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2019

치매 예방의 6번째 수칙은 ‘숙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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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월요일 9월 21일은 ‘치매극복의 날’이다. 1995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는 매년 9월 21일을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World Alzheimer’s Day)’ 제정했다. 여기에 맞춰 우리식으로 이름을 바꾼 셈이다. 뇌 기능의 손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질병인 치매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절반 정도가 알츠하이머병이다.

우리나라가 특히 가파르지만 지구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환자수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따라서 치매를 예방하려는 노력은 개인의 안녕뿐 아니라 사회의 부담도 줄이는 길이기 때문에 시급한 과제다. 치매극복의날까지 만든 이유다.

국제알츠하이머협회는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건강 수칙 다섯 가지를 발표했다. 즉 ‘심장을 돌보자’ ‘몸을 움직이자’ ‘건강한 식습관을 갖자’ ‘머리를 쓰자’ ‘사회활동을 즐기자’다. 경로당에 삼삼오오 모인 어르신들이 고스톱을 치며 ‘치매예방 활동’이라고 말하는 게 농담이 아니라는 말이다.

9월 21일은 치매극복의날이다. 많은 질환처럼 치매도 수십 년에 걸친 생활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국제알츠하이머협회는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건강 수칙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숙면도 꽤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국제알츠하이머협회의 포스터를 약간 변형했다. ⓒ 강석기

9월 21일은 치매극복의날이다. 많은 질환처럼 치매도 수십 년에 걸친 생활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국제알츠하이머협회는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건강 수칙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숙면도 꽤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국제알츠하이머협회의 포스터를 약간 변형했다. ⓒ 강석기

그런데 최근 수년 사이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이 다섯 가지 수칙에 하나를 더 해야 할 것 같다. 바로 ‘숙면을 취하자’다. 잠을 제대로 못자면 치매(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치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세포 사이에 침착되면서 뉴런이 파괴되고 신경네트워크가 붕괴돼, 즉 뇌가 위축돼 여러 인지 능력 저하가 일어난다. 사실 정상적인 노화과정에서도 베타아밀로이드가 어느 정도 침착되기 마련이지만(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심해지면 치매라는 병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베타아밀로이드 축적과 수면 질 저하의 악순환    

지난 2013년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베타아밀로이드에 관련된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즉 뇌의 체액에 녹아 있는 베타아밀로이드 농도는 낮에 활동하면서 높아지고 밤에 자고 나면 꽤 줄어든다는 것. 즉 하루를 주기로 톱니처럼 등락을 반복하며 이 가운데 일부가 서서히 침착되는 것이다. 그런데 밤에 잠을 못자면 베타아밀로이드 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잠은 낮의 활동결과 생긴 쓰레기(베타아밀로이드)를 회수하는 청소시간인 셈이다. 만성 수면 부족으로 체액 내 베타아밀로이드 농도가 높을 경우 침착되는 양도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잠만 베타아밀로이드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보다. 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 7월호에는 뇌의 전전두엽에 침착된 베타아밀로이드가 잠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기억력까지 좌우된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브라이스 맨더 교수팀은 정상적인 노인 26명(평균 75세)을 대상으로 베타아밀로이드의 양과 수면의 질, 기억력의 관계를 조사했다. 수면의 질은 비렘수면(non-REM) 서파(slow wave) 활동도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전전두피질에 베타아밀로이트 수치가 높을수록 0.6~1Hz 주파수의 서파 활동도가 낮아졌다. 즉 잠의 질이 떨어졌다는 말이다. 한편 전날 학습한 내용을 다음날 기억하는 테스트 결과 잠을 잘 때 서파 활동이 활발할수록 점수가 높았다. 결국 뇌에 베타아밀로이드가 많이 쌓일수록 수면 네트워크에 강하게 작용해 숙면을 방해하고 그 결과 장기기억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한편 숙면은 베타아밀로이드를 청소하는 역할을 하므로, 숙면이 방해를 받으면 베타아밀로이드가 더 많이 침착되게 된다. 즉 베타아밀로이드 침착과 수면 질 저하가 서로를 강화시키는 ‘앞먹임(feedforward)’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19세기 후반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래 인류는 만성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리게 됐는데,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명은 그 경향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이 시스템에 푹 빠져 시야가 좁아진 사람들에게 ‘디지털 치매’를 경고하고 있지만, 최근 연구결과들은 이런 생활을 계속할 경우 수십 년 뒤에 ‘아날로그(진짜) 치매’도 올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문명의 이기가 부족하던 시절 사람들이 정신건강은 더 좋았다는 말처럼 들리니 참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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