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4,2019

창업 핵심은 ‘지식재산 보호정책’

“정부에 건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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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에 대비하는 다양한 목소리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식재산(IP) 부분이다. 특허는 물론이고 저작권 영업비밀 등 ‘돈이 되는 모든 지식’을 진흥시키고 보호하며 활용을 장려하는 것이 가장 기본중의 기본이라는 주장이다.

백종태 박사(61) 역시 지식재산이 기본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지식재산을 장려하고 보호 활용하는 제도가 정착하면 우리나라 산업계에 태양이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짓누르는 어두운 구름을 걷히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해법이 바로 지식재산을 제대로 된 자리에 올려놓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에는 구름이 꽉 끼어 있다. 그 구름 아래에서 바이러스도 생기고 벌레도 생겨 생태계를 썩게 한다. 지식재산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백 박사의 신념은 확고하다.

이 같은 확신은 벤처기업들이 겪은 고난에서 나온 것이다. 카이스트 박사학위를 마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있던 백 박사는 2000년 씨아이제이(CIJ)를 창업했다. CIJ는 ‘스타기업’으로 선정되고 백 박사는 대덕밸리벤처기업연합회 3대 회장도 역임했다.

대기업 갑질에 무너진 벤처, 시작도 못했다

CIJ는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로 발전했다. 그러나 대기업은 ‘새 부품을 개발해 납품해 달라’고 요청하고는 기술을 빼앗아가고 납품도 끊었다. 그것도 무려 3번씩이나!

2000년대 초 벤처붐을 타고 창업한 수많은 기업들이 이렇게 무너졌다. 백 박사가 “겉으로 보기에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20년 전 시작했지만, 진정한 벤처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고 진단하는 이유이다. “대기업 손바닥에 노는 것은, 평생을 종노릇 하는 것이다. 평생 종노릇 한다고 생각하니까 숨이 막혀 기절할 것 같았다.”고 백 박사는 말했다.

백종태 박사가 개발한 '카이렌'에 들어가는 산소통.

백종태 박사가 개발한 ‘카이렌’에 들어가는 산소통. ⓒ 심재율 / ScienceTimes

2010년부터 백 박사는 “대기업 손바닥에서 놀지 않는” 완성품 개발을 시작했다. 선후배를 만나 의견을 나누고 친정 ETRI를 찾아다니면서 고민했다. 그래서 안전분야 산업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구 지하철 사고를 돌이켜봤다. 수 백 명이 사망한 원인은 화재였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염이 아니라 가스에 의한 질식사였다.

현재 나와 있는 방독면은 유독가스를 걸러주지 못한다. 더 큰 약점은 생존에 꼭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는 기능이 전혀 없다. 화재가 났을 때 사람을 살리려면, 유독가스를 차단하고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개발한 것이 바로 휴대용 산소호흡기 ‘카이렌’이다. 카이렌은 유독가스도 차단하고, 5분 동안 산소를 공급해서 피해자들이 무사히 화재현장을 빠져 나오는 시간을 벌어준다. 국내 한 기업은 3차에 걸쳐 3,300개를 주문했다.

백 박사에게 더욱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지난해 이 제품이 유엔조달품목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 원리를 응용해서 올해에도 다양한 창의적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백 박사는 “많은 사람이 일자리와 창업을 이야기하면서도 근본원인은 정확히 짚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근본적인 대책은 지식재산의 보호 육성 및 활용이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백 박사는 “일본이 최근 미국에게 밀리는 중요한 원인도 바로 지식재산 보호 및 활용정책에서 뒤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우리나라의 창업생태계를 바로잡아 일자리를 늘리고, 젊은이들의 기를 살려주며, 국제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남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특허를 보호하면서 저작권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지식재산’을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

기업의 크기는 지식재산 가치로 평가해야 

백 박사는 지난해에는 기업은 크기에 따라 대·중·소기업으로 나눠서는 안 되고 얼마나 가치 있는 지식재산을 가졌는지로 구분해야 한다면서 ‘IP기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 위원회는 곧 30명의 회원들과 함께 정부 관계자를 만나 ‘지식재산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건의할 계획이다.

특허침해 분석 사례 발표회를 가진 IP기업위원회(가운데가 백종태 위원장) ⓒ 심재율 / ScienceTimes

특허침해 분석 사례 발표회를 가진 IP기업위원회(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백종태 위원장) ⓒ 심재율 / ScienceTimes

백 박사는 창업생태계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려면, 특허침해 엄벌 등 한 두 가지 대책으로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유스투스 폰 리비히(1803~1873)가 발표한  “모든 조건이 다 충족되더라도 가장 부족한 조건에 맞춰 식물의 생장이 결정된다”는 ‘최소법칙’ (law of the minimum)처럼 창업생태계를 이루는 다양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는 패키지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IP기업위원회가 주장하는 창업생태계를 살릴 ‘7가지 무지개’ 정책패키지는 다음과 같다.

▲징벌적 배상제도 ▲손해액을 초과한 침해이익 모두 환수 ▲복수침해자의 침해이익 모두 환수 ▲용의성을 자명성으로 전환 ▲무효심판무효일 불소급 ▲동영상의무제출 제도 도입 ▲전문가증언 제도 도입

백 박사는 “선진국을 쫓아만 가던 옛날에는 창의적인 생각이 안 먹히는 시대였다. 지금은 다르다. 국민이 성숙하고 과학기술이 발전했으므로, 아이디어와 신기술 등 가치 있는 특허를 보호하고 육성해야만 산업생태계가 살아 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IQ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하나씩 하나씩 새로운 먹거리를 가지고 나와 실행하면서 세계를 한 분야씩 맡아 운영하는 것, 그것이 백 박사가 지향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다.

백 박사는 “젊은이들에게 물려줄 가장 중요한 선물, 또는 최고의 축복은 지식재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거의 전부 다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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