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최악의 과학 스캔들, 지구온난화 (상)

[음모론 속 과학] 과학으로 파헤친 음모론 (11)

음모론 속 과학 지난겨울은 유난히 강추위와 폭설이 잦았다. 1월 15일 서울은 영하 18.6도를 기록해 1986년 이후 최저 기온을 기록했으며, 그날 철원은 영하 27.6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도 이상 추위와 폭설에 시달렸다.

동유럽은 폭설과 강추위로 교통이 마비됐으며, 미국 동부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구 최후의 날을 그린 영화 ‘아마겟돈’에 빗대어 ‘스노마겟돈’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였다.

이상 저온 현상은 올봄까지 계속 이어졌다. 예년 같으면 봄꽃이 만발할 때인 4월 14일 서울은 1.2도의 낮은 기온으로 23년 만의 봄철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일본 역시 4월 중순까지 눈이 내려 41년 만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지구 북반구에 위치한 국가들은 지난겨울부터 올봄까지 ‘00년 만의 한파’라는 보도를 쏟아내기에 바빴다. 지구온난화로 지구가 계속 더워진다고 했는데 왜 이리 추웠던 것일까?

사정이 이쯤 되자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회의론자들의 음모론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불거진 ‘기후 게이트’는 불난 집에 끼얹은 기름처럼 이 같은 음모론 공방을 타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기후 게이트란 세계적 기후변화 연구소인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기후연구센터의 필 존스 소장의 이메일이 해킹 당해 2007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4차 보고서가 왜곡 발표됐다는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다.

IPCC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기후변화에 관련된 과학기술적 사실에 대한 평가를 제공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으로 창설한 유엔 산하 정부간 협의체이다.

IPCC의 보고서는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유일한 보고서로서, 기후변화에 관한 거의 모든 토론에서 인용될 만큼 인지도가 높다. 1990년 1차, 1995년 2차, 2001년 3차에 이어 2007년에 낸 4차 보고서에서 IPCC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인간 때문’이라는 의견을 명백히 했다.

지구온난화는 인간 때문

이후 이 보고서는 지구온난화 연구와 녹색 정책의 교본으로 통할 만큼 높은 인지도로 전 세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관해 작성된 어떤 보고서보다 강력한 경고를 담고 있는 이 보고서로 인해 전 세계인들의 지구온난화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이런 공로로 IPCC의 라젠드라 파차우리 의장은 ‘불편한 진실’이라는 영화 등을 제작해 역시 지구온난화에 대한 강한 경고 메시지를 전 세계인에 전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함께 2007년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후 게이트는 이 같은 IPCC 보고서의 위엄을 한번에 뒤집어놓을 만큼 위력이 컸다. 이스트 앵글리아대의 필 존스 기후연구센터 소장이 IPCC 연구자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토의와 논쟁을 억누르기 위해 자료를 숨기고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온난화 예측과 반대되는 기후관측 자료를 수정 또는 배제하는가 하면 기후변화의 위험을 강조한 연구결과를 게재하게끔 여러 과학 전문지와 IPCC에 압력을 넣은 증거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조작의 한 예를 들면 IPCC는 4차 보고서에서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는 2035년 혹은 더 일찍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35년이라는 해빙 시점은 러시아의 한 연구논문이 제기한 2350년의 숫자를 뒤바꿔 쓴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또 IPCC는 4차 보고서에서 ‘네덜란드 국토 면적의 55%가 해수면보다 낮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네덜란드 정부는 ‘국토 면적의 26% 정도만 해수면보다 낮다’고 반박했다.

IPCC도 스스로 인정한 이런 오류들에 대해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들은 ‘지구온난화라는 새파란 거짓말이 드디어 정체를 드러냈다’고 공격했다. 여기서 새파란 거짓말(Green Lies)이란, 지구온난화라는 주장 자체가 유럽의 사회주의자들이나 산업화 반대자들, 환경론자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음모라는 의미이다.

즉, 이들이 녹색산업 관련업체들과 대형 금융회사의 자문 역할을 하며 막대한 돈을 받아왔다는 커넥션 설을 비꼬는 말투인 셈이다.

개발도상국이나 제3세계 국가들은 지구온난화가 화석연료로 산업화를 이루며 대부분의 온실가스를 이미 배출한 선진국들이 이제 막 성장하려는 국가들의 발전을 견제하기 위한 음모라는 주장을 펼친다.

탄소배출권 제도가 시행되면 아프리카 지역에만 7억5천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극빈자들의 미래는 더 캄캄해진다. 이들이 최소한의 생존 환경을 일구기 위해서는 예전의 개발도상국들이 그랬던 것처럼 값싼 화석연료로 개발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몇몇 선진국들이 탄소배출권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전 세계의 국가들에게 돈을 벌기 위해 지구온난화라는 환경 이슈를 만들고 있다는 음모설도 있다.

새 권력 잡으려는 집단의 음모?

한편 정치적인 면에서의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지구온난화라는 공포를 부각시킴으로써 새로운 권력을 잡으려는 집단의 음모라는 설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유엔의 경우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진정한 힘과 권력으로 세계 통합 정부를 꿈꾸기 위해 지구온난화라는 이슈를 더 부추긴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지구온난화 경고론자들은 석유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자들이 만들어내는 음모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실제로 IPCC의 4차 보고서가 발표되기 직전에 미국기업연구소(AEI)는 기후변화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사람에게 1만 달러는 주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주요국가 과학자들에게 발송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EI는 바로 거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의 재정 지원을 받는 연구단체이다.

또한 지구온난화 경고론자들은 기후 게이트를 일으킨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기후연구센터 서버의 이메일 해킹 사건이 바로 세계기후변화회의를 방해하기 위한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들의 조직적인 시도이자 음모의 증거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 비난이 오고가는 공방전으로 사상 최악의 과학 스캔들이라 불리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논쟁의 시발점은 1992년의 ‘리우선언’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구 환경을 논의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브라질의 수도 리우데자네이루에 모여 발표한 리우선언의 주요 이슈는 바로 ‘지구온난화’였다.

당시만 해도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꽤 명확했으며, 대부분의 과학자들도 이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리우선언 이후 일부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공감대는 곧 무너졌다.

그들은 우선 지구의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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