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상의 수상자들은 백인 일색이었다. 특히 과학 분야의 경우 편중이 더욱 심했다. 당시만 해도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과학의 발전이 매우 뒤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 분야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이는 인도의 물리학자 찬드라세카라 라만이다. 그는 1922년에 발표한 논문 ‘빛의 분자에 의한 회절’이 ‘라만효과’의 발견으로 이어져 193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라만의 노벨상 수상은 아시아인이 순수하게 이룬 과학적 업적으로 보기엔 애매하다. 당시 인도의 학문은 영국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노벨상에서 인종 차별의 벽을 허물고 아시아인 최초로 과학 분야의 상을 받은 이는 유카와 히데키라 할 수 있다. 그는 원자핵 속의 새로운 입자인 ‘중간자’의 존재를 예측하는 이론을 세운 업적으로 194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특히 유카와는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한 일본 국내파라는 점에서 더욱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가 처음으로 외국에 나간 것은 1939년인데, 그때는 이미 중간자 이론으로 유명해진 후였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그에게 중간자 이론에 대한 결정적인 영감을 준 것이 바로 동양의 인문학이라는 사실이다.
유카와는 1907년 1월 23일 도쿄에서 출생했다. 그의 부친은 교토제국대학교 지질학 교수인 오가와 다쿠지인데, 조선이 1402년에 제작한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일본 학계에 처음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의 집안은 유서 깊은 한학자 집안이었기에 유카와는 어릴 때부터 장자와 노자, 사서, 사기, 당시 등을 외우다시피 했다.
전자의 200배 질량 지닌 중간자 예측
유학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유카와는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의 과학 거장들을 보며 과학자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당시 독일의 하이젠베르크와 영국의 디랙, 덴마크의 닐스 보어 등 물리학의 변혁을 주도하는 과학자들이 줄을 이어 일본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1922년 초 일본을 방문했는데, 그가 1921년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일본으로 향하던 배 안에서였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을 맞이하는 일본 국민들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당시 아인슈타인은 도쿄와 나고야, 교토, 오사카 등을 순회하며 강연을 이어갔는데, 관중 속에는 중학생인 유카와 히데키도 포함되어 있었다.
유카와는 대학원 졸업 후 수년간 한 편의 논문도 쓰지 못할 만큼 처음에는 별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아내는 그가 큰 꿈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눈치 채고 있었다. 결혼 직후 ‘집안일은 전부 내가 할 테니 당신은 노벨상에만 신경 쓰라’고 했던 아내는 추운 겨울밤에도 연구에 몰두하는 남편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아이가 울면 집 밖으로 나가서 달랬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연구한 끝에 그는 1934년 중간자 이론을 발표했다. 원자핵 내부에는 양성자와 함께 중성자가 존재한다. 양성자는 양전하를 띠고 중성자는 전하를 지니지 않는다. 그러니 원자핵 내부에는 양전하를 띠며 서로 강하게 밀어내는 힘만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당시 과학자들에게는 원자핵이 이처럼 강한 반발력을 이겨내면서 어떻게 서로 결합되어 있는지가 미스터리였다. 그것을 설명한 것이 바로 유카와의 중간자 이론이었다. 그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중간자라는 작은 입자를 서로 교환하면서 결합되어 있는데, 이 입자는 전자의 200배 정도 되는 질량을 지닐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백의 시와 장자 우화에서 영감 얻어
그에게 중간자라는 힌트를 준 것은 바로 당나라 이백의 시와 장자의 응제편에 나오는 ‘혼돈사칠규’라는 우화였다. 빛과 그늘, 즉 세월은 천지라는 만물의 숙소를 스쳐가는 과객이라고 읊은 이백의 시에서 그는 시공과 소립자의 관계가 서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또한 장자의 혼돈사칠규에 등장하는 남해의 임금 숙은 재빠르게 나타나는 것을, 북해의 임금 홀은 재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중간자를 서로 주고받으며 숙이나 홀처럼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면서 서로 연결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유카와의 이 같은 기발한 발상을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런데 3년 후인 1937년 중간자로 해석할 수 있는 입자가 실제로 관측됐다. 미국의 앤더슨과 네더마이어가 우주선(宇宙線)을 관측하다 질량이 전자의 약 200배가 되는 ‘파이온’이라는 고에너지 입자를 발견한 것.
이후 유럽의 물리학계에서는 유카와를 보는 시선이 급격히 변화해 그를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연이어 추천하기 시작했다. 거기엔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코스테르와 프랑스의 드브로이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거듭되는 후보 추천에도 노벨위원회는 유카와를 번번이 탈락시켰다. 우주선 관측으로 발견된 파이온과 유카와가 예측한 중간자 사이엔 일치하지 않는 성질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한 것은 일본의 물리학자 그룹이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기초과학연구소인 ‘리켄(이화학연구소)’이 주축이 된 젊은 과학자들은 파이온의 경우 원자핵을 결합시키는 중간자가 붕괴되어 생긴 탓에 유카와가 이론적으로 예측한 중간자의 성질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우주선에서 다른 종류의 중간자가 발견되고, 가속기를 통해 인공적인 중간자가 탄생하는 등의 성과가 이어지자 노벨위원회는 결국 194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유카와 히데키를 선정했다. 유카와의 수상은 이론 분야의 업적을 잘 인정하지 않는 노벨위원회의 수상 원칙을 최초로 깬 노벨상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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