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1,2019

“창의적 문제 제기하는교육 필요”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 인터뷰 대담

FacebookTwitter
<대 담>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
              김문조  강원대학교 석좌교수(과학과 기술 편집위원장)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과학과 기술 편집위원)
              이은정 KBS 기자(과학과 기술 편집위원)

 

대학 신임 총장에게 임기 동안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으레 ‘전 세계 몇 순위 대학’이라고 말하기 마련인데 그는 달랐다.

“서울대학교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역할을 다 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얼마 전까지 금배지를 달았던 오세정 서울대학교 신임 총장, 그는 “만약 학교에만 계속 있었다면 자기 논리, 공급자 논리에 매몰되었을 것”이라며 국회 경력이 성숙의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오 총장은 애초 정치에 뜻이 없었으나 2016년 과학기술계를 대표하여 비례대표 1~2번을 제안받은 뒤 고심 끝에 과학기술계에 찾아온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입문한 여의도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제야 국민의 눈높이에서 서울대학교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세계 톱클래스,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국가에서 지원하는 대학인데 얼마나 국가에 도움이 됐나, 그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 이런 질문들이 더 중요했습니다.”

오 총장은 취임과 동시에 서울대학교뿐만 아니라 한국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혜안을 내놓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동시에 떠맡게 됐다.

그는 우선 국내 대학의 공통된 문제점으로 “어느 대학도 기르고자 하는 인재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또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도 강조했다.

그래서 입학식에서 “서울대학교는 각자 도생하는 곳이 아니라 평생의 조력자를 찾는 곳”이라고 말했고, 졸업식 때는 “주변을 둘러보고 어떻게 공동체에 기여할지 생각해 보라”고 주문했다.

오 총장은 어릴 때부터 수재로 유명했다. 경기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대입 예비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대학도 수석으로 입학하고 수석 졸업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물리학과 유학 시절 유일한 동양인으로서 박사과정 자격시험에 1등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공부의 신’으로 불렸던 그가 이제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했던 것처럼 공부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우리는 정답이 주어진 것만 가르쳐 왔습니다. 이건 정말 문제입니다. 학생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계속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김문조 지난 2월 8일 취임식을 갖고 2월 20일에는 대통령께 임명장 수여까지 받으셔서 본격적으로 4년의 임기를 시작하시게 되었습니다. 1984년 교수 생활을 시작하시고, 35년이 지나 총장이 되셨는데 여러 감회가 깊으실 것 같습니다. 소감 먼저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오세정 취임 후 교내 4·19 기념탑에서 참배한 후 서너 명의 기자들이 소감이 어떤가 물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고 말했습니다.

학교가 정상적인 상태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6개월간 공백이 있었습니다.

제가 국회에 있을 때도 서울대학교의 위상이나 권위가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도 서울대학교가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제대로 선도 대학으로의 책임을 다 해왔는지 대해 비판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서울대학교에서 새롭게 뭐 좀 하겠다고 도와달라고 하면 다른 국회의원들은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 있는데 왜 더 예산을 지원해야 하나”라는 반응부터 나옵니다. 조금 네거티브한 분위기에서 임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서울대학교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일부터 착수하려 합니다.

그다음에는 국민이 서울대학교를 가치 있는 기관, 의미 있는 기관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야 또 한 번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이은정 졸업식과 입학식 때 초청 연사가 언론에서 많은 화제가 됐습니다.

오세정 사실 학교가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입학식과 졸업식이 바로 그 기회입니다. 학생들에게 남들만 따라가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학위수여식에서 본교 미학과 졸업생이자 방탄소년단을 ‘글로벌 아이돌’로 키운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초청 연사로 모셨습니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과는 다르게 방 대표는 방탄소년단에게 세계를 상대로 하면서도 한국말로 노래를 할 것을 주문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언제 한 번 신문에 글도 썼는데 이것을 만약 정부에서 추진했다면 세계화라고 해서 당연히 영어로 노래를 부르게 했을 텐데, 방 대표는 자기만의 철학과 방법을 가지고 성공한 경우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앞으로 나가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남이 좋다고 하는 것을 하는 것은 의미 없다는 얘기를 함께 전하고 싶었습니다.

입학식에선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를 모셨습니다. 본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경쟁 체제에는 익숙하지만, 함께 협업하고 공감하는 일에는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경쟁을 통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상묵 교수님을 모신 것입니다.

입학식에서 저는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말했습니다. 졸업장을 타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직업을 갖기 위한 지식을 배우는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살아갈 때 중요한 가치들을 배우는 것인데 그것은 다른 사람과의 토론에서 출발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이은정 총장직에 오르기 위해 몇 차례 도전을 하셨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총장직을 맡게 되면 어떻게 서울대학교를 변화시키겠다는 구상도 분명하셨을 것 같습니다.

오세정 총장 선거에 총 3번을 나갔습니다. 두 번째 선거에서 낙마한 후 국회로 가게 되었는데 그때 사실 총장직에 대한 미련은 접었습니다.

처음 국회의원 직을 제안받았을 때도 평생 연구자로 지내다가 정치권에 발을 내딛는 게 옳은 일인지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몇 차례 고사도 했었지만 그런데도 결국 수락한 이유는 과학기술계 안팎에서도 과학기술인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사람이 나오길 원했고, 비례대표 1~2번의 제안이 주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제가 빠지면 다른 분야로 자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해서 가족들하고도 상의했는데 흔쾌히 해보라고 지원을 해줘서 큰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 학교를 비롯한 연구계에만 머물러 있던 저는 국회에서 굉장히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서울대학교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서울 대학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깨닫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학생으로서, 교수로서 우리가 세계 일류 대학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면, 국회의원이 되어서 여러 사람을 만나 얘기하다 보니 그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외부에서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대학인데 얼마나 국가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충실히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지만 생각해보니 맞는 질문이었습니다. 학교에만 있었다면 자기 논리, 공급자 논리에 매몰되었을 텐데 세금을 내는 국민 입장에선 뭐가 더 중요한가를 생각해보게 된 겁니다.

결과적으로 서울대학교를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됐고 그 시간이 총장직을 다시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회가 점차 성숙하면서 어떤 기관이든 투명해야 하고 국민의 지지가 없다면 이끌고 나가기 어렵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국민이 서울대학교에 무엇을 바라는가를 피부로 느꼈다는 점이 제게 크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최연구 취임사에서 직접 ‘서울대학교 위기론’을 언급하셨는데, 사실 서울대학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 전체가 위기인 상황이 아니겠습니까? 이를테면 무크(MOOC)를 중심으로 글로벌 온라인 강의가 대세를 이룬 가운데 대학의 교육 패러다임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오세정 말씀대로 세계적으로 대학이 위기입니다. 소위 4 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가 무엇인지 명확지 않은 상황이고, 지금 인기 있는 직업이 10년이나 20년 뒤에도 계속 그렇다는 보장 또한 없습니다.

그러면 학생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느냐는 물음에 부딪히게 됩니다. 무크 등 온라인 교육이 대중화되고 있는데 계속 땅 위에 커다란 건물을 세워야 하는가 등의 그런 고민도 예전부터 있었고 한국은 또 인구 절벽으로 대학 자체가 과거 모델로 서바이벌하기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지식만 배우려면 무크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도 필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그냥 혼자 실험실에 앉아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러 분야에서 전문성이 필요한데 그것을 다 모을 수 있는 곳은 연구중심 대학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대학교도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 창의성 있고 다른 분야와 폭넓게 소통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대학이 앞으로 양극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톱클래스 연구중심 대학은 살아남겠지만 티칭(Teaching) 중심의 대학은 무크 등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서울대는 그래서 전자 쪽으로 가야 합니다. 또한, 그러기 위해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과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대학이 그런 능력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융합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 공약 중에 서울대학교가 국가의 정책 싱크 탱크 역할을 하겠다는 내용도 있는데 앞으로 10년 후를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대학교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 있습니다. 일례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인구문제이기도 하지만 교육 문제이기도 하고, 부동산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겹치고 얽혀있는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해법을 낼 수 있는 곳은 서울대학교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 인터뷰 대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 인터뷰 대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김문조 얼마 전 언론 보도를 보니 현재 주요 대학 총장님 가운데 9분이 이공계 출신이라고 합니다. 혹시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답변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오세정 제가 생각할 때는 우연적 이유가 큰 것 같습니다(웃음). 다만 의미를 부여해본다면 한국 대학들이 지금 재정적으로 다들 어렵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것을 타개할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일부 반영되어 나타난 현상인 것 같습니다.

등록금을 올리면 된다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대학의 재정 문제를 해결할 정도로 등록금을 많이 올리긴 힘듭니다. 기껏해야 물가 상승률에 맞춰 조금씩 오르는 정도일 겁니다.

다음으로 국고지원금인데 교육예산은 상당히 늘어나고 있지만, 고등교육예산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문제는 교부세 제도에 있는데, 국회에 들어와서 살펴보니 초중고 예산과 고등교육예산을 나눠 분배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이번에 자연과학대학에서 새로 리모델링해서 실험 교육 시설을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자 학생들이 하는 얘기가 “이제 우리도 과학고등학교 정도의 실험실 수준이 됐다”고 말을 하더랍니다.

솔직히 서울대학교 실험실 수준이 과학고 수준보다 못한 곳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이라는 곳이 이런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면에서 정부 지원 예산의 포션을 늘릴 필요가 있는데, 여기에는 정치적 게임이나 논리가 반영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으로 남은 대안이 중국의 칭화대학교나 미국의 스탠퍼드대학교처럼 산학협력으로 외부에서 지원금을 많이 유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민간 기업으로부터 투자 받은 돈은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쓸 수 있습니다.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앞으로 그 비율을 늘려야 합니다. 그것을 하기에 이공계 교수들이 전문성이 있다 보니 대학 재정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에서 최근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연구 이공계 분야의 산학협력을 강조하셨는데 한편으로는 인문학의 위축도 걱정됩니다. 거시적인 미래를 볼 때 인문학적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봐야 할 필요성도 있을 텐데요.

오세정 융합연구를 위한 인문·사회적인 지식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교양 교과 과정 개편에도 일부 반영을 해보려 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학입시 제도를 거치며 옆 친구와 경쟁하는 것, 알려진 지식을 틀리지 않게 외우는 그런 능력들만 거의 10년 가까이 경험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에 와서도 교수의 농담까지 정말 달달 외울 정도입니다. 또 내신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하다 보니 한 번만 실수해도 성적이 떨어지니까 도전을 아예 안 하려고 합니다. 겁이 나서 안전한 길로만 가려고 합니다.

어떻게 대학에서 그 물을 빼고 도전하게 할 수 있을까요? 끊임없이 질문하고, 정답만 외우기보다는 어떤 게 중요한지 생각해 보게 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학생들이 교수들과 함께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모든 학생이 그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관련 교양과목을 두 배 정도 늘릴 계획입니다. 학생들이 교수와의 인터랙션을 보다 더 늘려야 넓은 생각을 할 수 있지, 자신들만의 인터랙션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교양과목 중 사회 전반적인 이슈를 베이스로 한 ‘팀티칭 학습’도 늘리는 방안입니다. 예를 들어 저출산 문제가 토론의 주제로 주어졌다면 그것은 인문사회적, 자연과학적인 지식이 다 함께 있어야 할 겁니다. 우선은 관련 전공 교수 3명 정도가 같이 강의를 디자인하고, 학생들과 토론하게 하는 형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자체가 항공모함 같아서 한 번에 바뀌기는 어렵습니다만 방향을 조금이라도 바꿔놓으면 조금이라도 풍토가 달라지는 게 보이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은정 최근 TV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사교육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대중들은 사교육 혜택을 받은 학생이 가장 많은 곳으로 사람들은 서울대학교를 꼽습니다. 사교육을 통해 길러진 인재가 아니라 정말 잠재력 있는 학생을 뽑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세정 입시 정책은 대학에서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입시도 입시지만, 저에겐 입시를 통해 들어온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가 더 큰 관심 사안입니다.

조금 창피한 이야기입니다만 누가 서울대학교 인재상이 뭐냐라고 물었을 때 한마디로 대답할 수 있는 교수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비단 서울대학교뿐만 아니라 어떤 대학을 가도 너희의 인재상이 뭐냐고 물었을 때 다 같이 동의하는 인재상이 있는 곳이 있을까요? 심지어 역대 총장마다 표방하는 인재상도 다르듯이 자주 바뀌는 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본 교에는 교육위원회가 있습니다. 현재는 거의 운영을 안하 고 있는데 앞으로는 교육위원회를 총장이 전혀 관여할 수 없는 독립적인 회의체로 만들 생각입니다. 그곳에서 논의를 통해 인재상을 도출하고, 그런 인재상에 맞춰 어떤 학생을 뽑고 어떻게 교육할지 등을 정하도록 할 겁니다.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 되어선 안 됩니다. 먼저 인재상을 도출하고 어떤 학생을 뽑아야 하는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문조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면 ‘스카이’는 항상 어느 시대에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캐슬’입니다. 그들만의 리그, 일종의 차단막 같은 캐슬이 가져오는 폐해에 대해 더 포커싱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너무 우열을 평준화시키려 하다 보면 중간 단절이 되는데, 이는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야기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연구 사회적으로 청년 일자리가 문제입니다. 서울대학교도 취업률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들었습니다. 저성장 기조의 흐름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하고 청년 실업률 문제도 해결될 기미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총장님께서 20대 국회에 계실 당시 미래일자리특위에서도 활동하셨는데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견해를 한번 청해보고 싶습니다.

오세정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창업 지원일 텐데 아까 말씀드린 데로 지원 제도나 시설보다 학생들의 도전 정신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대기업에 취업했다 하더라도 2~3년 뒤에 나오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견고한 조직의 틀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죠. 그다음으로 앞길이 안 보이는 탓도 큽니다. 예전에는 대기업에 들어가면 회사가 팽창하니까 다 같이 승진하고 과실을 그래도 어느 정도 나누어 받았는데 지금은 중간에 자꾸 잘려나가는 게 보입니다.

나보다앞서 들어간 선배들을 보니까 50대가 되기 전에 나가더라, 그러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어야 하지?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모든 사람이 다 과거만큼 기회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50대까지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큽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입학 전까지 1등만 해왔으므로 대학에 와서 그런 위험을 맞이하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근원적 해결 방법은 일단 우리 경제가 좋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기회가 많이 생길 테니까요. 그리고 전문성을키워줘서 남들이 하지 않은 일에 도전하게 하여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문조 총장님께서 서울대학교 최초의 물리학과 출신이라는 타이틀도 있으시지만, 기초과학연구원 초대원장을 지내시는 등 누구보다 우리나라 기초과학 발전에 공이 많으십니다. 공교롭게 이번 인터뷰가 게재되는 4월은 1968년부터 과학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과학기술발전에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 ‘과학의 달’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과학의 날을 총장님께 독자들에게 전하는 ‘과학의 달’ 메시지를 한번 부탁드려보고자 합니다.

오세정 이전에 과학은 전문가들의 영역이고 대중들은 과학을 몰라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과학을 대하는 마인드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코딩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었는데 이것은 더 이상 코딩이 기술이 아닌 언어처럼 일상과 떼놓을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과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과학도 언어처럼 모든 사람이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최근 과학 강연을 다녀보면 1시간 30분 강의하고 1시간 30분 질의응답을 하는데도 사람들이 몇백 명씩 모이고 인터넷으로 몇 천 명이 생중계를 시청하는 것을 보면서 점차 토양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변화가 잘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과학과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류준영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편집위원)다른 기사 보기
  • 저작권자 2019.04.15 ⓒ ScienceTimes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