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9,2019

전력 없어도 신선 냉장이 가능하다?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8) '팟인팟쿨러'와 '고썬의 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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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를 비롯한 저소득 국가 주민들이 겪는 불편 사항 중 하나가 바로 음식물 보관이다. 저소득 국가들 대부분의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실온에서 보관하면 금방 상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냉장고가 꼭 필요한 가전제품이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우선 구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싼 가격은 소득이 낮은 주민들에게 부담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로는 전력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전력 상황이 열악한 만큼, 냉장고를 구매해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력이 없어도 냉장이 가능한 제품들이 적정기술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 MITD-Lab

전력이 없어도 냉장이 가능한 제품들이 적정기술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 MITD-Lab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의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저소득 국가 주민들을 위한 냉장고를 개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물론 흔히 볼 수 있는 전기로 작동하는 냉장고는 아니다. 전기가 없어도 음식물을 차갑게 보관할 수 있는 ‘흙으로 만든 냉장고’와 ‘태양열 냉장고’다.

도자기 제조 기술을 활용한 냉장 방식의 저장고

나이지리아에서 대대로 도자기를 만들어 온 ‘모하메드 바 아바(Mohammaend Bah Abba)’는 자라면서 어머니와 여자 형제들이 음식물 보관 문제로 쩔쩔매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가 살던 북부 나이지리아는 1년에 3개월 정도만 비가 내리고 나머지 9개월은 비가 내리지 않는 지역이다. 따라서 3개월 동안 확보한 식량으로 남은 기간을 버텨야만 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저장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바는 자신의 도자기 제조 기술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전력 시스템이 열악한 지역임을 고려하여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음식물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냉장고 개념의 저장고를 떠올렸다.

그는 우선 큰 항아리 속에 작은 항아리를 넣은 뒤 항아리와 항아리 사이에는 물에 젖은 흙을 채웠다. 그리고 항아리 위에 헝겊을 덮어두자 젖은 흙의 물이 증발하면서 작은 항아리 안에 있는 열을 빼앗았다.

그렇게 만든 작은 항아리 안에 음식물을 넣어두고 보존 실험을 한 결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상온에 보관했을 때 2~3일이면 상하던 토마토가 저장고 안에서는 최대 3주 정도까지 보관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

팟인팟쿨러의 구조 및 원리 Ⓒ Research Gate

팟인팟쿨러의 구조 및 원리 Ⓒ Research Gate

그는 이 저장고에 ‘팟인팟 쿨러(Pot-in-Pot cooler)’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이지리아 전역에 본격적인 공급을 하기 시작했다. 다만 가난한 주민들을 위해 아바는 저장고 가격을 단 돈 2달러로 정했다.

팟인팟 쿨러의 원리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아바는 “물의 기화열(氣化熱) 덕분”이라고 밝히며 “물이 증발하면서 도자기 안의 열을 빼앗기 때문에 음식물이 계속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아바가 밝힌 팟인팟 쿨러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일단 소음이 없고, 전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의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므로 친환경적인 냉장고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아바는 “사실 팟인팟 쿨러는 새로 개발된 기술이 아닌 도자기를 빚는 집안만이 알 수 있는 일종의 비결”이라고 밝히며 “제조 방법이 간단해서 자가 제작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도자기가 깨지지 않는 한 영구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팟인팟 쿨러만이 가진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햇빛만 비추면 어디서든지 냉장고 가동 가능

팟인팟 쿨러가 도자기로 만든 저장고를 통해 냉장고 역할을 대신한다면, 아이스박스처럼 생긴 고선(GoSun)사의 ‘칠(Chill)’은 태양열을 활용한 냉장 기능으로 주목을 받는 적정기술 제품이다.

이 휴대용 냉장고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아이스박스와 비슷한 디자인이다. 모양은 비슷하지만 기능은 완전히 다르다. 아이스박스의 경우 얼음이 필수이지만, 칠은 얼음이 필요 없다. 얼음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물이 생기지 않으므로 보다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차이점이라면 온도 조절 가능 여부다. 아이스박스를 사용할 때 내부 온도가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기껏 해봤자 얼음이 녹는 만큼 온도가 높아질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반면에 칠에는 온도 제어 장치가 장착되어 있어서 영하 20℃에서부터 영상 20℃ 사이의 온도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고선사의 관계자는 “칠의 무게는 12.7kg에 불과하다”라고 밝히면서도 “40L 정도의 용량만을 소화할 수 있는 아이스박스에 비해 실제 사용 공간은 넉넉한 편”이라고 소개했다.

아이스박스 외관을 닮은 고선社의 칠 냉장고. 태양만 있으면 언제나 신선 냉장이 가능하다 Ⓒ Go Sun

아이스박스 외관을 닮은 고선사의 칠 냉장고. 태양만 있으면 언제나 신선 냉장이 가능하다 Ⓒ Go Sun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칠의 기본적 구조는 가정용 냉장고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압축기로 공기를 압축하여 식히는 방식이며, 솔리스 컴프레서를 채택한 덕분에 소리도 조용하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사용 전력은 40W인 에너지 절약형이고, 배터리는 한 번 충전하면 기본  8시간 이상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전력 시스템 기반이 취약한 저소득 국가의 주민들도 태양만 떠 있으면 신선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고선사 관계자는 “날씨와 햇빛의 강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햇빛이 좋은 날에는 3시간에서 4시간 정도면 충전이 완료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소득 국가의 주민들 외에 재해가 발생하여 전력이 끊긴 곳이라도 태양만 떠 있다면 칠을 통해 냉장 보관이 기본인 구호물품이나 의약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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