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자살률 상승, 해법은 SNS에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언어 패턴 식별 등 자살 징후 탐지 AI

최근 미국에서는 한 목사의 자살 사고가 화제가 되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으로 안식년을 보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60세의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신도를 비롯한 동료 목사들은 그의 자살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10대와 성인들을 대상으로 자살 방지 특강을 하는 등 평소 자살 방지 활동에 매우 적극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본인 스스로도 비록 우울증을 앓고 있었긴 해도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자살 충동을 절대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을 하는 이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반드시 말이나 행동 등으로 주변에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대개는 가족들조차 그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그들의 신호는 타인이 잘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묘하게 포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SNS 게시물의 언어 패턴 등을 분석해 자살 충동과 관련된 신호를 탐지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 Public Domain

SNS 게시물의 언어 패턴 등을 분석해 자살 충동과 관련된 신호를 탐지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 Public Domain

한 데이터 과학자가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자살 방지 상담사와 나눈 5400만 건의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자살이라는 단어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제로도 자살을 시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할 때조차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도 실시간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는 데가 있다. 바로 사이버 소통 공간인 SNS다. 이에 따라 자살 충동에 대한 경고 표지판을 만들기 위해 SNS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와 연구원들이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스마트폰 확산 이후 청소년 자살 증가 추세

대표적인 곳이 사용자가 이용 도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자살 생중계 논란에 휩싸였던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의 모든 콘텐츠를 실시간 검색하면서 잠재적 자살 가능성이 있는 사용자를 가려내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AI) 패턴 식별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미국 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던 이 프로그램을 전 세계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미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마인드스트롱(Mindstrong)’은 SNS 게시물의 언어 패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의 스크롤 속도와 같은 무의식적인 사용 경향 등을 종합해 자살 충동과 관련한 신호를 탐지하는 앱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는 미국 국립 정신건강연구소(NIST)의 의사 출신인 토마스 인젤 박사인데, 그는 스마트폰 같은 장치에서 수동적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설문조사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마인드스트롱에서 개발하는 앱은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자가 환자의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백그라운드에서 실행돼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개개인의 전형적인 디지털 행동 프로파일을 개발하게 되면 자살 충동과 관련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이 회사는 건강관리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그 같은 변화가 감지될 경우 곧바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폰과 SNS의 사용 증가가 10대들의 자살 및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샌디에이고주립대학의 심리학과 진 트웬지(Jean Twenge) 교수팀은 미국에서 매년 실시된 13~18세 청소년의 전자장치 및 온라인 미디어 습관에 대한 50만 개 이상의 데이터에서 자살과 관련된 징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매일 SNS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은 우울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13% 더 높았으며, 하루 5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은 자살을 계획하거나 실제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거의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밝혔다.

트웬지 교수팀은 연구과정에서 또 하나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2012년부터 지난 5년간 10대들의 우울증 발생 비율과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 그런데 2012년경 사회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바로 스마트폰의 급속한 확산이었다. 즉, 스마트폰의 확산 및 SNS 사용 증가와 자살 및 우울증 발생 증가 패턴이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SNS 이용이 정신건강에 도움된다는 주장도 있어

물론 이 연구는 스마트폰 및 SNS의 개인별 사용 시간과 우울증 및 자살의 상관관계 등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트웬지 교수는 스마트폰과 SNS가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라고 주장했다.

스마트폰의 불빛이 눈과 심리적인 면에서 자극적인 영향을 끼치며, 오랜 시간 사용할 경우 수면 부족으로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또한 SNS의 게시물을 읽다 보면 다른 이들은 재미있게 살고 있는데 왜 나만 힘든지에 대한 자책감을 쉽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SNS의 이용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물리적 혹은 심리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 SNS를 통해 소통함으로써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SNS를 통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있다. 이때 SNS는 마치 아무도 없는 공원에 올라가 큰 소리로 자신의 고민을 외치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후련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사경을 헤매던 북한 귀순 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사들이 쓰는 칼과 살인자가 쓰는 칼은 각도만 다르다.” 그렇다. 칼은 누군가에는 사람을 살려내는 도구이자 훌륭한 조리 기구가 되지만, 살인자에게 주어지면 흉포한 무기가 된다.

앞으로 등장할 스마트폰의 새로운 형태나 그와 관련된 기술도 마찬가지다. 그것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가리는 문제의 핵심은 바로 사용 방법에 있다. 스마트폰과 SNS에서 자살 징후를 찾는 과학자처럼 좋게 사용하면 사람을 살릴 수 있고, 나쁘게 사용하는 이들은 그것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2964)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