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에세이]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214
‘저녁을 좀 짜게 먹었나…’
밥을 먹고 느긋하게 TV를 보다 문득 갈증이 나 물을 찾다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는 당연한 현상으로 지나치게 섭취한 소금으로 체액의 이온농도가 높아진 걸 원래대로 낮추기 위한 적응으로 설명된다. 결국 오줌의 양을 늘려 늘어난 수분과 염분을 배출해 우리 몸은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습관적으로 짜게 먹는 사람은 평소 물을 더 마시고 화장실도 더 자주 다니는 걸까. 학술지 ‘임상연구저널’ 4월 17일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짜게 먹는 사람은 오히려 물을 덜 마시는 걸로 밝혀졌다.
고농도 염분 오줌 배출
미국 밴더빌터대 임상약리학과 옌스 티체 교수팀은 수년 전 러시아 화성탐사모의실험에 참여해 우주인들의 소변배출실험을 하다가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소변을 통해 배출된 나트륨 이온 양이 음식으로 섭취한 소금의 양과 무관하게 대략 일주일 간격의 주기를 보이며 오르내렸다. 이는 호르몬의 작용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알도스테론의 수치가 높을 때는 배출된 나트륨 이온의 양이 적었고 당코티코이드 수치가 높을 때는 나트륨 이온의 양이 많았던 것이다.
뜻밖의 결과에 흥미를 느낀 티체 교수는 염분 섭취와 오줌의 관계를 엄밀히 알아보기로 했다. 그동안 짜게 먹으면 물을 많이 먹고 오줌의 양도 많아진다는 상식과 배치되는 연구결과들이 꽤 있었지만 이를 진지하게 파고들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작정하고 엄밀한 실험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실험에 참가한 12명은 205일에 걸쳐 처음에는 하루 평균 소금 12그램을 섭취하고 다음에는 9그램, 그 다음은 6그램, 그리고 다시 12그램을 섭취했다. 각각의 기간은 한 달 이상이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가 추천하는 하루 소금섭취량은 5그램이다.
각 기간 동안 섭취한 물의 양과 배출한 오줌과 나트륨 이온의 양을 분석한 결과 소금섭취가 늘수록 물을 오히려 덜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오줌의 양은 소금 9그램을 섭취했을 때는 별 차이가 없었고 12그램을 섭취했을 때는 약간 늘었다. 한편 오줌 속 나트륨의 농도는 섭취한 소금의 양에 비례에 진해졌다.
즉 짜게 먹는 사람은 물을 많이 마셔 체액의 농도를 유지하고 늘어난 체액은 오줌의 양을 늘려 나트륨 이온과 함께 배출하는 게 아니라 이온 농도가 높은 오줌을 배출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짜게 먹을 때 물을 적게 마신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오줌의 양은 줄지 않았다. 즉 들어온 물보다 나가는 물이 많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탈수가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몸에서 물 만들어 보충
연구자들은 같은 호에 발표한 또 다른 논문에서 이 의문을 해결한 실험결과를 실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소금을 과잉으로 섭취할 경우 몸이 대사경로를 바꿔 지방을 케톤체로 전환하며 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동시에 간과 근육에서 단백질을 분해해 요소(urea)를 만들어 신장에서 물의 재흡수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짜게 먹을 경우 몸속의 수분이 오히려 늘어나는 효과가 생겨 갈증을 덜 느끼고 따라서 물을 덜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요소는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나오는 노폐물이지만 오줌의 양을 조절해 체내 수분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즉 신장의 사구체 말단에서 요소가 신장조직으로 재흡수되는데 이때 물분자도 딸려 들어간다. 따라서 요소 농도가 높아 재흡수되는 양이 많으면 그만큼 물을 끌고 가는 힘도 크다. 오줌에 나트륨 이온의 농도가 높을 경우 삼투압 때문에 사구체 말단에서 물이 재흡수되기가 어려운데 요소 농도를 높임으로써 이를 상쇄하는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간이나 근육에서 단백질을 분해해 요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 실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소금이 많이 든 먹이를 준 그룹은 적게 든 먹이를 준 그룹에 비해 더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같은 양을 먹게 할 경우 짠 먹이를 먹은 그룹은 체중이 줄었다.
연구를 이끈 옌스 티체 교수는 짜게 먹는 습관을 지닌 사람은 과잉 염분을 배출하기 위해 대사경로가 바뀌고 이 과정에서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과식을 하면서 몸의 밸러스가 무너져 당뇨나 비만, 골다공증, 심혈관계질환 등 대사질환이 생길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고혈압은 고염식단의 여러 부작용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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