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0,2019

초고해상도 이미징 플랫폼 개발

[인터뷰] 김동현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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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고가의 특수 장비가 없어도 단백질이나 바이러스 등의 생체고분자 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최종률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박사와 김동현 교수, 신전수 의과대학 교수, 김규정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위성에서 사람의 손바닥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를 갖는 초고해상도 이미징 플랫폼을 개발해냈다. 

이 연구결과는 광재료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스(Advanced Optical Materials)’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나노횃불 만드는 금속나노칩

▲ 김동현 교수가 연구실 박사과정생들과 초고해상도 이미징 플랫폼 개발하고 있다. ⓒ김동현


김동현 교수팀은 세포와 단백질간의 상호작용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금속 나노칩을 개발했다. 기존의 고가 특수장비와는 달리 광학현미경에 장착해 20나노미터까지 최적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기존의 전반사 형광현미경은 수백 나노미터 크기 밖에 분별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약후보물질 발굴 등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현미경의 해상도를 수십 나노미터까지 높여 바이러스 이동이나 단백질 간 상호작용 같은 미세한 생체현상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연구팀은 나노구조를 이용해 빛을 아주 작은 크기로 만들 수 있는 원리를 이용했어요. 일반적인 광학현미경으로 보기 힘든 현상을 관찰하는 데 사용하고자 했죠.  관찰이 힘든 작은 물질들이 작은 나노 횃불 위를 지나갈 때마다 이를 검출해 영상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횃불의 크기가 수십 나노미터 이하이므로 정밀한 측정이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관측할 수 있는 현상들이 수십 나노미터 이하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김동현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에서 다루는 다양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기존의 현미경 방법에서는 수백 나노미터 크기라는 해상도 한계 때문에 작은 범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예를 들면 두 물질이 수백 나노미터 범위 내에서 반응하면 두 물질을 구별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20 나노미터 이상의 범위에서도 구별이 가능해졌고 기존 영상에 비해 열 배 이상 해상도를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어요.”

김동현 교수팀의 연구가 해상도를 향상시킬 수 있던 비결은 직경 200~400 나노미터 구멍이 촘촘하게 배열된 금속 나노칩에 있다. 빛이 나노 구멍을 투과하는 광투과 현상에 의해 만들어 내는 강한 전자기파가 마치 나노횃불처럼 작용해 위에 놓인 단백질이나 바이러스 내부를 통과하면서 만들어 내는 미세신호를 이용하는 것이다.

광투과 현상이란 빛이 금속표면에 있는 자기 파장보다 작은 크기의 구멍을 투과하는 것으로, 빛과 금속표면 전자간의 공진현상에 의해 고해상도 이미징, 고감도 바이오센서, 차단필터 등에 응용할 수 있다.

“우리 연구팀은 기존 현미경을 그대로 사용하되 이번에 개발된 나노칩 상에서 물질을 측정한다면 향상된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치 프린터는 저렴한 것을 쓰고 토너만 돌아가면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기존 현미경에 나노칩만 원하는 해상도에 맞춰 사용하는 것이죠.

이때 해상도는 나노칩의 나노구조만 바꿔 주면 조절해 나갈 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IT분야의 세계적 강국이므로 본 연구와 같은 접근방법으로 IT 기술을 BT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어요.”

이번 연구는 ‘나노횃불을 만드는 금속나노칩’으로 불리기도 한다. 금속나노칩은 나노구조가 금속 표면에 만들어져 있는 칩으로, 나노구조는 들어오는 빛을 작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구조에 따라 작게 만드는 정도를 다르게 할 수 있다.

“크기가 제각각인 나노구멍으로부터의 신호를 비교하는 방식을 이용해 입체적인 세포나 바이러스를 깊이 500 나노미터까지 검출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번 연구는 사실 금속박막을 이용해 꾸준한 연구를 진행하며 얻은 결과입니다.”

“세포 특성, 모두 달라 이해 어려웠죠”

▲ 금속 나노 구멍의 특이 광투과 현상을 이용한 초고해상도 이미징 플랫폼 ⓒ한국연구재단


금속박막을 이용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김동현 교수는 나노구조를 이용한다면 표면의 빛을 작게 만들 수 있고 이를 분자반응 측정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분자반응의 검출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서 이를 영상화에 적용한다면 기존의 현미경 방법을 개선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착안했다. 

미세영상 분야는 특히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데, 이번 연구와 같은 새로운 접근방법을 사용한다면 이러한 선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어려운 점도 많았어요. 무엇보다 연구를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죠. 아직도 겪고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세포 내에서 실제 알려진 분자에 적용해 본 연구의 접근방법을 증명하고자 했는데 세포마다 특성이 너무나 달라서 이를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죠.”

이번 연구는 금속나노칩을 이용해 쉽게 적용 가능한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기존 영상법의 해상도를 개선하는 연구는 이미 여러 가지 방법이 나와 있기 때문에 고가의 장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현미경에 붙여서 비교적 쉽게 감당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규명하는 데 응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포 내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들어가는 과정이라든지, 분자 간의 반응을 영상화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의생명과학 분야에서 이러한 기초적 주제들을 이해한다면, 신약발굴, 줄기세포의 응용 등 최근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김동현 교수는 앞으로 두 가지 방향의 계획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일단 삼차원 상에서 해상도를 더욱 향상하는 것이 한 가지이고, 두 번째로는 의과대학 등에서 도와주시는 연구자 분들과의 공동연구를 더욱 활발히 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함으로써 방법의 유효성을 더욱 엄밀하게 검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 역시 성장하고 있어요. 앞으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IT 기술을 의생명과학 분야에 접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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