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3,2019

중국인 유츠신, SF 영웅 되다

아시아인 최초로 SF 노벨상 '휴고상' 수상

FacebookTwitter

SF(공상과학소설) 작가들에게 매년 다양한 상들이 주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상이 ‘휴고상(Hugo Award)’이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SF작가들에게 있어서는 놀라운 상이다.

수상 후보 명단에 올라가기만 해도 큰 명예가 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상이기도 하다. 이 상을 처음 시상한 때는 정확히 60년 전이다. 미국 SF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휴고 건즈백(Hugo Gernsback)을 기념, 1955년부터 뛰어난 SF작가를 시상하기 시작했다.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법이 매우 색달랐다. 수상 후보자와 수상자는 세계 과학소설 협회 헌장(World Science Fiction Society Constitution)에 따라 매년 열리는 월드콘(Worldcon)에서 투표에 의해 결정됐다.

휴고상 수상자, 이전까지 백인 남성들이 독차지 

월드콘 회원 모두가 투표하지는 않고, 약 700명 정도만 실제 투표에 참여했는데 후보자 중에 누구도 상을 받을 만한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수상자 없음’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이름을 날리는 쟁쟁한 작가들이 탄생했다.

SF(공상과학소설)  분야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휴고상 장편소설 부분 수상작으로 중국인 유스신의   '삼체(三體)' 가 선정되면서 백인 남성 중심의 '휴고상' 전통이 아시아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3체'의 영역판 'THE THREE-BODY PROBLEM'

SF(공상과학소설) 분야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휴고상 장편소설 부분 2015년 수상작으로 중국인 유스신의 ‘삼체(三體)’ 가 선정됐다. 사진은 ’3체’의 영역판 ‘THE THREE-BODY PROBLEM’ ⓒhttp://www.goodreads.com/

‘아이 로봇(I, Robot, )’의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스페이스 오딧세이(A Space Odyssey)’의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 ‘스타십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의 로버트 하인라인(Robert Heinlein) 등 SF 3대 작가로 추앙받는 인물들이 모두 휴고상 수상자다.

휴고상 시상의 대상은 다른 문학 작품들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작가에 국한되지 않고 편집자, 화가,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자, 심지어는 스타를 좇아다니는 ‘팬덤(fandom)’까지 시상 대상으로 삼는다.

1953년에는 ‘넘버 원 팬 퍼스낼러티(Number 1 Fan Personality)‘라는 별도 부문을 만들어 SF의 저변을 넓히는데 큰 공을 세운 당시 저명인사 중의 한 명인 포레스트 J. 애커맨(Forrest J. Ackerman)을 시상한 바 있다.

지난 해 휴고상은 장편과 중편, 중단편과 단편, 비소설 분야 관련도서, 그래픽 스토리, 팬캐스트(Fancast), 신인상, 장편과 단편 드라마, 전문편집자 및 화가, 팬 작가 및 화가 등 17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했다.

다양한 부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휴고상이지만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영어로 창작되거나 번역된 작품만 심사한다는 점에서 세계성을 상실하고 있다. 그 결과 그동안의 수상자들 대다수가 영미 지역 인사들이었다.

시상식 행사인 ‘월드콘’ 역시 대부분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월드콘이 열린 경우는 4번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에서는 아직까지 1번도 열리지 않았다.

류스신의 ‘휴고상’ 수상으로 SF 아시아시대 열어 

때문에 ‘월드콘’을 주최하고 있는 세계과학소설협회(WSFS) 내부에서도 백인 중심의 시상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빈번하게 백인 중심의 잣대를 갖고 휴고상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휴고상 장편소설 부문에서 아시아 최초로 휴고상을 받은 류츠신과 그의 작품 '삼체'.

휴고상 장편소설 부문에서 아시아 최초로 최고상을 받은 류츠신과 그의 작품 ‘삼체’. ⓒhttp://www.hotinchina.net/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시아인이 휴고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장편소설 부문 최고의 상을 받았다. 세계과학소설협회(WSFS)는 23일 미국 워싱톤 주 스포캔에서 열린 ‘2015 휴고상 시상식’에서 중국 작가 류츠신(劉慈欣·53)의 ‘삼체(三體)’를 최우수작품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류츠신의 장편소설 ‘삼체’는 아시아 지역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지난 2013년 한국어 판이 번역 출간됐고, 소설 원작을 리메이크한 동명 영화가 촬영돼 현재 개봉을 준비 중이다.

영역 판으로 소개된 것은 불과 1년 전이다. ‘THE THREE-BODY PROBLEM’이란 제목으로 미국에서 출간돼 SF 독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초에는 세계 최고의 SF상인 휴고상 수상작으로 노미네이트돼 이번 시상식에서 영예를 안았다.

이 작품은 1960년대 문화 대혁명에서 시작해 중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거쳐 수백 년 후 외계 함대와의 마지막 전쟁까지 이어지는 ‘지구의 과거’ 3부작 시리즈의 서곡, 1부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소설 ‘삼체’의 줄거리는 1960년대 문화 대혁명서부터 시작된다. 혁명의 광기 속에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여성 예원제는 호감을 가지고 있던 남자에게마저 배신당하고 반동분자로 몰려,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는 특급 기밀 지역에 배속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던 중 몇 해 전 자신이 우주로 쏘아올린 메시지에 대한 답신을 받는다. 외계로부터 정보를 수신한 예원제는 기뻐하면서 메시지를 해석하는데 그 내용이 무시무시한 경고였다는 이야기다.

최근 휴고상에 노미네이트되고 있는 작품들을 보면 여성작가들의 스토리텔링 소설, 심지어 동성연애자들의 작품까지 다양한 SF가 등장하고 있다. SF 작가층이 백인 남성 중심에서 백인 여성, 동양인, 특수 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중국 작가 류츠신이 장편소설을 수상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백인 남성 중심의 휴고상 수상 분위기가 세계인 전체를 대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