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9

적포도주 12병, 우주정거장에 보냈다

무중력 숙성 실험 통해 새로운 맛과 향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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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페이스 카고 언리미티드 (Space Cargo Unlimited)’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이 회사에서는 지구 궤도의 극미한 중력 상태에서 생물학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지난 2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에 있는 월롭 비행센터(Wallops Flight Facility)에서 발사된 로켓을 통해 12병의 적포도주를 지구를 돌고 있는 우주정거장으로 떠나보냈다.

프랑스에 스타트업 ‘페이스 카고 언리미티드’에서 12병의 적포도주를 우주정거장으로 보내 숙성실험을 시작했다. 극미 중력 상태에서 맛과 향이 어떻게 변하는지 비교 분석하는 실험으로 향후 제품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NASA

프랑스에 스타트업 ‘페이스 카고 언리미티드’에서 12병의 적포도주를 우주정거장으로 보내 숙성 실험을 시작했다. 극미 중력 상태에서 맛과 향이 어떻게 변하는지 비교 분석하는 실험으로 향후 제품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NASA

“실험 통해 농업‧식량 문제 해결할 수 있어”   

8일 ‘space.com’, ‘테크 크런치’ 등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라틴어 명칭은 ‘Vitis Vinum in Spatium Experimentia’이다.

‘우주 공간에서 포도주 실험을 한다’는 의미로 와인의 숙성 과정에서 미세 중력, 우주 복사 등 우주적 환경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세한 변화들을 연구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팀은 우주정거장에 보낸 12병의 적포도주와 같은 질과 양의 적포도주를 지상 실험실에 보관하고 있으며, 1년여에 걸쳐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포도주 숙성에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 세부적인 변화를 비교 분석할 계획이다.

특히 환경 변화 속에서 포도주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발효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미생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관찰할 계획이다.

그동안 포도주 전문가들은 무중력 환경에서 포도주가 어떻게 숙성되는지, 그래서 어떤 맛과 향을 내는지 궁금증을 품고 있었다. 이번 실험은 와인 창조자들(wine creators)의 요청에 의해 진행되는 본격적인 과학실험이다.

‘페이스 카고 언리미티드’의 공동 창업자인 니콜라 곰(Nicolas Gaume) CEO는 “이번 프로젝트가 미래 농업에 초점을 맞춘 과학실험”이라며, “와인 산업은 물론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유사한 프로젝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스카치위스키 회사인 아드벡(Ardbeg)은 지난 2011년 자사에서 주조한 최상급 위스키 제품을 우주정거장에 보냈다. 그리고 놀라운 실험 결과를 얻었다.

당시 실험을 진행한 나노랙(NanoRacks)의 제프리 맨버(Jeffrey Manber) CEO는 “2년간 우주정거장에 머문 위스키의 색과 향에서 큰 변화가 있었는데 지구에서 약 5년간 숙성된 것과 같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위스키‧와인 등 주류 회사들 우주실험 경쟁 

독일 에를랑겐 대학에서도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다.

충분히 숙성된 포도주를 우주정거장으로 보내 극미 중력 상태에서 포도주가 어떻게 숙성하는지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의 포도주 업계에 위기의식이 감돌았다. 지난 2018년 약 140억 달러어치의 포도주를 수출한 바 있는 프랑스에서 다른 나라에 주조기술이 뒤질 경우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스타트업인 ‘페이스 카고 언리미티드’의 우주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 회사를 창업한 니콜라 곰 CEO는 1990년에 이미 비디오 게임회사를 창업해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블루 오리진, 스페이스 X 등과 협력해 과학실험을 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곰 CEO는 “프랑스의 소설가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여행’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우주실험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의 우주실험 프로젝트에 프랑스 전체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프랑스 국립우주센터(CNES)의 리요넬 쉬세(Lionel Suchet) 부센터장은 “이번 적포도주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적으로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며, 적극적인 프로젝트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또 “이번 우주실험을 통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우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에 공동 참여하고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페이스 카고 언리미티드’ 프로젝트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민간 프로젝트를 활성화해 우주정거장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민간 우주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우주공간을 실험실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스페이스X의 경우 드래곤 우주선 (Dragon Spacecraft)을 통해 우주정거장에 각종 실험 장비를 실어 나르고 있는 중이다.

‘페이스 카고 언리미티드’로부터 일을 의뢰받은 나노락스(NanoRacks) 사는 NASA 우주정거장을 실험 장소로 임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우주정거장을 띄워 운영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페이스 카고 언리미티드’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우주 프로젝트를 창출하고 있어 우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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