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9,2019

전자 항생제로 유해균 감염 막는다?

미세전류 활용해 치료…전자밴드 상용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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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집안의 필수품인 모기향이 어느새 ‘전자 모기향’으로 대부분 바뀌고 있는 것처럼, 집안의 상비약인 항생제도 조만간 ‘전자 항생제’로 바뀔지도 모른다. 전자 항생제란 상처 부위에 흘려주는 ‘미세전류’로서, 유해균 증식을 억제하는 데 있어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규명되고 있다.

항생제 대신 미세전류로 유해균 감염을 막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phys.org

항생제 대신 미세전류로 유해균 감염을 막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phys.org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뉴아틀라스(newatlas)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상처 부위에 미세전류를 흘려서 유해균의 감염을 막는 실험에 잇달아 성공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러면서 ‘감염에는 항생제’라는 공식은 새롭게 발견된 미세전류의 기능 때문에 조만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기사 링크)

미세전류를 활용한 치료법은 1930년대에 시작

미세전류를 통해 유해균의 감염을 막는 방법이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과학자들이 미세전류를 사용하여 멸균을 시도해 본 것은 비교적 오래된 일이다.

전류를 이용하여 유해균을 죽이는 대표적 시스템으로는 ‘라이프 머신(Rife machine)’과 ‘혈액 세척기(blood cleansing)’ 등이 꼽힌다.

라이프 머신은 지난 1930년대 미국의 과학자인 ‘레이몬드 라이프(Raymond Rife)’가 처음 개발했다. 그는 유해균이 고유의 주파수에 영향을 받는 개체라고 여겼기 때문에 공명(共鳴)의 원리로 이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라이프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유해균을 죽일 수 있는 시스템인 주파수발생장치(frequency generator)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이 장치의 이름을 라이프 머신이라 명명했고, 유해균을 죽이는 주파수를 살균주파수(MOR)라고 불렀다.

라이프머신에서 나오는 주파수로 바이러스 치료를 연구했던 라이프 박사  ⓒ streemkr

라이프머신에서 나오는 주파수로 바이러스 치료를 연구했던 라이프 박사 ⓒ streemkr

또 다른 시스템인 혈액 세척기는 이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1990년에 탄생했다. 뉴욕에 위치한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스티븐 칼리(Steven Kalli)’ 박사가 에이즈 바이러스가 담긴 배양접시에 미세전류를 흐르게 하면 바이러스가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개발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당시 칼리 박사는 미세전류가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이유로 두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미세전류가 에이즈 바이러스의 바깥쪽 단백질 층을 변형시킴으로써, 인체 세포와 결합하지 못하게 한다는 가설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가설로는 미세전류가 바이러스를 죽이는 백혈구의 활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임파구의 바이러스에 대한 처리 능력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주장했다.

이처럼 미세전류를 이용한 멸균 방법은 20세기 초반부터 후반까지 화려하게 꽃피웠지만,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게 의료 현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세전류를 활용하는 방법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유사과학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의견이다. 미세전류를 이용한 치료법은 이미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인정하고 있을 정도로 그 과학적 근거를 인정받고 있다.

전자 밴드 형태의 항생제 출시 기대

21세기에 접어들며 한동안 주춤했던 미세전류 치료법이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 미국 연구진들의 뛰어난 연구성과 때문이다. 이들의 실험 결과는 의료계가 미세전류 치료에 다시 눈을 돌릴 만큼,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선두 주자는 ‘슈동 왕(Xudong Wang)’ 교수를 중심으로 한 미 위스콘신대의 연구진이다. 이들은 최근 사람의 상처가 아무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존보다 4분의 1 정도로 줄인 미세전류 기술을 발표하여 의료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인터뷰에서 왕 교수는 “수술 방식을 달리한 것도 아니고, 빨리 아물도록 하는 신약을 투여하지도 않았다. 단지 수술 부위에 약한 전류를 흘리는 ‘전자 밴드’만을 붙였을 뿐”이라고 설명하며 “흘려준 전류가 세포 성장을 촉진하고, 피부조직에 해로운 활성 산소를 억제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이 선보인 전자 밴드는 프라이팬의 코팅제로 쓰이는 테플론과 구리로 덮여있는 플라스틱이 복층을 이룬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환자가 몸을 움직이면 밴드 내에 형성된 두 개의 층이 서로 마찰하면서 전류가 발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전자 밴드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탁월한 효과를 선보여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밴드에서 발생한 전류가 수술 절개 부위의 아무는 시간을 기존의 12일에서 3일로 대폭 줄인 것. 연구진은 조만간 인체 피부와 가장 유사한 돼지를 대상으로 전자 밴드의 효능을 확인하여 이르면 2~3년 안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위스콘신대 연구진이 개발한 미세전류 발생 전자밴드 ⓒ wisconsin univ.

위스콘신대 연구진이 개발한 미세전류 발생 전자밴드 ⓒ wisconsin univ.

한편 미세전류를 활용한 치료법은 미 남플로리다대의 연구진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연구과제다. 이들은 유해균에 감염되었을 때 문제가 되는 생물막(biofilm)의 형성을 억제하기 위해 미세전류를 분석했다.

생물막은 유해균 등 각종 세균들이 모여서 만든 얇은 막으로서, 유해균을 포함한 세균들이 상처 부위에 서식하기 좋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유기물막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생물막이 일정한 크기로 형성되면 항생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인체의 면역세포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찬단 센(Chandan Sen)’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WED(wireless electroceutical dressing)라는 전자 밴드를 개발했다. 밴드 표면에는 은과 아연이 인쇄되어 있어서 미세한 전류가 흐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센드 교수는 “밴드 표면에 흐르는 미세 전류는 세균들이 주고받는 전기신호에 혼란을 주기 때문에 생물막이 생성되지 않는다”라고 밝히며 “화상을 입은 돼지 피부에 유해균을 감염시킨 다음,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밴드를 붙이자 생물막이 형성되지 않아 상처가 빨리 아무는 효과가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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