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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이 ‘자연발생적’이라고?

과학계, 진화론적 주장에 크게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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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자살이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약 80만 명이 이 폭력적인 행위로 죽음을 맞고 있다. 전쟁과 살인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숫자다.

23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그동안 진화론자들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는지 의문을 품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에게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위배하는 이런 일이 왜 그렇게 많이 발생하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자살이 자연발생적인 현상이라는 일부 진화심리학자와 정신요법 의사의 주장에 의료계 등 과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17세 이탈리아 화가 루카 조르다노의 유화 ‘세네카의 죽음’. ⓒWikipedia

자살이 자연발생적인 현상이라는 일부 진화심리학자와 정신요법 의사의 주장에 의료계 등 과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17세 이탈리아 화가 루카 조르다노의 유화 ‘세네카의 죽음’. ⓒWikipedia

의료계 진단과 배치되는 주장 

저명한 진화심리학자인 런던 스쿨 오브 이코노믹스의 니콜라스 험프리(Nicholas Humphrey) 명예교수도 그중의 하나다.

그는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스스로에게 위해를 가하는 상황에서 결코 자연선택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자연선택과 자살을 연관 짓지 않은 데 대해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류 문화와 관련된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적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지적 능력에 따른 비극적 부산물’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험프리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수년 전 한 심포지엄에서 연구 논문으로 발표됐다.

그리고 포르투갈의 정신요법 의사인 클리포드 소포(Clifford Soper) 박사의 지지를 얻었다. 박사는 자살이 사람에게만 있는 인지(human intelligence) 능력의 결과이며, 인류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자살이 정신질환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소포 박사의 주장은 의학계 결론과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자살 심리를 치료하고 있는 일부 의사들은 “위험에 빠진 사람이 자살을 (병이 아니라) 자연현상의 일부로 오인해 자해를 감행할 수 있다.”며 험프리, 소포 박사의 주장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자살을 자연발생적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 스스로 자살을 할 수 있지만 스스로 자살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자살을 금지하는) 종교적 신앙을 갖거나, 의존성, 자기기만과 같은 행위를 예로 들었다.

소포 박사는 “자살 충동에도 실제로 자살하는 사람이 매우 드문 것은 사람에게 직면한 위험 상황을 ‘멋지게’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지만 자살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완벽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잘못된 주장으로 자살 확산 우려 

두 사람의 이 같은 주장은 의료계는 물론 험프리 교수가 속한 진화심리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진화심리학자인 미국 오클랜드 대학의 토드 샤켈폴드(Todd Shackelford) 교수는 “두 사람의 가설이 자살에 대한 그동안의 이론을 출발점서부터 뒤집어놓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살을 자연발생적으로 보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이론”이라며, 도전적으로 새로운 이론을 전개하며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려는 두 사람의 야심찬 행보에 대해 강한 우려감을 표명했다.

두 사람은 수렵시대서부터 산업사회에 이르는 오랜 기간에 걸친 사회상을 열거하면서 어떤 식으로 자살 문화가 자리 잡았는지 설명하고 있다.

험프리 교수는 “약 4000년 전에 이미 이집트인의 시에서 자살을 언급하고 있는 등 자살 충동( suicidal thoughts)과 자살행동(suicidal behaviors)에 대한 기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인류 역사의 각 시대에 있어 공통적인 한 부분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마약 사용과 건강 관련 전국조사(National Survey on Drug Use and Health)’ 결과를 인용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미국에서 전체 인구의 약 4%,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성인이 자살 충동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

이 수치는 2017년 실제 자살자 수와 비교해 200배 이상 많은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이 자살 충동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매우 적은 수에 불과하며, 이는 강력한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람의 자살행위가 진화론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려면 다른 영장류가 자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런 사실이 제기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사람의 경우 어린 나이일수록 자살이 극히 드문데 이에 대한 설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연발생적으로 자살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제기되는 의문에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계가 크게 걱정하는 것은 주장으로 인해 자살이 확산되는 일이다.

실제로 지난해 온라인 과학전문지 ‘PLOS ONE’에 게재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8월 인기 배우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의 자살이 1800여 명의 자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학계는 험프리, 소포 박사의 주장이 이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 아리조나 주립대학의 진화심리학자 랜덜프 네스(Randolph Nesse) 교수는 “두 사람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며, “자살행위에 대해 많은 원인이 있지만 어떤 진화 이론도 그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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