다”고 말한다. 20세기의 마지막 10년을 휩쓴 대사건은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이어지는 통신기술혁명이지만 텔레코즘 세상의 실현을 위해서 통신 속도(대역폭)가 너무 제한적이다. 초고속통신망 사용자는 전세계 인터넷 유저의 30퍼센트를 넘지 못하고, 제공되는 속도의 질도 고르지 않으며, 게다가 최근 4~5년간 통신 속도는 거의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World Wide Web’이어야 하는 인터넷이 아직 ‘World Wide Wait’의 언저리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존 통신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한계 때문인데, 길더가 제시하는 통신 속도의 혁명적 변화를 이끌 해답은 ‘光인터넷’이다. 길더는 광학기술과 무선인터넷 기술을 통해 대역폭의 체증을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으며, 그 무한 대역폭을 통해 인간 커뮤니케이션이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거의 무료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텔레코즘은 무한한 영역인 전자기 스펙트럼을 활용하는 범세계적 통신망이다.



이 책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재미있는 점은 기술예측과 미래전망의 대가인 조지 길더가 사실은 과학전공자도 기술자도 아니고, 하버드대 정치학과 출신이라는 점이다. 닉슨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레이건 행정부의 감세 정책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부와 빈곤(Wealth and Poverty)」의 출간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그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신기술 영역으로 관심을 돌린 것은 놀랍게도 마흔 살 이후의 일이었다. 늦깎이 길더가 찾아간 곳은 캘리포니아 공대 미소전자학 연구실이었는데 과학 분야의 문외한이던 길더는 이때부터 물리학과 미적분의 기초를 다지며 미시세계 영역에 천착한다. 결국 그 결실은「마이크로코즘」이라는 책으로 나타났고 이후 길더는 IT세계의 선지자로 불리며 전환기마다 새로운 기술혁신방향을 제시했다.

「텔레코즘」은 그가「마이크로코즘」에서 제기한 주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길더 자신이 밝히고 있듯이 한국은 98년 CDMA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완성·배치하는 등 텔레코즘 세상의 최전방에 서있다. 길더가 IT과 휴대폰 최강대국인 한국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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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권자 2004.04.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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