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전자기파, 전자파, 전파’ 무슨 차이가?

과학기술 넘나들기(50)

라디오, 텔레비전의 공중파부터 휴대전화, 기상관측 및 군사용 레이더 등 오늘날 우리는 가히 전자기파(電磁氣波; Electromagnetic wave)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전자파(電磁波), 전파(電波)라는 약칭으로도 불리나 본질적으로 모두 동일한 것으로서, 물리학적으로는 주기적으로 세기가 변화하는 전기장과 자기장 한 쌍이 파동을 이루며 공간 속으로 전파(傳播)되는 것을 말한다.

영국의 물리학자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이 일찍이 맥스웰 방정식을 통하여 전파기파의 존재를 예측하였고, 헤르츠(Heinrich Rudolf Hertz; 1857-1894)가 실험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이후 마르코니(Guglielmo Marconi; 1874-1937)가 발명한 무선전신, 페선던(Reginald Fessenden, 1866-1932)이 개발한 무선 라디오방송 등을 통하여 전자기파는 일상생활에도 널리 이용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전파(電波)라는 약칭은 통상적으로 통신에 사용되는 전자기파를 지칭하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전자빔이 파동처럼 회절하는 현상. ⓒ ScienceTimes

전자빔이 파동처럼 회절하는 현상. ⓒ ScienceTimes

그런데 전자기파 관련 언론 보도 등을 잘 살펴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이로운 측면 등을 강조하는 긍정적 의미 또는 최소한 중립적인 의미로 사용할 때에는 ‘전자기파’라고 하지만,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가능성 등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할 때에는 ‘전자파’로 지칭한다는 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편의적으로 용어를 사용할 경우, 대중들은 전자기파(電磁氣波)와 전자파(電磁波)가 서로 다른 것으로 오해할 우려가 크다.

고압의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주변의 주민들에게 암 등의 각종 질병을 유발할 우려가 커지면서,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 등이 벌어진 바 있다. 한동안 논란이 되어온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역시 환경영향평가를 통하여 전자파가 인체보호 기준치 이하인지 여부를 측정하게 되어 있다.

군사용 레이더의 안테나. ⓒ Free Photo

군사용 레이더의 안테나. ⓒ Free Photo

전자파 간섭, 전자파 장해(Electro Magnetic Interference; EMI)는 이제는 널리 쓰이는 기술용어이다. 많은 전자기기들이 EMI인증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고, 해로운 전자파를 차폐하는 기술 또한 다양하다.

반면에 전자파를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당시 인근을 지나가던 선박이 무선전신을 통한 긴급구조신호를 수신하여, 구명보트에 타고 있던 승객들을 구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희생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서 ‘수많은 인명을 구한 고마운 전자파 통신’이라는 식으로 쓴 표현을 필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전자레인지에 대한 백과사전 설명을 보면, 전자기파를 이용하여 식품을 가열하는 조리기구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전자레인지의 전자파가 인체나 식품에 해롭지는 않은가?”라는 질의응답, 관련 기사나 블로그글 등이 넘쳐난다. 마그네트론이라는 부품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의 일종인 마이크로파는 동일한 것인데, 그것이 따듯한 음식을 제공해줄 때에는 전자기파가 되고, 차폐망을 뚫고 나와 나쁜 영향을 끼칠 때에는 전자파로 둔갑하는 것일까?

전자기파로 음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 ⓒ ScienceTimes

전자기파로 음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 ⓒ ScienceTimes

전자파라는 용어가 혼란을 줄 우려는 또 있다. 그것이 전자파(電磁波; Electromagnetic wave)인지, 전자파(電子波; Electron wave)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시세계의 물리학인 양자역학에서 입자의 일종인 전자(Electron)가 파동적인 성질을 보일 경우 전자파(電子波)라 지칭할 수 있다. 드브로이(Louis de Broglie; 1892-1987)는 예전에는 파동의 일종으로만 여겨졌던 빛이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듯이, 물질의 입자 역시 파동성을 지닌다는 물질파(Matter wave) 이론을 제창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전자파(電子波)의 실재에 대해서는 1927년 데이비슨(Clinton Joseph Davisson, 1881-1958)과 저머(Germer)가 니켈의 결정을 사용해 일반적인 파동과 유사한 회절현상을 보임으로써 확실하게 증명되었다. 데이비슨은 다른 실험 등을 통하여 역시 전자의 파동성 입증에 공헌한 조지 톰슨(George Paget Thomson; 1892-1975)과 공동으로 1937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조지 톰슨은 바로 전자를 처음 발견했던 조지프 톰슨(Joseph John Thomson; 1856-1940)의 아들이다.

이처럼 전자파(電磁波)와 전자파(電子波)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지만, 각종 온라인 용어사전들조차도 두 가지 한자표기를 혼동하기 일쑤이다. 고작 한음절 차이인데 이처럼 대중들에게 여러 혼란을 준다면, 전자파라는 용어는 이참에 폐기하고 전자기파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전자파(電子波) 입증 실험으로 1937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조지톰슨 ⓒ Free Photo

전자파(電子波) 입증 실험으로 1937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조지톰슨 ⓒ Free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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