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교실’로 학생 만나는 표창원

'자유학기제'에 남다른 열정 가진 프로파일러

표창원 박사는 자유학기제를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완화해 줄 수 있는 ‘치료약’에 비유했다.   ⓒ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박사는 자유학기제를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완화해 줄 수 있는 ‘치료약’에 비유했다. ⓒ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내년 본격시행을 앞둔 자유학기제. 2014년 시범학교에서 운영된 때부터 프로그램에 참여해온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프로파일러 1호로 잘 알려진 표창원 박사다.

표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자유학기제 주제선택프로그램 ‘추리교실’을 통해 청소년들과 함께 범인과 범죄 방법을 연구할 정도로 자유학기제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우리나라 교육이 “마음껏 꿈꾸고 실수도 하면서 자신이 찾은 목표를 바탕으로 학습의 동기를 찾아갈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이 되기를 바란다”는 표 박사. 그가 진행한 활동을 바탕으로 자유학기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추리교실 통해 창의적 사고와 추론 배운다

표 박사는 2014년 자유학기제 시범학교로 지정된 태안여중에서 처음 프로그램으로 참가했다. 당시 과학수사에 대해 배우고 진실을 탐구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싶다는 강의요청이 있었고, 표 박사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에 수락했다.

표 박사는 태안여중에서 TED강연 ‘숨겨진 진실을 찾는 직업’을 진행했다. 실제 발생했던 사건을 토대로, 용의자의 의심을 입증할 만한 증거들과 함께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는 아주 작은 단서가 발견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 상황을 제시했다. 당시 학생들과 함께 추리하고 수사한 표 박사는 “무척 재미있게 집중하며 긴장과 스릴을 느끼고 잘 따라와 주던 학생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학생들은 추리교실 수업을 통해 수사와 재판을 체험할 수 있고, 범죄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학생들은 추리교실 수업을 통해 수사와 재판을 체험할 수 있고, 범죄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올해 표 박사는 자유학기제 주제선택프로그램 ‘추리교실’을 개발했다. 추리교실을 통해 학생들은 똑같은 사건 현장과 단서, 증거 및 정황을 두고 검사와 변호사, 각기 다른 역할을 맡아 정반대의 해석과 주장을 하는 상황을 통해 ‘객관적 태도’의 중요성을 체감한다. 표 박사는 “학생들이 추리교실 수업을 통해 재밌고 스릴 넘치게 수사와 재판을 체험할 수 있고, 범죄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생들은 자칫 잘못하면 죄가 없는 사람에게 누명을 씌울 수도 있다는 엄중한 현실도 배울 수 있다.

추리교실 프로그램은 주제1 ‘범인을 찾아라’와 주제2 ‘진실을 찾아라’로 구성된다. 주제1에서는 추리와 수사, 지문 채취 등 법과학 실험 및 프로파일링을 통해 제시된 용의자들 중 ‘범인’을 지목하고 주제2에서는 검사 팀, 변호사 팀, 판사와 배심원 팀, 언론과 방송 등 ‘미디어 팀’으로 나뉜 학생들이 ‘모의법정’을 진행한다.

검사 팀은 주제1에서 추리와 수사 끝에 선정한 피고인을 둘러싸고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민한다. 변호사 팀은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며, 판사와 배심원 팀은 그 사이에서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한 탐구를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의 ‘모의재판’이 끝나면 유무죄에 대한 평결이 내려지고, 학생들은 ‘사건의 진실’이라는 동영상을 보며 사건의 진실과의 부합여부를 분석할 수 있다. 표 박사는 “학생들은 추리교실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하며 큰 흥미를 보였다”며 “엉뚱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울 수 있는 위험성을 실감한 학생들이 숙연해할 때 추리교실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표 박사는 지난 7월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과학창의축전’에서 자유학기제 추리교실 체험부스에서 학생들과 만나기도 했다. 1주일간 사전 예약제로 진행된 체험부스는 전회 매진되면서 큰 성과를 거뒀다. 표 박사는 “학생들이 모의 사건 현장 수사와 지문채취 실습을 직접 체험에 흥미를 갖고 참여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주제2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생들은 검사 팀, 변호사 팀, 판사와 배심원 팀, 언론과 방송 등 ‘미디어 팀’으로 나뉘어 ‘모의법정’을 진행한다. ⓒ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주제2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생들은 검사 팀, 변호사 팀, 판사와 배심원 팀, 언론과 방송 등 ‘미디어 팀’으로 나뉘어 ‘모의법정’을 진행한다. ⓒ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자유학기제 주입식 폐해 완화해 줄 수 있는 ‘치료약’

표 박사는 어떻게 해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표 박사는 “학교와 교육과정에서 활력을 찾을 수 없어 어깨가 쳐져 있는 학생들을 보며 늘 아쉬움을 느꼈었다”고 운을 뗐다. 본인이 학생이던 때에 비해 훨씬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민주적인 분위기 속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학생들은 무엇인가에 힘들어 보이고, 도전이나 패기 같은 단어는 전혀 떠올려지지 않아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표 박사는 그 이면에 존재하는 지나친 사교육과 선행학습, 진학과 취업 등 ‘생존’ 문제와 부모 등 주변의 기대에 대한 부응이라는 ‘부담’을 꼬집었다. 그는 “행복과 성장이라는 어린이 청소년 시기의 특성에 맞는, 맘껏 꿈꾸고 실수도 하고 말썽도 부리고, 도전도 하고, 우정과 낭만도 즐기는 가운데 자신이 찾은 목표를 바탕으로 학습 동기가 유발되는 교육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표 박사는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사교육이나 선행학습의 ‘방해’와 ‘해악’으로부터 학생들을 대피시켜 숨 쉴 틈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 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어떤 것을 잘 하는 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으며,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 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각에서 자유학기제를 두고 ‘놀기만 한다, 공부는 언제하냐’ 등의 비판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표 박사는 “오히려 중학생들이 더 많이, 그리고 더 잘 ‘놀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학기제가 게임이나 여흥, 오락 등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 내면의 꿈을 발견하기 위한 ‘의미 있는 놀이형 학습’이라는 이유다.

또한 그는 “2016년도에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자유학기제에서는 ‘재미’와 ‘의미’라는 두 요소의 혼합과 균형이 잘 조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연구진, 현장에서 시행하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능력을 끌어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표 박사에게 자유학기제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완화해 줄 수 있는 ‘치료약’이다. 그는 “미래는 강제학습으로 좋은 성적과 스펙을 쌓은 ‘복사된 깡통형 인재’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며 “ 때문에 독창적이면서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가 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자유학기제 시행은 타율적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완화시켜 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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