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축구공이 저개발국 아이의 등불

역발상 과학(40) 현대판 형설지공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말이 있다. 너무 가난하여 등잔불조차 피울 수 없는 환경에서도 반딧불과 눈의 빛에 의지하여 글을 읽은 끝에 결국 성공하게 됐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이 같은 고사성어가 오늘날에도 그리 낯설지 않은 이유는 아직도 전 세계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어둠을 밝혀줄 전기가 없는 곳에서 살고 있어서인데, 이들의 어려움을 보살펴줄 따뜻한 과학기술이 최근 등장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저개발국가 어린이들의 밤을 밝혀줄 싸켓 ⓒ Uncharted Play

저개발국가 어린이들의 밤을 밝혀줄 싸켓 ⓒ Uncharted Play

지금 소개하는 ‘전기를 만들어주는 축구공’과 ‘책상 겸 가방이 되어주는 폐지’는 바로 형설지공이라는 고사성어와 관련이 깊은 이 시대의 사례들이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공놀이와 길가에 버려지는 폐지들이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저개발 국가가 가진 교육환경 문제를 해결해줄 역발상의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다.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여 전력 생성

하버드대 학생들이 창업한 사회적 기업 중 ‘언차티드플레이(Uncharted Play)’란 업체가 있다. ‘미지의 놀거리’라는 의미를 가진 상호명처럼 이 업체는 기발한 상상력과 좌충우돌하는 모험심을 가지고 저개발 국가의 어린이들을 위한 적정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축구공을 개조하여 만든 싸켓(SOCCKET)이란 이름의 전력생성 축구공을 통해 저개발 국가들의 전기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위해 뛰고 있다. SOCCKET이란 축구의 ‘Soccer’와 플러그를 꼽는 전기장치인 ‘Socket’를 합성한 조합어다.

언차티드플레이의 공동창업자인 제시카 매튜(Jessica Matthews)와 줄리아 실버먼(Julia Silverman)은 전 세계에 가장 널리 보급되어 있고, 전 세계인이 가장 쉽게 즐기는 운동이 축구라는 점에 착안하여 전력을 생성할 수 있는 축구공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매튜 CEO는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빠르게 회전하는 자기장 안에서 발생되는 전기를 모아둔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라고 밝히며 “이 회전력에 의한 전기 발생에 대한 아이디어를 우선 축구공에 적용하여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되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언차티드플레이가 공개한 축구공의 구조를 살펴보면, 공 내부에 진동을 감지하는 센서와 하이브리드형 발전 디바이스가 탑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공을 찰 때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고, 이렇게 발생한 전기에너지가 발전 디바이스를 통해 축구공 안에 축적되는 것이다.

축구공에 저장된 전기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 Uncharted Play

축구공에 저장된 전기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 Uncharted Play

또한 하얀 축구공 외부에 일부분만 주황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이 바로 전기콘센트가 내장되어 있는 곳이다. 여기에 플러그를 꼽으면 기능에 따라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전등이나 램프를 꼽으면 캄캄한 밤에도 책을 읽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라디오를 듣거나, 식수를 살균할 수도 있다. 물론 캄캄한 밤에 화장실 가기를 겁내는 어린이들을 위해 가로등 역할도 해줄 수 있다.

또 한 명의 공동 대표인 실버먼 CEO도 “저개발국가 어린이들은 아무데서나 축구를 즐기기 때문에 30분 정도의 공놀이만으로도 3시간 동안 빛을 밝힐 수 있는 전력을 만들 수 있다”라고 기대하면서 “저개발 국가의 에너지 혁신을 가져올 존재가 축구공이라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현재 싸켓은 개당 75달러의 가격에 팔리고 있는데, 현재까지 수백 만 개의 공이 자선단체를 통해 저개발국가 아이들에게 전해졌다. 적정 기술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놀이 도구인 축구공에 발전 디바이스를 추가한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그 결과는 실로 엄청나다”라고 평가하며 “아이들이 더 이상 등유를 얻기 위해 먼 걸음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라고 전했다.

골판지로 만든 책상 겸용 가방

미국의 사회적 기업이 저개발국가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돕기 위해 전기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면, 인도의 사회적 기업인 아람브(Aarambh)는 열악한 교실 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 책상과 가방을 보급하는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이 책상과 가방을 선물하려는 이유는 저개발국가의 학생들이 책상 없는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가방이 없어 보자기에 책과 공책들을 넣어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이면 몰라도 2~3년을 이런 자세로 공부한다면 건강에 좋지 않고 집중도 오래 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일개 사회적 기업이 어떻게 고가의 비용이 들어가는 책상과 가방을 선물할 수 있을까?’라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해 아람브사는 책상과 가방을 폐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거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책상 겸용 가방인 헬프데스크의 변신 과정 ⓒ Aarambh

책상 겸용 가방인 헬프데스크의 변신 과정 ⓒ Aarambh

아람브사의 관계자는 “폐지라고 해서 그냥 폐지가 아니라 폐지를 활용하여 만든 두껍고 튼튼한 골판지인 만큼, 튼튼함을 보장한다”라고 자신하면서 “골판지로 만든 책상과 가방은 각각의 제품이 아니라 변신할 수 있는 하나의 제품”이라고 밝혔다.

관계자의 말처럼 ‘헬프데스크(Help Desk)’라 명명된 이 제품은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에는 가방이 되었다가, 교실에서는 책상으로 변신하는 것이 특징이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마치 어린 시절 도화지를 접어 자동차를 만들었던 것처럼, 평평한 골판지에 그려진 선을 따라 접다보면 금방 한 개의  제품이 뚝딱하고 만들어진다.

이 관계자는 “책상과 가방으로 변신하는 헬프데스크를 통해 학생들은 더 이상 척추와 허리, 그리고 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겪을 필요가 없다”라고 강조하며 “또한 책가방이 없어 손으로 책을 들거나 보자기에 싸서 가지고 다니는 번거로움도 덜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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