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17,2019

진화하는 유산에 대한 재정립 필요

유네스코 국제회의서 다양한 의견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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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합(UN) 산하 기구 중 교육과 과학, 그리고 문화를 전담하고 있는 유네스코(UNESCO)는 인류가 남긴 고귀한 유산들을 보전하기 위해 지난 1972년 프랑스에서 열린 제17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 협약’을 채택했다.

당시 작성된 협약문을 살펴보면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인류 유산으로 정의되어 있다. 대부분의 세계유산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진화하는 유산의 개념을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해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진화하는 유산의 개념을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해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하지만, 일부 유산들 중에서는 그런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협약이 채택된 1972년부터 5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시간의 변화만큼이나 유산에 대한 개념도 많이 달라진지 오래다.

이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문화재청 및 외교부와 공동으로 유산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는 행사를 개최하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 14일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19 유네스코 세계유산 해석 국제회의’는 진화하는 유산의 개념을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기준이 모호한 유산은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야

기조 발제자로 나선 미 매사추세츠대의 ‘닐 실버만(Neil Silberman)’ 교수는 ‘진화하는 유산의 개념’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실버만 교수는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인 ‘문화유산 해석 국제위원회(ICIP)’의 초대회장을 역임한 인물로서, 유산 해석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전문가다.

실버만 교수는 “유산은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은 독특한 장소나 구조물, 그리고 아이디어들이 결집되어 있는 대상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영원한 것처럼 보인다”라고 소개하며 “다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하는 것처럼 유산도 선정 당시의 기준이 모호하여 그 가치를 알기 어렵다면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산의 본질을 탐구하는 우리의 관심을 기존의 물리적 형태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시야를 돌려 해당 유산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던 당시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버만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유산의 정의는 해당 유산의 역할에 기반하고 정의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유산은 물리적 구조나 고고학적 특징 외에도 기술 및 전통, 그리고 당시의 풍습 등이 함축되어 있어야 가장 바람직하게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돌 문화는 세계유산 개념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 위키미피디아

온돌 문화는 세계유산 개념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 위키피디아

이 같은 설명에 가장 부합되는 사례로는 우리나라의 ‘온돌 문화’를 꼽을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온돌 문화 같은 대상은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어려웠다. 물리적 구조가 복잡하다고 할 수 없고, 고고학적으로 희귀한 경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온돌 문화 보급에 힘쓰고 있는 우석대 연구진은 현재 온돌 문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온돌 문화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받으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기본적인 자격도 확보했다.

온돌 구조는 매우 단순하지만, 온기를 바닥에 가둬 지속시킬 수 있도록 만든 매우 발달된 난방 방식이다. 해외에도 비슷한 난방 방식이 있기는 하지만, 오랜 시간 속에서 그 기술이 체계적으로 전수된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또한 우리나라 온돌은 연기는 빨리 빼내면서도 온기는 그대로 유지하는 장점을 갖고 있어서 난방과 관련된 기술력 만큼은 그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심지어 ‘온돌(ondol)’이라는 우리말이 옥스퍼드 사전에 그대로 올라가 있을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가상현실 등 미래 유산의 정립에도 관심 기울여야

유산의 개념을 시대에 변화에 맞게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실버만 교수는 유산이 갖고 있는 애국적 상징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유산은 애국적 기념의 장소, 즉 국가에 대한 충성이 상징적으로 동원된 장소라는 뚜렷한 뉘앙스를 가진다”라고 설명하며 최근 화재사고가 일어났던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의 경우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화마(火魔)로 커다란 피해를 입은 노트르담 대성당은 매년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프랑스 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명소로 꼽히는 문화유산이다.

특히 전 국토가 불바다가 되었던 세계 1·2차 대전에도 커다란 훼손 없이 보존되었던 노트르담 대성당은 1991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처럼 프랑스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여겨지던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크게 훼손되자 자국민들의 애국심이 발동되어 며칠 만에 엄청난 규모의 성금이 모이기도 했다.

실버만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다양한 개념의 21세기 유산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그는 “미래 유산은 유형의 형태나 무형의 형태처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면서 시간을 초월하는 듯한 환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가상의 관광 프로그램도 미래 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김포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가상의 관광 프로그램도 미래 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김포시

그의 예측에 적합한 미래 유산으로는 경기도 김포시가 애기봉에 조성할 예정인 ‘북한 고려문화유산 디지털 체험관’을 꼽을 수 있다.

올해 말까지 조성되는 ‘북한고려문화유산 디지털 체험관’은 김포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년도 차세대 실감콘텐츠 개발지원 사업’ 공모에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애기봉에서 23㎞ 떨어진 개성은 500년간 고려왕조의 수도로서 지난 2013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애기봉에 설치될 가상현실 체험존은 ‘고려 개성 타임머신 열차’와 ‘고려 첨성대 체험’ 두 가지이다.

‘고려 개성 타임머신 열차’는 비록 가상이지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송악산과 선죽교 등 천 년 전 고려의 수도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따라서 새로운 21세기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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