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정전 대비하는 에너지보험 ‘UPS’

오늘 하루 만난 과학 (13) 무정전 전원 장치

종합병원에서 전력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 모(38) 전기기사는 과거에 발생했던 대규모 정전사태만 생각하면 지금도 이마에서 식은땀이 난다. 급증한 전력사용량으로 인해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의 수술실에까지 전기가 끊기면서, 수술이 중단되거나 미뤄지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일어난 블랙아웃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 free image

지난 2011년 일어난 블랙아웃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 free image

그 사건 이후 병원은 서둘러 무정전전원장치(UPS)를 도입하며 언제 닥칠지 모를 정전사태 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별다른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던 관계로 무사히 넘어갔지만, 정 기사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UPS에 대해 충분히 공부해 놓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UPS는 정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정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Uninterruptible Power System)’이라는 의미를 가진 UPS는 은행이나 병원, 공장 등 정전으로 인해 큰 피해가 날 수 있는 곳에 설치하는 장치다. 전원공급이 갑자기 중단됐을 때 그동안 저장해 두었던 전력을 순간적으로 공급하여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제작됐다.

정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은 의외로 크다. 공장 생산라인에 갑자기 정전이 발생하면 불량품이 발생하게 되고, 라인 재가동을 위한 시간손해까지 감안하면 회사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첨단 IT제품을 생산하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공장 같은 경우는 단 0.01초만 정전이 된다 하더라도 수백 억 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업체들은 정전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백업(back up)전력’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UPS의 구성과 무정전 과정 ⓒ namu.wiki

UPS의 구성과 무정전 과정 ⓒ namu.wiki

일반적으로 전력 공급 체계는 크게 ‘주(主)전력’과 ‘비상전력’, 그리고 ‘백업전력’으로 나뉜다. 평상시에는 주전력을 사용하다가 문제가 발생하여 정전이 되는 경우, 비상전력이 이를 대신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비상전력의 경우 즉시 가동을 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정전 사고가 대부분 예고 없이 일어나는 관계로 준비 작업을 거쳐 전력을 생산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주전력이 끊기는 시점과 비상전력을 통해 재개되는 시점 사이에 공백이 생기게 된다는 의미다.

이 때 그런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백업전력인 UPS다. 정전 공백을 UPS가 벌어 주는 시간은 장치의 용량에 따라 짧게는 5분, 길게는 최대 2시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시간 안에 비상전력이 재개되어야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UPS가 없던 시절에는 수술 중간에 갑자기 정전이 발생하게 되면, 비상전력이 재개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환자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병원은 과거부터 정전사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보험과 같은 성격의 UPS는 비용 아닌 투자

UPS는 크게 배터리와 인버터, 그리고 정류기 등 3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배터리는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이고, 인버터는 배터리에 들어 있는 직류(DC) 전력을 교류(AC) 전력으로 바꿔주는 변환 장치다. 또한 정류기는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해주는 충전 장치다.

평소에는 정류기로 배터리를 만(滿) 충전 상태로 유지하다가 정전이 일어나는 순간, 배터리에 저장되어 있던 전력을 인버터에 공급하여 전력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다가 전기 공급이 재개되면 정류기는 직류 전력을 배터리에 공급하여 정전 과정에서 사용된 전력을 보충하는 개념이다.

이처럼 UPS가 에너지와 관련된 일종의 ‘보험’과 같은 기능을 갖다 보니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100㎾급 용량의 UPS를 설치하고 운영하는데 있어 드는 비용만 해도 약 1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가령 100W급 전구 1000개를 정전 시에도 사용하려면 1억 원 정도의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 때문에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정전에 따른 피해 규모가 막대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UPS를 도입하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UPS 같은 장비의 도입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일상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되면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작업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통해 정전 발생 시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UPS와 ESS의 장점을 딴 신개념 무정전 장치 'UES'가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들어 UPS와 ESS의 장점을 딴 신개념 무정전 장치 ‘UES’가 주목을 끌고 있다 ⓒ namu.wiki

한편 UPS의 원리가 에너지 저장기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관련 업체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UPS처럼 활용하려는 신개념 장치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기존의 UPS에 ESS 기능을 더한 ‘UES’가 바로 그 것.

UES는 UPS와 ESS를 합친 명칭으로서, 정전을 방지하는 UPS 기능과 가격이 저렴한 야간 시간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사용량이 많은 시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전기료를 절감해주는 ESS 기능을 합친 장치다.

​이처럼 서로의 장점을 취한 장치가 탄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ESS와 UPS의 설계 원리가 비슷하다는 점이 작용했다. 양쪽 모두가 에너지 저장 기술을 바탕으로 전력제어를 하는 원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UPS업계의 관계자는 “앞으로 UPS와 ESS를 합친 하이브리드 제품인 UES의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며 “이를 계기로 UPS와 ESS 업계 간의 ‘벽 허물기’ 작업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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