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장어의 오랜 수수께끼 풀릴까

완전 양식 산업화에 한 걸음 다가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물고기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강 하구에 내려가 개펄 속에서 뱀과 교미해 새끼를 낳거나 또는 진흙 속의 지렁이가 돌연변이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 중국의 고서에서는 “미꾸라지가 가물치의 그림자에 비춰져 생긴다”고 했으며, 옛 일본인들은 “길고 끈적끈적한 감자가 변해서 생긴다”고 믿었다. 바로 뱀장어, 즉 민물장어를 두고 했던 말들이다.

▲ 최근 민물장어의 완전 양식에 청신호를 켜는 반가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사진은 양식장에서의 민물장어 출하 모습. ⓒ연합뉴스

이처럼 민물장어의 생태는 인류의 오랜 수수께끼였다. 흔히 민물장어라고 하면 민물에서만 사는 어류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바다와 강을 오가는 회유성(回遊性) 어류이다. 낮에는 돌 틈이나 진흙 속에 숨어 있다가 밤에 게나 지렁이, 새우, 곤충, 어린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 민물장어는 강이나 계곡 등에서 5~10년 이상 살면 더 이상 민물에서 살 수 없게끔 몸의 구조가 바뀐다.

생식소가 커짐에 따라 염세포 수가 증가하는 것. 아가미에 있는 염세포는 바닷물고기가 삼투압의 원리로 인해 몸속으로 들어온 염류를 배출함으로써 항상 일정하게 염분 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변화를 눈치 챈 민물장어는 민물을 버리고 바다로 나가 긴 항해를 시작한다.

옛날에는 알을 품고 있는 민물장어가 잡힌 적도 없으며, 민물장어의 생식기관도 체내에 숨겨져 있어 이런 사실을 짐작조차 못했던 것이다.

버들잎 모양의 유생이 실뱀장어로 변해

최근 들어 밝혀진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극동산 뱀장어는 한반도에서 약 3천㎞나 떨어진 필리핀 북부의 깊은 바다에서 짝짓기를 해 한 마리의 어미가 약 60만 개의 알을 낳고 죽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알이 부화해 렙토세팔루스(leptocephalus)라 불리는 버들잎 모양의 유생이 되고, 그것이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오다 대륙붕 부근에서 실 모양의 어린 실뱀장어로 변태해 우리나라로 찾아오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09년 5월 일본 해양과학기술센터(JAMSTEC) 소속의 학술연구선은 연구 항해를 하다가 서마리아나 해령의 남부 해산역에서 천연 장어알 31개를 최초로 발견·채취해 그 해역을 뱀장어의 산란장으로 특징지었다.

장어는 한자로 만(鰻)이라 쓰는데, 이는 고기 어(魚)에다 날 일(日)과 넉 사(四)로 구성된 글자이다. 즉, 하루에 네 번 먹어도 또 먹고 싶을 만큼 맛있고 몸에 좋은 고기라는 의미이다.

장어의 스태미나는 산란을 하기 위한 장장 9개월간의 여행에서도 증명된다. 그 기나긴 여정 동안 아무런 먹이를 먹지 않고도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견뎌낼 수 있기 때문.

장어의 이런 생태 경로가 알려진 이후 사람들은 강 하구에서 기다리다 민물로 돌아오는 실뱀장어를 채취해 사료를 먹어서 키우는 ‘반(半) 양식’으로 수요에 모자라는 공급을 충당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사람들이 장어 새끼를 미리 잡아 키우니 바다로 돌아가는 어미 장어의 수가 줄고, 그로 인해 태평양 심해에 산란하는 알의 수도 줄게 되는 악순환이 거듭되어 세계적으로 장어가 귀해지는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몇 년 전만 해도 실뱀장어가 연간 7~10톤 정도 잡혔으나 지난해엔 겨우 1.5톤밖에 잡히지 않았던 것. 이로 인해 1마리당 500원 정도 하던 실뱀장어의 가격이 지금은 최고 7천원까지 뛰어올랐다. 실뱀장어 한 마리가 약 0.2g이니 자연산 실뱀장어 1㎏(5천 마리)당 가격이 약 3천500만원으로서 거의 황금 가격에 육박하는 셈이다.

사정이 이럼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하는 미식가들로 인해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면서 장어가 점차 줄어들자 세계적으로 뱀장어의 멸종을 막기 위한 보호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은 내년부터 ‘야생동식물 멸종위기종 거리에 관한 국제조약(CITES)’에 따라 유럽산 자연산 실뱀장어의 국가 간 거래를 금지시킬 계획이며, 미국도 멸종 우려가 있는 야생동식물 거래를 규제하는 워싱턴 조약의 대상에 장어를 추가하기로 했다.

장어 유생의 식성 비밀 밝혀내

그런데 최근 민물장어의 완전 양식에 청신호를 켜는 반가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먼저 지난 10월 국립수산과학원 전략연구단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정란에서 부화한 민물장어 유생을 실뱀장어로 변태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유생을 실뱀장어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먹이 공급과 서식환경 조성이 제일 중요한데, 심해에서 유생이 자라는 환경과 동일하게 만든 수조에다 곱상어알로 특수 액체 사료를 개발한 것이 주효했던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 양식의 산업화에 성공한 것은 아직 아니다. 197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한 일본의 경우 2010년 완전 양식에 성공했지만 연간 생산되는 실뱀장어 수는 약 200마리에 불과하다. 부화해서 100일간 생존시키는 확률이 0.1%가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렙토세팔루스가 자연 상태에서 무얼 먹고 사는지가 아직 규명되지 않았을 뿐더러 수정란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가 까다로운 점 등이 완전 양식의 산업화를 가로막고 있다. 특히 렙토세팔루스의 먹이 개발은 완전 양식 기술의 확립에 필수 요소인데, 최근 일본 도쿄대학 대기해양연구소의 연구원을 포함한 공동 연구진이 그에 대한 정확한 영양 단계를 추정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렙토세팔루스의 식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체표영양흡수설, 오타마보야의 하우스설, 젤라틴질 동물 플랑크톤설, 마린스노설 등 네 가지 유력한 설이 있다.

공동 연구진이 자연에서 얻은 렙토세팔루스를 대상으로 지난 2009년에 개발한 영양단계 측정법을 적용한 결과, 이들의 영양단계가 식물플랑크톤을 섭취하는 동물플랑크톤의 영양 단계에 가깝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이로써 네 가지 학설 중 마린스노설이 가장 적절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마 몇 년 후에는 완전 양식으로 출하된 민물장어들로 우리의 식탁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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