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무잉크 프린터, 냉각팬 뺀 노트북

역발상의 과학 (1) 없앴더니 더 좋아! ~less 제품

사이언스타임즈가 2016년 신년 연재물로 '역발상의 과학'을 준비했습니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신기술·신제품을 탄생시킨 '청개구리식' 역발상의 과학기술 사례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단순한 것이 더 가치있다(Less is more)’

독일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인 미스 반데로에(Mies van der Rohe)가 한 말이지만, 우리에게는 애플의 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의 경영철학으로 더 알려져 있다. 뭔가 부족한 듯 보이는 것이, 때로는 더 가치 있게 여겨지는 경우가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부족한 것이 때로는 더 가치있게 여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 free photo

부족한 것이 때로는 더 가치있게 여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 free photo

이 말처럼 실제로 핵심이라 여겨지던 특정 기능을 없앤, 이른바 ‘OO리스’(-less: ‘-을 뺀’이라는 의미의 영어 접미사)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핵심 기능이 대체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기능은 물론 추가 기능으로 무장한 less 제품들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잉크를 사용하지 않는 잉크리스 프린터

프린터의 핵심 기능은 무엇일까? 용지에 사용자가 원하는 글자와 그림을 인쇄해주는 기능이다. 그렇다면 인쇄는 무엇으로 할까? 바로 잉크나 토너로 한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프린터는 잉크나 토너를 전혀 쓰지 않는 잉크리스(inkless) 프린터다.

즉석카메라로 유명한 폴라로이드(polaroid)사가 개발한 휴대용 프린터인 ‘포고(PoGo)’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프린터에는 ‘제로 잉크(Zero Ink)’를 추구하는 기업인 징크(ZINK)의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잉크 없이 어떻게 화려한 색상으로 이루어진 사진을 인쇄할 수 있는 걸까? 그 비결은 바로 종이에 있다. PoGo는 전용 프린트 용지를 쓴다. 특허 출원한 전용 용지는 겉보기에는 백지처럼 보이지만, 성분을 분석해 보면 ZINK만의 차별화된 기술력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용지에는 빨강과 노랑, 그리고 파랑의 3색으로 이루어진 ‘어모포크로믹(Amorphochromic)’이라는 이름의 염료가 압착되어 있다. 그리고 그 위를 고분자로 코팅했는데, 인쇄 과정에서 종이에 열을 가하면 염료가 녹아 섞이면서 색색의 이미지를 구현해내는 방식이다.

잉크없는 프린터는 용지에 코팅된 염료를 열전사하여 색을 낸다  ⓒ Zink.com

잉크없는 프린터는 용지에 코팅된 염료를 열전사하여 색을 낸다 ⓒ Zink.com

펄스(pulse)로 프린터의 헤드에 열을 가해 전용 인쇄용지에 압착되어 있는 염료 결정을 용해하여 색이 스며 나오도록 만든 것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용지 한 매를 프린트 하는 데는 보통 60초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 폴라로이드사의 설명이다.

즉석사진의 대명사인 폴라로이드의 제품답게, 전용 용지는 단순히 사진을 인쇄하는 용도를 넘어 스티커 사진의 용도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용지 뒷면이 떼서 붙일 수 있는 스티커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다이어리나 보드 등에 포스트잇(post-it)처럼 붙일 수 있도록 만든 것.

이 외에도 PoCo는 다른 디지털 카메라와는 달리 PC를 통하지 않고도 직접 출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메라와 직접 접속을 할 수 있는 픽트브릿지(PictBridge)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프린터를 어느 곳이든 들고 다니면서 즉석에서 사진을 인쇄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용지의 가격이 만만찮다는 것. 10매가 들어있는 1통에 우리 돈으로 5000원 정도 하고, 30매는 1만 4000원 정도다. 재미에 취해 신나게 사진을 인쇄하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

냉각팬 없앤 노트북으로 소음 발생 차단

노트북은 학습이나 업무에 있어 꼭 필요한 디바이스다. 하지만 도서관 등 조용한 장소에서 사용할 때면, 노트북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은근히 신경 쓰일 때가 있다.

노트북의 소음은 대부분 냉각팬(cooling fan)에서 발생한다. 그렇다고 냉각팬을 제거하면 문제가 생긴다. 기기에 열이 발생할 때 냉각팬이 돌면서 식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노트북에 있어서는 꼭 필요한 필수 부품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냉각팬을 없앤 역발상 노트북이 등장해 화제다. 바로 삼성이 개발한 ‘팬리스(fanless) 노트북’이다. 이 제품은 냉각팬을 제거한 대신에, 발생하는 열을 본체 전부에 골고루 전달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냉각팬이 없기 때문에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냉각팬은 노트북에서 발생하는 열을 내리게 하는 필수 부품이다 ⓒ wikipedia

냉각팬은 노트북에서 발생하는 열을 내리게 하는 필수 부품이다 ⓒ wikipedia

팬리스 노트북을 개발한 삼성의 관계자는 “과거에도 팬리스 노트북 개발을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방열 효율이 떨어져 오래 사용할 수 없었다”라고 말하며 “하지만 최근 개발된 제품은 지속적인 프로세서 생산 공정을 개선함으로써 과거 단점들을 보완했다”라고 밝혔다.

컴퓨터 업계 관계자도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용에 맞춰 사양 개발에 집중했던 노트북 제조사들이 최근 들어서는 팬리스 노트북같은 고사양 노트북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전하며 “팬이 돌아갈 때 발생하는 소음이 전혀 없기 때문에, 사무실이나 도서관 등 정숙해야 하는 곳에서 사용이 자유롭다”라고 덧붙였다.

노트북의 고사양화는 소음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노트북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원인이 대부분 쿨링팬 때문이지만, 저장장치의 모터도 일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하드 디스크가 아닌 플래시메모리 방식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사용하면 모터 탑재가 필요 없기 때문에 소음 발생을 차단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가격이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제조사들은 팬리스 노트북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추세다. 대만 에이수스(ASUS) 경우 최근 출시되는 노트북의 일부에 팬리스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애플도 신형 맥북 노트북에 역시 최초로 팬리스 디자인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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