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책 속에는 낭만이 있다

김제완의 새로운 과학(19)

요즘 세상은 모든 것들이 디지탈화 된 핸드폰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의 사무실이 있는 과학기술회관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면 거의 모든 젊은이들은 핸드폰만 보고 있다. 이렇게 모든 정보와 지식들을 핸드폰을 통해서 얻은 까닭에 책은 잘 안 팔리고 도산하는 출판사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 핸드폰에서 얻지 못하는 기본적인 가치가 책에는 있다. 새 책을 펼치면 그 종이 냄새가 풍기는 그 분위기가 디지털에서는 얻지 못하는 경험일 것이다.

책의 향기를 맡으면 해변이나 전원 속에서 잠기는 기분

디지털 지식은 복잡한 서울 거리를 연상케 하지만 책의 향기를 맡으면서 독서를 하면 마치 해변이나 전원 속에서 잠기는 기분을 느낀다. 이런 면에서 책과 핸드폰의 지식은 차별화 된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세상이 되었고 ‘뉴욕타임즈’가 주말에 펼쳐내는 매거진(Magazine)에서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컴퓨터속의 세상을 그려내는 작품들이 많이 선을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두 가지 예를 들어보면 “아마시아로의 여행”(A journey to Amasia)과 “신의 영역에 있는 네로”(Nero in a God’s Partition)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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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 모두가 컴퓨터 속에서의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Amasia”에서는 1억 5천만 년 뒤 아시아와 북미대륙이 융합되어 하나의 초대륙이 되는 먼 장래에 일어나는 로봇과 인간의 생활을 그린 것이며 “신의 영역에 있는 네로” 역시 “네로”가 오류에 의하여 잘못 저장되어 신의 파티션에 저장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이런 소설은 젊은이의 기호에는 맞는지 몰라도 저자처럼 구세대에서는 전혀 공감은 가지 않는다. 전통적인 인쇄물인 책은 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안겨준다. 고전적인 책 가운데 단테의 신곡(La Divina Commedia , 神曲)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책에서는 죄를 지은 사람들이 가는 곳을 아홉 개로 분류하여 그 첫째를 림보(Limbo)라고 하며 이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 가는 지옥의 첫째 관문이다.

미국 사람들은 ‘너는 림보에 있다'(You are at limbo)고 하면 트러블이 시작되리라는 말로 쓴다. 지옥의 밑바닥인 아홉 번째(9th Gate) 지옥에는 배신자들이 가는 곳으로 되어 있다. 서울의 조선호텔에 가면 이 이름을 쓴 9th Gate 라는 식당이 있다. 아마 마지막으로 꼭 들러야 할 곳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인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책은 환상을 불러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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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과학책 가운데 일반 대중에 잘 알려진 몇 가지 예를 든다면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 “시간의 역사”와 스티브 와인버그(Steven Weinberg)의 “최초의 3분간” 그리고 칼 세이건(Carl Sagan)의 “코스모스”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디지털 책과는 달리 그 어딘가 낭만이 흐르고 있다

잘 알려져 있으리라 믿는데 “시간의 역사”는 우주가 시작하는 시간의 줄거리를 기술했고 “최초의 3분간”은 우주배경복사가 나올 때까지의 이야기이며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별들과 은하계 그리고 태양계들에게 관한 이야기이다. 디지털 책과는 달리 그 어딘가 낭만이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다.

칼 세이건이 그려내는 화려하고도 웅장한 은하계와 그 너머의 우주 그리고 손에 잡히는 듯한 태양계가 퍽 낭만적이다. 와인버그의 “최초의 3분간” 역시 창세기의 빛이 나올 때까지의 이야기를 과학적이면서 신비롭고 낭만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호킹의 “시간의 역사”역시 그렇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불구의 몸으로 “시간의 역사”의 해설 강연을 하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호킹은 1991년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서울대학교와 신라호텔에서 두 번 강연을 한 적이 있다. 필자는 이 모임들의 사회를 맡았었는데 말도 못하는 호킹 박사는 휠체어에 탄 채 그 뒤에 설치된 컴퓨터를 조작하여 강연하는 것이 인간의 한계를 넘은 아름답고 신비하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퍽 인상적이었다.

이런 낭만적인 분위기는 핸드폰의 콘텐츠(Contents)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책만의 특성이라고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인쇄된 책은 언젠가는 그 자취를 감추고 디지털의 세상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필자처럼 책만이 풍기는 그 풍요로운 멋과 낭만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인쇄된 책은 계속되리라 생각된다.

생명과학분야의 책 가운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What is life? :E. Schrodinger)를 권해드리고 싶다. 이 책에서 최초로 분자생물학의 가능성을 제시했고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권하고 싶다.

수학분야도 언급하고 싶다.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는 17개의 방정식이 있다. 필자는 이 17개의 방정식을 풀이해서 “신은 수식으로 말한다.”는 제목의 책을 집필 중에 있다. 17개 방정식의 첫째인 뉴턴의 방정식 F = ma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려고 한다.

잉글랜드의 쟁탈전이 아서왕(King Arthur)과 해리슨왕(King Harison) 사이에 벌어졌다. 헤이스팅(Hasting) 광야에서 부딪친 두 세력들을 서로를 향하여 돌격을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아서왕 등 뒤에서 혜성이 나타나서 밝은 불빛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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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본 해리슨왕이 이끈 군대는 혼비백산하여 달아나기 시작했고 이렇게 아서왕은 대승을 거두었다. 그 당시 귀족 이었던 헤일리(Halley)는 뉴턴에게 갑자기 나타난 위성은 전에도 나타난 적이 있었기에 나타나는 주기를 계산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그랬더니 뉴턴은 10일의 말미를 달라고 말했다.

10일 뒤에 뉴턴은 위성의 주기는 76년이라고 답했다. 헤일리는 뉴턴에게 그런 중요한 사실은 책으로 써서 남기라고 권했다. 뉴턴은 내가 무슨 돈이 있어서 책을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랬더니 헤일리가 돈은 내가 후원을 할 테니 책을 써 달라고 부탁했고 이 책이 바로 본격적인 과학서적 1호인 프린키피아(Principia)이고 그 혜성을 “헤일리 혜성”이라 부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누군가 새로운 중요한 원리를 책으로 출판하기를 기대하면서 두서없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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