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화가 고흐의 움직이는 색상

과학자들, 분광학 통해 물감 속성 되살려내

비극적일 정도로 짧은 생애였음에도 불구하고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86~1888)는 위대한 화가 중의 하나다. 그의 작품은 20세기의 미술운동들, 특히 야수주의와 독일 표현주의의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토대를 제공했다.

미국 화학회에서 발간하는 화학전문주간지인‘케미컬 앤드 엔지니어링뉴스(C&EN)’는 최근 특집 기사를 통해 고흐가 사용한 색채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 특히 걸작에서 즐겨 사용한 선홍색(bright red)과 밝은 노랑색(bright yellow)을 집중 조명했다.

이들 색깔들은 평범한 색깔들이 아니다. 시간과 함께 희미해지는 등 변화하고 있는 색깔들이다. C&EN은 세계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들 고흐의 색상들을 ‘비극적 아이러니(tragic irony)’라고 표현했다.

물감 색소의 비밀 알고 있었던 고흐 

‘비극적 아이러니‘란 연극을 보면서 등장인물의 행동・생각을 독자・관객은 알지만 이야기 속에 등장하고 있는 인물은 모르는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다. 셰익스피어 극중에서 비극적 상황으로 치닫는 ’멕베드‘, ’리어왕‘이 대표적인 경우다.

과학자들이 분광학 등을 통해 과거 사라져버린 천재화가 반 고흐의 색상들을 되살려내고 있다. 사진은 고흐가 그린 '아이리쉬'.  1998년 작품이다.

과학자들이 분광학 등을 통해 과거 사라져버린 천재화가 반 고흐의 색상들을 되살려내고 있다. 사진은 고흐가 그린 ‘아이리쉬’. 1998년 작품이다. ⓒ vangoghgallery

고흐 작품의 색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19세기 후반 르노와르, 앙소르와 같은 북부 유럽 예술가들이 사용하던 색상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 고흐는 다른 예술가들과 달리 색소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의 미술품 관리위원 엘라 핸드릭스(Ella Hendriks) 씨는 “고흐의 눈은 당시 예술가들이 잘 알지 못했던 색소변화(pigment degradation)의 원리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작품을 그린 다작 화가다. 10년 동안 무려 1000개의 작품을 그릴 정도였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가 새로 구입한 물감들, 캔버스 안에서 새로 만들어진 색상들에 대해 끊임없이 토의하고 있었다고 쓰고 있다.

당시 그는 매우 과학적으로 색상들을 분석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고흐의 캔버스는 섬세한 터치의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색상들이 생겨났다 재현되기도 하고, 또 다른 색상으로 변화해가는 놀라운 창조의 장소였다.

화학자들에 의하면 캔버스 안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화학적 분해가 일어났으며, 결과적으로 고흐의 범접하기 힘든 걸작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붉은색 물감의 일종인 레드 레이크(red lake)가 크게 돋보인다.

이들 색상들은 다른 화가의 색상들과는 달리 희미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화학적 작용 때문이다. 이 안료를 만든 유기화합물들은 빛이 비추이면 급격히 허물어진다. 고흐는 이런 성질을 이용해 여러 가지 움직이는 붉은 색을 만들어냈다.

사라진 꽃과 풍경 색깔들, 원래 상태로 회복 

식품 착색제로 쓰이는 선홍색 색소 코치닐(cochineal)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안료는 사막 선인장에 기생하는 곤충인 깍지벌레의 암컷에서 뽑아낸 것이다. 붉은 색 계통의 산성염료인 에오신(eosin)도 유사한 효과를 내는 경우다.

로마 시대 이후 사용돼 온 광명단(red lead) 역시 유사한 경우다. 이 붉은색 안료는 인체에 해로운 성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색상이 아름다워 많은 화가들이 애용하고 있었다. 고흐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고흐가 창조한 이들 색상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흐가 살아있을 때 사라졌거나 그의 사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진 색상들도 있었다. 화학적으로 매우 무지했기 때문이다.

반 고흐 미술관 핸드릭스 관리위원은 “고흐의 죽음을 전후해 고흐가 만들어낸 색상이 빛을 받으면 화학적 작용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흐가 그린 ‘장미들(roses)’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원래 핑크(pink) 색상의 꽃들로 구성된 그림이었다. 그러나 1907년까지 17년 간 그의 어머니 집에 걸려 있는 동안 그 고유한 색깔을 잃어버렸다. 1888년에 그린 그림 ‘아를 근처의 붓꽃이 핀 들녘(Field with Irises near Arles)’이란 그림도 있다.

고흐의 편지에서 이 그림은 지금의 푸르스름한(bluish) 색깔이 아니라 자주색(purple)이었다. 과학자들은 처음 고흐가 이 그림을 그렸을 때 안료들을 분석했다. 그리고 자주색 가운데 붉은 색이 사라지고 푸른색만 남아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구름낀 하늘 아래 밀 건초더비들(Wheat Stacks under a Cloudy Sky)’이란 작품이 있다. 1889년에 그린 풍경화다. 이 작품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붉은 색 기운이 사라지고 하얀 색처럼 변해버렸다.

색상 변화로 고흐 그림의 가치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과학자들은 본래 색상을 살려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고흐가 즐겨 사용한 안료 에오신(eosin)이 대표적인 경우다. 희귀한 원소인 에오신은 구조상 4개의 브로민(bromine) 원자로 구성돼 있다.

브로민은 상온에서 액체인 유일한 비금속원소다. 또 적갈색의 무거운 휘발성이 있는 액체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대학의 스닉트(Van der Snickt) 교수는 이 색상을 되살려내기 위해 고흐의 작품 속에 남아 있는 이 브로민을 찾아냈다.

그리고 본래 색상이 사라져버린 이 형광성 원자의 속성을 되살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고흐는 에어신의 색상이 변화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진짜 꽃들처럼 시간과 함께 사라져 가는 꽃 색상들을 재현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꽃에서처럼 이들 색상들이 사라져버릴 경우 복구해낼 수 있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그 일을 과학자들이 하고 있는 셈이다. 물질에 의한 빛의 흡수나 복사를 분광계, 분광광도계 등을 써서 스펙트럼으로 나누어 측정, 해석하는 분광학(spectroscopy)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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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2)

  • 정준우 2016년 February 11일3:34 pm

    안녕하세요, 고흐의 출생/사명 연도 수정 바랍니다. 2년은 너무 비극적이네요.

  • 김수연 2016년 February 12일6:51 am

    정말 비극적이네요, 1853~1890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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