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3,2019

지진, 과학으로 대비할 수 있을까

재난의 과학 [1] 하인리히의 법칙과 재난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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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註] 끝없이 위협을 가하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사이언스타임즈는 앞으로 진행될 ‘재난의 과학’ 시리즈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대형 재난들을 분석하는 과학기술 전문가들의 발자취와 더불어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인간의 노력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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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곳곳에서 지진이 잇따르고 있다. 7일 오전 6시 53분 36초 강원 동해시 동북동쪽 58㎞ 해역에서 규모 2.6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지난 5일 9시 18분 규모 3.2 동해 해역 지진의 여진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3시 48분 경북 구미시 북북서쪽 23㎞ 지역에서도 규모 2.2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두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지진을 포함해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전국 곳곳에서 난 지진은 무려 8차례다. 지난 6일 오전 6시 21분 전북 부안군 위도 북서쪽 24㎞ 해역에서 규모 2.0 지진이 났고, 지난 5일에는 강원 동해서 4차례, 경북 경주에서 1차례 등 지진이 5차례 잇따라 발생했다.

그동안 한반도는 지진의 안전지대로 인식돼왔다. 이른바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알려진 태평양 주변의 지진대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웃나라인 일본이 수많은 강진을 겪는 동안 우리나라는 별다른 피해 없이 수백 년을 지냈다.

그러나 지진의 횟수는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다. 1980년대에는 규모 2.0 이상의 지진 발생률이 연평균 15.7회에 불과했지만 2010년 이후에는 58.4차례로 늘어나 4배 가까운 증가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모 7에 가까운 대지진이 400년마다 발생한다는 경고를 내놓으며 조만간 발생할 강진에 대비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경주지진 발생 이후 경주실내체육관 입구에 지진 발생시 10가 행동요령이 붙었다.  ⓒ 연합뉴스

경주지진 발생 이후 경주실내체육관 입구에 지진 발생시 10가 행동요령이 붙었다. ⓒ 연합뉴스

자연재난 적지만 사회재난 많은 우리나라

사실 우리나라는 크고 작은 재난을 지속적으로 겪어왔다. 대표적으로 거의 매년 여름철이면 태풍으로 인해 강풍과 홍수 피해를 입고 있으며, 가뭄으로 인한 농업용수 부족도 잦아지는 실정이다. 그러나 재난은 자연현상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는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크게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나누고 있다.

자연재난은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낙뢰, 가뭄, 지진, 황사, 조류 대발생, 조수 등과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를 가리킨다. 예전에는 자연재해라는 표현을 썼지만 지금은 법적으로 ‘자연재난’으로 통일해 사용 중이다.

사회재난은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화생방사고, 환경오염사고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와 에너지, 통신, 교통, 금융, 의료, 수도 등 국가 기반체계의 마비 그리고 감염병 또는 가축전염병의 확산 등으로 인한 피해를 가리킨다. 흔히 ‘인재(人災)’라 해서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하거나 대비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겪는 피해가 이에 해당한다.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합치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겪은 재난의 수와 규모는 적지 않다. 큰 피해를 준 자연재난으로는 9월 12일 경주 지진과 10월 5일 태풍 ‘차바’ 정도가 꼽히지만, 사회재난은 곳곳에서 다각적으로 발생했다.

2월에는 중앙고속도로 신림IC 부근에서 차량 35대가 연쇄 추돌하면서 17명이 다쳤고, 김해 나전산업단지에서는 옹벽이 무너져 3명이 사망했다. 5월에는 남해고속도로 창원1터널에서 9중 추돌사고가 발상해 4명이 사망했고, 서울 구의역에서는 스크린도어 수리 중 인부가 전동차에 치어 사망했다.

6월에는 구미 국가산업단지에서 중화제 5톤이 유출된 데 이어 7월에는 부산과 울산에서 가스 냄새와 유사한 악취로 총 300건 이상의 신고와 제보가 쏟아졌다. 10월에는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에서 관광버스 화재로 10명이 사망했고 구미 국가산업단지에서 폭발로 인해 4명이 부상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자연재난은 드물지만 적지 않은 사회재난을 겪고 있다. 정부는 재난에 대비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2017년 재난안전 연구개발(R&D) 분야에 60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한다고 지난 2월 6일 밝힌 바 있다. 항목을 살펴보면 현장중심형 소방활동 지원기술 개발에 173억, 재난관리 핵심기술 신규개발에 111억, 재난예측 및 저감 연구개발에 109억, 해양오염 및 해양경비 지원기술에 80억, 재난관리 지원기술 신규개발에 80억 원 등이 있다.

현대사회는 자연재난 이외에도 수많은 사회재난을 겪고 있다 ⓒ 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

현대사회는 자연재난 이외에도 수많은 사회재난을 겪고 있다 ⓒ 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

재난 예측해 대처능력 높이자는 ‘하인리히의 법칙’

그러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 과정을 살펴보고 그 원인을 알아내서 미리 대처방안을 마련해두는 것도 필수적이다. 특히나 과학적이고 면밀한 분석 그리고 최신기술을 활용한 해결은 현대사회의 위기대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재난을 어떻게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을까. 미국 트래블러스 보험사(Travelers Insurance Company)의 손실통제 부서에서 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크(H. W. Heinrich)가 발견한 ‘하인리크의 법칙(Heinrich’s law)’이 그 힌트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독일계 성인 하인리크를 독일어로 읽어 ‘하인리히의 법칙’이라 부른다.

하인리크는 7만5천여 건의 안전사고를 분석해 통계적 패턴을 발견했다. 사망을 유발하는 대형사고(major injury)가 터지기까지는 부상을 동반하는 소형 사고(minor injury)가 29건 발생하며, 그 전에 일종의 징조와 징후라 할 경미한 사고(no-injury accident)가 300건이나 존재한다는 점이다.

1931년에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담은 책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과학적 접근(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A Scientific Approach)’을 펴냈고, 1대29대300이라는 수치로 요약되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사건이 이 공식을 따르는 것은 아니어서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분석과 반박을 내놓기도 했고 때로는 예측불가능한 대형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은 사고를 관찰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함으로써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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