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숨은 수학 퍼즐

출판 150년, 작가 캐럴은 수학 교수

올해로 출판된 지 150년을 맞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하 ‘앨리스’)는 영문학사에 한 획을 긋는 아동문학의 고전이지만, 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신기한 이야기 책’이다. 어린 소녀 앨리스가 하얀 토끼를 좇아 토끼 굴에 빠진 뒤 몸이 한없이 작아졌다 커졌다 하면서 기묘하고 의인화된 생명체들과 만나면서 겪는 모험담이다.

아동문학의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1832~1898)은 수학자였다.

출판 150주년을 맞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170여개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이상한 나라 앨리스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1832~1898)은 수학자였다. 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라는 ‘앨리스’ 2부작으로 불멸의 명성을 얻고 있지만 수학자로서의 그의 모습은 일반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은 수학자였다. 그는 정통 수학에 대한 기여보다 ‘유희 수학’에 빠져 수학 퍼즐 등을 즐겼다. ⓒ ScienceTimes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은 수학자였다. 그는 정통 수학에 대한 기여보다 ‘유희 수학’에 빠져 수학 퍼즐 등을 즐겼다. ⓒ 이상한 나라 앨리스

기호 논리학과 수학 퍼즐을 즐겼던 수학교수 루이스 캐럴은 이와 같은 배경 때문에 일반 작가들의 문학 작품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펼쳤다.

그의 기발한 상상력과 작품 속 곳곳의 상징성, 알쏭달쏭한 철학적 대화, 역설 논리, 현란한 언어유희와 수학적 퍼즐 등이 어울려 ‘앨리스’는 지금까지도 문학과 예술이나 심지어 현대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촉매 역할을 한다.

세계 170여개 언어로 번역된 그의 작품은 연극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뮤지컬 애니메이션 대중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색되고 변형되어 시간이 흘러도 늘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21세기 양자물리학에서는 그의 작품 속에서 나오는 ‘체셔 고양이’를 따서 ‘양자 체셔 고양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설명하는 데 차용하고 있다. 진화론과 경영학에서는 적자생존 경쟁론을 설명할 때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붉은 여왕에서 개념을 빌려온 ‘붉은 여왕의 가설’을 활용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수학 퍼즐과 독특한 상상력이 창조해낸 새로운 양자물리학 용어를 살펴본다.

계속 진화하는 진법의 구구단

이 작품에는 이상하게 생각되는 구구단 셈법이 나온다.

“… 4 곱하기 5는 12이고, 4 곱하기 6은 13, 그리고 4 곱하기 7은……. 안 돼! 이런 식으로 가면 20까지는 절대 도달하지 못할 거야!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제2장 ‘눈물 연못’에 나오는 주인공 앨리스의 독백이다. 앨리스가 몸이 작아졌다 커졌다 변화를 계속하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낀 나머지 자신이 과거의 자신인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머릿속 지식을 테스트해보는 장면이다.

앨리스는 왜 이렇게 터무니 없이 구구단 계산을 했을까? 그리고 왜 20까지 절대 도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독자들은 머릿속이 혼란해진 앨리스가 잘못 계산한 것이겠지 하고 그냥 넘어 갔겠지만 사실 여기에는 루이스 캐럴 같은 ‘유희 수학’ 전문가가 아니면 생각해 낼 수 없는 정교한 계산 방식이 숨어 있다.

키가 너무 커져 자신의 발을 돌보기 위해서는 부츠를 발에게 우편으로 부쳐야겠다고 생각하는 앨리스는 자기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과거의 지식을 시험해 볼 때 변화하는 진법의 구구단 셈법을 선보인다.   ⓒ ScienceTimes

키가 너무 커져 자신의 발을 돌보기 위해서는 부츠를 발에게 우편으로 부쳐야겠다고 생각하는 앨리스는 자기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과거의 지식을 시험해 볼 때 변화하는 진법의 구구단 셈법을 선보인다. ⓒ 이상한 나라 앨리스

앨리스의 구구단 셈법을 차례대로 수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4 × 5 = 12 (10진법의 곱셈값 20을 18진법으로 표기)

4 × 6 = 13 (마찬가지로 24를 21진법으로 표기)

4 × 7 = 14 (28을 24진법으로 표기)

4 × 8 = 15 (32를 27진법으로 표기)

4 × 9 = 16 (36을 30진법으로 표기)

4 × 10 = 17 (40을 33진법으로 표기)

4 × 11 = 18 (44를 36진법으로 표기)

4 × 12 = 19 (48을 39진법으로 표기)

이를 설명하자면, 18진법에서는 4×5는 18+2이므로 12로 표기된다. 그런데 앨리스의 구구단은 곱셈이 진행되면서 곱셈 값만 커지는 게 아니라 진법이 3씩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4×6은 21진법으로 13이 된다.

진법이 변화하면서 숫자가 늘어나니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구구단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계속 +3씩 진화하는 진법에 의해 숫자 표기가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영원히 20에 도달할 수 없는 셈법이 숨어 있는 것이다.

4×13=52를 42진법으로 표기하면 42+10이므로 20이라고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다. 10진법에서라면 10이 2개면 20으로 표기하듯이 42진법이라면 42+42라야 20처럼 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도 이미 10이란 숫자를 42가 되기 전에 사용해야 하므로 20이라고 쓰기 보다는 2T 같이 끝자리의 ‘0’을 대체하는 다른 숫자를 써줘야 한다.

진법이 계속 3씩 커지므로 42+42나 43+43에 해당하는 숫자는 영원히 나올 수 없게 된다. 앨리스의 구구단 셈법에는 이같은 수학적 트릭이 숨어 있는 것이다.

루이스 캐럴이 좋아한 숫자는 42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작품 속에서는 42이란 숫자가 여기저기에 교묘하게 숨어 있다. 루이스 캐럴에게는 42가 매력의 숫자인 셈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실린 그 유명한 존 테니엘의 삽화가 모두 42장인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제8장 ‘여왕의 크로케 경기장’ 초입부에서 장미에 빨간색을 칠하고 있는 카드 정원사들의 숫자는 각각 2,5,7이다. 이들은 모두 소수로 합계는 14이다. 그런데 10이하 소수 중에서 여기서 빠진 것은 3이다. 14 곱하기 3은 42다. 이런 방식으로 42라는 숫자가 작품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의 한 장면에서도 42란 숫자가 숨어서 작용한다. 여기서는 그 숨어 있는 42를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꽤 긴 계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제5장 ‘양털과 물’의 중반 부분에서 여왕과 앨리스는 나이에 대해 대화한다.

“네 나이부터 시작하자. 몇 살이지?”

“일곱 살 반이에요. 정확하게.”

“정확하게 말할 필요 없어. 그 말을 하지 않아도 믿으니까 말이야. 이제 너에게 믿을 만한 사실을 알려주마. 나는 꼭 백한 살하고 다섯 달 하루를 살았단다.”

여기서도 42란 숫자가 숨어 있는데, 독자들은 눈치 챌 수 없다. 여왕의 나이를 윤년을 고려해 101살 5개월 하루를 모두 계산하고, 붉은 여왕과 흰 여왕의 나이를 합하면 74,088일이 된다. 이는 42×42×42로, 즉 42의 세제곱 값이 되는 것이다.

(이 기사의 후반부는 6일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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