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사실이 아닌 것을 과학인 것처럼 포장한 의사(擬似)과학은 우리 주위에 흔하다. 얼마 전 신문에서 두뇌훈련을 통해 투시 등 초능력이 개발된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투시 능력은 과학적 검증이 가능한 주제이다. 그 잠재능력 개발 주장에 대해 엄격히 통제된 객관적인 시험이 필요하다고 말해 왔는데 그런 검증과 근거가 없이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학생은 과학교육에서 인간이 오감(五感)을 통해 외부 세계를 지각한다고 배운다. 만일 오감을 초월한 어떤 능력이 발견된다면 이는 교과서의 내용을 바꾸는 정도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전반적인 모습이 달라질 사건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초능력 주장을 믿는 것을 보면 의사과학에 대해 과학교육이 얼마나 속수무책인지를 보여준다.
과학교육에서는 사실적 내용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나온 과정, 즉 과학적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이 교육을 통해 초능력 검증과 같이 자료의 수집과 일반화에 정직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방법 그리고 기존의 이론이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되는 과학의 발전 과정 등을 배우게 된다. 이 과학의 과정적 이해는 학생의 창의력 개발에 필수적이며 또한 일상에서 부딪치는 과학적 문제에 합리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과학의 과정적 이해역시 사실적 내용의 이해와 유리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최근 한방 감기약의 안전성을 둘러싼 한의사와 의사 사이의 논쟁에도 이 양상이 나타나 있다. 한의사의 한방 감기약이 부작용이 없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이 논쟁은 과학의 내용적 지식이 누구보다도 풍부한 의학 전문인 사이에서 구체적으로 질병과 약 그리고 안전성이라는 과학적 문제에 대해 일어난 논쟁 이었다.
인체 생리의 이상인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이상 부위의 이상 정도만을 정확히 감지해서 정상으로 돌리도록 환상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는 없다. 다시 말해서 어떤 약이든 원하지 않는 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즉, 한약은 부작용이 없다는 것은 한의사가 틀린 주장을 편 것이다. 그러나 한약이 심장병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대응한 의사의 주장도 어떤 약이든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대응은 아니다.
사실상 의사의 한약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총체적 질적 표현 자체가 과학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이것은 전통 시대에 사물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탈피한 과학은 구체성과 정량성, 즉 구체적인 약과 부작용 그리고 부작용의 수치적 정도라는 특징을 갖는다. 또한 어떤 약이든 안전성과 효능의 비중을 헤아려 사용을 결정하기 때문에 효능에 대한 자료도 포함된 종합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한약이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과학의 합리적 방식이다.
현대 과학 시대에 누구나 자신이 사용하는 약이 얼마나 안전하고 효과적인지에 관심이 있다. 의사와 한의사는 이러한 요구에 부합된 과학적 판단 자료만이 서로를 설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들의 광고식 주장은 다분히 사회의 과학의 과정적 이해 능력의 부족에 편승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의학의 이해에도 그런 것이 나타나 있다.
대부분 한의학의 기 체계가 과학과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때 유명 교수가 경락과 경혈의 해부학적 실체를 밝히고 있다는 등 한의학의 전망적 주장은 이론체계의 비과학성을 잊게 만든다. 그러나 현상적 자료를 해석하고 예측성을 제공하는 이론이야 말로 과학의 핵심이다. 따라서 그 유명 교수들의 연구가 실제 그 전망성을 보이는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데 일반 사실적 내용적 이해 능력만으로는 판단이 불가능하다.
한방은 오랜 세월 병 치료에 사용되었고 이 과정에서 안전성과 효능성의 면에서 사용 가치가 증명되었다고 믿어진다. 그러나 일반 경험을 객관적인 실험 근거로 대체한 것이 과학이다. 그럼에도 합성 물질보다 천연의 것이 독성이 적을 것이라는, 자연의 조화로 연상되는 문화적 환경주의적 관념에 의해 주장하는 대로 한약은 독성이 없다는 등 안전성을 믿게 만든다.
또 하나의 의사과학인 역술을 믿는 이유도 과학적 방법에서 배제시킨 과학 외적인 동력에 의해 영향을 받은 때문이 크다. 한의사와 의사의 주장이 직업적 이해 등에 의해 움직였듯 역술 유행은 문화적 뒷받침을 받고 있다. 여기에 역술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있다. 대중매체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들은 역술의 운명 예측을 사실로 보이게 하는 일화적 정보를 전파한다. 대학에서는 심지어 역술에 과학성이 있다는 학위논문까지 발표하여 이들을 부추긴다.
과학의 과정적 이해는 역술의 정의가 없다는 간단한 사실로 역술이 의사과학임을 판단하도록 한다. 역술인에 따라 다른 여러 해석 가운데 예측성이 있어 보이는 역술인이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고 말하는 것이 역술이다. 역술에 과학성이 있다는 논문도 이러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과학은 용어에서부터 모든 시험 과정이 정확히 정의된 가운데 이뤄진다. 이렇게 해야만 결과의 재현성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도 있다.
또한 역술이 의사과학인 것은 역술의 운명 예측이 확정적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라서 일부 변할 수 있다는 주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주장은 옳고 그름을 검증할 수 없는 반증 가능성이 결여된 주장이다. 그럼에도 역술인의 예측이 들어맞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애매한 일반적인 말과 일부 구체적인 말이 함께 제시될 때 구체적인 말의 부정확성을 지적해내기 보다는 일반적인 말을 자신에 해당된다고 해석하는 심리적 효과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과학은 끊임없는 검증을 통해 반증 가능성 주장 내지 가설이 오류가 수정되고 새로운 사실을 수용하도록 발전해 왔다. 역술은 오랜 세월 전에 체계화되어 변하지 않았으며 그 외 변형적 해석은 제각기 다르다. 이는 과학과는 다른 종교적 도그마와 유사한 모습이다. 한의학의 경우에도 전통시대의 것 그대로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의학의 과학화가 이 모습을 바꾸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아느냐’만이 아니라 ‘어떻게 아느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과학 커뮤니케이터도 지금보다 좀더 ‘어떻게’의 방향으로 과학을 제시했으면 한다. 과학교육이 주로 이 방향이어야 한다는 일부 학계의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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