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지구생물량 중 인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1만분의 1에 불과

2018년 5월 기준 지구촌 인구는 76억 명으로 추정된다. 월드컵이 열리는 축구장이 만원일 때 7만6000명이라고 쳐도 10만 배에 이르는 숫자다. 그렇다면 76억 명의 몸무게를 다 합친다면 지구 전체 생물량(biomass)의 얼마나 차지할까.

지구에 살고 있는 식물, 동물, 미생물을 다 합친 것과 비교하면 아무리 사람이 많더라도 1%는 넘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육지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곳도 많고 지구 면적의 71%를 차지하는 바다도 있으므로 어쩌면 0.1%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 6월 19일자에는 지구의 생물량 분포를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이에 따르면 전체 생물량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은 0.01% 내외다. 즉 1만 분의 1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왼쪽은 지구의 추정 생물량 5500억 톤(탄소만 계산했을 때)을 생물의 종류에 따라 생물량에 비례한 면적으로 나타낸 그래프다. 식물이 4500억 톤으로 80% 가까이 차지하고 사람이 속한 동물은 20억 톤에 불과하다. 오른쪽은 동물을 세분한 그래프로 절지동물(arthropods, 10억 톤)과 어류(7억 톤)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람과 가축을 합치면 1억6000만 톤인 반면, 야생 포유류는 20분의 1도 안 되는 700만 톤에 불과하다. ⓒ 미국립과학원회보

왼쪽은 지구의 추정 생물량 5500억 톤(탄소만 계산했을 때)을 생물의 종류에 따라 생물량에 비례한 면적으로 나타낸 그래프다. 식물이 4500억 톤으로 80% 가까이 차지하고 사람이 속한 동물은 20억 톤에 불과하다. 오른쪽은 동물을 세분한 그래프로 절지동물(arthropods, 10억 톤)과 어류(7억 톤)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람과 가축을 합치면 1억6000만 톤인 반면, 야생 포유류는 20분의 1도 안 되는 700만 톤에 불과하다. ⓒ 미국립과학원회보

식물이 80% 차지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와 미국 칼텍 공동연구자들은 생물량을 추정한 수백 건의 논문을 분석해 취합한 결과 지구에는 탄소만 계산할 때 총 5500억 톤의 생물량이 있고 사람은 6000만 톤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연구자들은 생물에 따라 수분의 함량이 크게 다른 점을 고려해 물을 뺄 경우 가장 비중이 큰 탄소를 기준으로 생물량을 계산했다. 사람의 생물량 6000만 톤(600억 kg)을 76억 명으로 나누면 1인당 탄소 8kg인 셈이다.

생물의 계통에 따라 생물량을 나눌 경우 가장 비중이 큰 건 식물로 무려 4500억 톤으로 추정돼 전체의 80%에 가깝다. 숲을 빽빽이 채운 나무들을 생각하면 수긍이 간다.

한편 식물은 거의 전부 육상에 살고 바다에 사는 건 10억 톤도 안 된다. 지구 생물량의 대부분은 육상 식물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식물 다음은 단세포 원핵생물인 박테리아로 무려 700억 톤으로 추정된다. 박테리아 ‘한 마리’의 몸무게가 10의 –12승 그램(탄소만 치면 –13승) 수준임을 생각하면 정말 티끌 모아 태산이다. 그런데 추정량의 불확실도가 식물은 1.2(최댓값/최솟값)에 불과한 반면 박테리아는 10에 이른다.

즉 추정량은 700억 톤이지만 실제 생물량은 적게는 200억 톤에서 많게는 2000억 톤에 이른다는 말이다.

이런 큰 불확실성은 박테리아가 주로 분포하는 지표 아래를 제대로 조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어떤 값이라도 식물 다음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

3위는 곰팡이로 추정 생물량은 120억 톤이고 불확실도는 3이다. 4위는 또 다른 단세포 원핵생물인 고세균(archaea)으로 추정 생물량은 70억 톤이고 불확실도는 13이다. 역시 대부분이 조사하기 어려운 지표 아래에 살기 때문이다. 5위는 원생생물로 40억 톤에 불확실도는 4다.

사람이 속한 동물은 20억 톤에 불과하고 불확실도는 5다. 가장 기여도가 낮은 생물군은 바이러스로 2억 톤에 ‘불과’하다. 숫자로야 어마어마하게 많겠지만 ‘나노입자’라 마리 당 몸무게가 너무 미미해 티끌을 모아도 한 줌에 불과하다.

다만 바이러스의 분포를 제대로 알 방법이 없어 불확실도가 20으로 가장 크다.

바다의 생물량은 60억 톤에 불과해 4700억 톤인 육지의 생물량의 1% 수준이지만(나머지 700억 톤은 지표 아래) 동물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즉 새우 같은 해양 절지동물만 10억 톤으로 전체 동물 생물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어류도 7억 톤에 이른다. 반면 육상 절지동물은 2억 톤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육상에 사는 곤충(절지동물의 하나)의 경우 종류로는 100만 종을 넘지만 무게로는 얼마 안 된다는 말이다.

인류가 지구 휩쓸면서 생물량 반토막 나    

사람이 속한 포유동물을 보면 오늘날 생물상에 미친 인류의 영향을 실감할 수 있다. 사람과 가축을 합친 생물량이 1억6000만 톤인데 비해 야생 포유류는 다 합쳐도 700만 톤에 불과하다(육상 포유류 300만 톤 + 해양 포유류 400만 톤). 조류의 경우도 가금(주로 닭)이 500만 톤으로 야생 조류 200만 톤의 세 배에 가깝다.

연구자들은 인류가 본격적으로 지구에 손을 대기 이전의 생물량을 추정해 오늘날 값과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야생 육상 포유류는 2000만 톤에서 300만 톤으로 7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해양 포유류도 2000만 톤에서 400만 톤으로 5분의 1이 됐다(인류가 고래잡이에 몰두한 결과다).

그럼에도 전체 포유류의 생물량은 4000만 톤에서 1억7000만 톤으로 네 배가 됐다. 오늘날 지구에 사람과 가축이 얼마나 과잉으로 분포하는지 잘 보여주는 수치다.

인간이 전체 생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율 0.01%는 대형 포유류 한 종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값이라는 말이다.

이처럼 사람과 가축이 땅을 차지하다 보니 식물의 생물량도 절반 수준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사람과 가축이 먹으려고 재배하는 농작물의 생물량은 100억 톤 수준으로 전체 식물량의 2%에 불과하다. 결국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면서 지구 생물량은 절반 가까이 줄었고 사람과 가축, 몇몇 식물(농작물)만이 생물량을 비정상으로 크게 늘린 셈이다.

인구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늘어날 것이고 육식의 비율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어 가축의 생물량 증가세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전체 생물량이 지금의 반 토막이 나고 사람과 가축의 생물량은 두 배가 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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