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2,2018

이산화탄소 증가, 식물에 좋을까

토양 질소 변화가 영향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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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래 인류가 지구에 미친 영향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가 아닐까. 지난 150년 사이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에서 400ppm으로 무려 43%나 늘어났다. 게다가 증가 추세가 가속되고 있어서 최근에는 해가 바뀔 때마다 3ppm씩 올라가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이기 때문에 농도 증가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자체도 생명체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사람 같은 동물은 산소를 들이마셔 포도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고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를 내뱉는다. 그런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혈액에 녹아있는 탄산이온이 빠져나가는 효율이 떨어져 어느 시점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400ppm도 최근 50만 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아직까지는 인체에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아무튼 호모 사피엔스로서는 새로운 경험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두 배인 800ppm에서는 두통이나 어지러움, 피로 같은 증상이 생긴다. 많은 사람들과 밀폐된 공간에서 한동안 같이 있을 때 이런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 같은 추세로 이산화탄소가 늘어난다면 130년이 지나면 미세먼지가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거르는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현장실험실. C3식물 네 종과 C4식물 네 종을 심고 이산화탄소를 공급해 주변보다 180ppm 더 높은 조건을 만들어 식물생장에 미치는 영향을 20년에 걸쳐 관찰했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 Jacob Miller/Cedar creek ecosystem science reserve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현장실험실. C3식물 네 종과 C4식물 네 종을 심고 이산화탄소를 공급해 주변보다 180ppm 더 높은 조건을 만들어 식물생장에 미치는 영향을 20년에 걸쳐 관찰했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 Jacob Miller/Cedar creek ecosystem science reserve

최근 50만 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    

그렇다면 식물은 어떨까. 식물도 동물처럼 산소를 소모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호흡을 하지만 낮에는 그 반대 과정인 광합성을 한다. 식물의 경우 호흡 반응보다는 광합성 반응이 더 크므로 둘을 합친 결과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고 산소를 내놓는 생명체로 본다. 아무튼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의 원료이므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광합성에는 유리할 것이다.

지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최근 수천 만 년 사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내려갔고 이에 적응하기 위해 식물은 새로운 광합성 메커니즘을 진화시켰다. 바로 C4식물의 등장이다. 이전까지는 모두 C3식물이었다. 두 식물의 차이는 광합성 과정에서 탄소 네 개로 이뤄진 분자(C4)가 생기느냐 여부다.

C3식물은 엽육세포 안에서 이산화탄소와 탄소 다섯 개짜리 분자를 반응시켜 탄소 세 개인 분자(C3) 두 개를 만들어 광합성에 들어간다. 반면 C4식물은 엽육세포에서 이산화탄소와 탄소 세 개인 분자로 탄소 네 개인 분자를 만든 뒤 인접한 유관속초세포로 이동시켜 다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농축시킨 뒤 광합성을 시작하는 것이다. 즉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 이를 농축시키는 메커니즘을 진화시킨 게 C4식물이다.

C4식물 진화는 여러 식물 계열에서 독립적으로 일어났고 그 결과 현재 식물 종의 3%에 이른다. 그런데 높은 광합성 효율로 전체 육상식물 바이오매스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농작물은 대부분 C3식물이기 때문에 사람이 돌보지 않으면 C4식물 잡초 등쌀에 배겨나지 못한다. 1977년 출간된 책 ‘세계 최악의 잡초’에 따르면 최악의 잡초 18종 가운데 14종이 C4식물이다. 물론 농작물 가운데도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C4식물이 있다.

아무튼 지난 150년 동안 사람들이 화석연료를 펑펑 쓴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많이 늘어나 50만 년 이래 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앞으로도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는 C3식물과 C4식물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까.

토양 질소 변화가 영향 더 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높을수록 광합성 메커니즘이 단순한 C3식물이 더 유리할 것이다. 반대로 C4식물은 이산화탄소 농축 장비가 점점 거추장스러워질 것이다. 실제 식물 주변 공기에 인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공급해 농도를 높일 경우 C3식물이 C4식물보다 훨씬 더 큰 혜택을 본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왔다.

학술지 ‘사이언스’ 4월 20일자에는 이제는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 가설이 틀리다는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이 실렸다. 미국 미네소타대 산림자원학과 연구자들은 무려 20년에 걸친 현장실험 결과 첫 12년 동안은 이론과 실제가 잘 맞았지만 그 뒤 8년 동안엔 상황이 역전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 경우 C3식물의 생장은 정체되는 반면 C4식물의 생장은 크게 늘었다고 보고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180ppm 더 높였을 때 식물생장에 미치는 영향을 5년 단위로 분석하자 중반까지는 C3식물의 생장에 유리했지만 마지막 5년은 C4식물에 크게 유리했다(왼쪽). 한편 이산화탄소가 토양의 질소 광물화에 미친 영향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오른쪽). 즉 C3식물과 C4식물의 생장 차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보다 토양 질소 농도에 더 영향을 받았다는 말이다. ⓒ 사이언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180ppm 더 높였을 때 식물생장에 미치는 영향을 5년 단위로 분석하자 중반까지는 C3식물의 생장에 유리했지만 마지막 5년은 C4식물에 크게 유리했다(왼쪽). 한편 이산화탄소가 토양의 질소 광물화에 미친 영향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오른쪽). 즉 C3식물과 C4식물의 생장 차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보다 토양 질소 농도에 더 영향을 받았다는 말이다. ⓒ 사이언스

연구자들은 미국 미네소타주에 자생하는 풀(외떡잎식물) 가운데 C3식물 네 종과 C4식물 네 종을 대상으로 모두 88개 지점에 식물을 심고 인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공급해 대기 중 농도가 주변보다 180ppm 더 높게 만들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60년 뒤의 공기 조성이다.

처음 12년 동안(1998~2009)은 이론과 실제가 잘 맞아떨어졌다. 즉 자연상태와 비교했을 때 고농도 조건에서 자란 C3식물은 생체량(biomass)이 평균 20% 더 많은 반면 C4식물은 불과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이어지는 8년 동안(2010~2017)에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어 C3식물은 평균 2%가 줄어든 반면 C4식물은 무려 24%나 늘어났다.

연구자들은 이런 뜻밖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변화를 살펴본 결과 토양의 무기질 질소(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 함량이 주된 변수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 때 C3식물이 자라는 토양에서는 질소가 초기에는 늘었지만 후반에는 약간 줄어든 반면 C4식물이 있는 토양에서는 질소가 초기에는 줄었지만 후반에는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즉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차이보다는 토양의 무기질 질소 농도의 차이가 광합성 효율에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다만 식물의 유형에 따른 토양 질소의 농도 변화 패턴 차이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뜻밖의 결과도 놀랍지만, 답이 뻔해 보이고 실제 12년 동안은 그런 결과가 나온 실험을 20년이나 지속한 연구자들이나 이들에게 연구비를 댄 미 국립과학재단(NSF)의 인내가 더 놀랍다. 하긴 NSF의 ‘장기생태연구자금’을 받은 것이므로 아주 이상한 건 아니다. 아무튼 결과를 내는데 조급해하지 않고 혹시나 모를 사태전개를 상정해 ‘장기연구’를 기획하고 지원하는 데서 오늘날 왜 미국이 세계과학을 이끄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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